TSMC 미국공장에 바이든과 대형 고객사 CEO 집결, 삼성전자 부담 커져

▲ 대만 TSMC가 미국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장비 반입식을 개푀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팀 쿡 애플 CEO 등 주요 고객사 경영진이 참석을 앞두고 있다. TSMC 반도체 생산공장.

[비즈니스포스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팀 쿡 애플 CEO, 엔비디아와 퀄컴 CEO가 대만 파운드리기업 TSMC의 미국 반도체공장 장비 반입식에 참석해 중장기 협력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도 미국 텍사스주에 대규모 반도체공장을 건설하고 있는데 경쟁사인 TSMC가 선제적으로 정부 지원과 대형 고객사 확보에 중요한 계기를 마련하며 큰 부담을 안게 됐다.

5일 블룸버그 등 외국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정부 주요 인사와 팀 쿡 CEO가 현지시각으로 6일 열리는 TSMC 애리조나 반도체공장 장비 반입식에 참석하는 일정을 앞두고 있다.

팀 쿡의 TSMC 미국공장 방문은 애플과 반도체 협력에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는 최근 애플 임직원과 미팅에서 애플이 TSMC 미국공장에서 생산하는 반도체를 사들여 주요 제품에 탑재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TSMC가 애플의 요청을 받아들여 미국 애리조나공장에 4나노 최신 미세공정 도입 시기를 예정보다 앞당기기로 했다는 블룸버그의 보도도 나왔다.

팀 쿡은 TSMC 장비 반입식에서 주요 경영진을 만나 이런 계획을 더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미국공장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위탁생산 물량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TSMC의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와 AMD의 리사 수 CEO도 TSMC 장비 반입식에 참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행사에서 미국정부 반도체 지원법 시행에 따른 투자 보조금과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 제공 계획을 언급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게 나온다.

TSMC가 120억 달러(약 15조5천억 원)를 들이는 미국 반도체공장을 통해 정부 지원과 대형 고객사 위탁생산 수주 기회를 얻어 실익을 거두기 유리한 환경에 놓이고 있는 셈이다.

이날 장비 반입식에서 미국정부 관계자 및 주요 고객사 CEO와 TSMC 경영진의 만남은 앞으로 TSMC가 미국 내 투자 확대 등을 추진하는 데도 더욱 힘을 실어줄 공산이 크다.

TSMC는 이미 애리조나주에 기존 공장과 비슷한 규모의 추가 증설투자를 벌일 계획을 두고 있다.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시장에서 TSMC의 최대 경쟁사로 꼽히는 삼성전자가 이런 상황에 갈수록 부담을 느끼게 될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에 TSMC보다 많은 170억 달러(약 22조 원)의 투자를 벌이고 있다. 현재 반도체공장 건물 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착공식 등 행사는 아직 열지 않았다.
 
TSMC 미국공장에 바이든과 대형 고객사 CEO 집결, 삼성전자 부담 커져

▲ 삼성전자 텍사스주 테일러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부지.

삼성전자가 하반기 중에 정식으로 미국 반도체공장 착공식을 열고 미국정부 및 미국 내 주요 반도체 고객사들과 정식으로 협력 논의를 시작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참석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공사가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는 지금까지 착공식 등 행사에 관련한 구체적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TSMC와 같이 공장 건물 공사를 거의 마무리하고 반도체장비 반입을 시작할 때 행사를 열어 미국정부 및 주요 고객사 관계자를 초청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미국 상무부가 내년 봄까지 심사를 거쳐 여러 반도체기업에 제공하는 지원금 규모를 확정하기로 한 만큼 삼성전자에 남은 시간은 다소 촉박할 수도 있다.

미국정부와 삼성전자가 반도체공장 중장기 투자 및 운영에 관련해 원활하게 소통하지 못 한다면 TSMC나 인텔, 마이크론 등 다른 기업보다 정부 지원에 수혜를 보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TSMC가 삼성전자보다 먼저 미국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투자를 시작해 고객사 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유리하다는 점도 앞으로 넘어야 할 과제가 될 수 있다.

더구나 TSMC가 4나노 및 3나노 미세공정을 미국 반도체공장에 서둘러 도입하기로 한 만큼 엔비디아와 AMD, 퀄컴 등 주요 고객사 물량을 선점해 삼성전자의 시장 진입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삼성전자가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TSMC의 미국공장 장비 반입식에서 이뤄지는 미국정부 및 반도체기업들 사이의 논의에 촉각을 기울여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파운드리공장을 대만이나 한국 등 아시아 국가가 아닌 미국에 건설하는 것은 인건비 등 비용 측면에서 다소 불리한 결정으로 평가받는다.

따라서 미국정부에 충분한 지원을 약속받고 충분한 고객사 수주 물량도 미리 확보해두는 일이 미국 반도체공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TSMC가 이런 측면에서 앞서나가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도 서둘러 투자 절차에 속도를 내 미국 반도체 지원법 시행에 따른 수혜폭을 키우고 고객사와 협력도 강화해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대만 정부가 경제적 악영향을 우려해 TSMC의 미국공장 투자 확대와 첨단공정 도입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 투자 계획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