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알리바바, 미국증시 상장폐지 위기에 홍콩증시 이중상장 신청

▲ 중국 플랫폼 업체 알리바바가 나스닥 상장폐지 리스크를 최소화 하기 위해 홍콩증시 이중상장을 추진한다. 사진은 알리바바 본사 앞. <알리바바>

[비즈니스포스트] 미국증시에 상장돼 있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가 나스닥 상장폐지를 대비해 홍콩증시 이중상장을 추진한다.

알리바바를 시작으로 미국에 상장한 여러 중국기업들이 홍콩증시로 돌아오게 될 것이며 홍콩의 금융허브 입지가 굳혀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7일 중국 매체 계면신문에 따르면 홍콩증시에 이중상장을 추진하는 중국기업들이 더 많아질 것이며 이는 개별 기업뿐 아니라 홍콩증시와 금융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알리바바는 전날 공시를 통해 홍콩증권거래소에 이중상장을 신청할 것이며 2022년 말에 절차가 마무리된다고 밝혔다. 미국증시 상장폐지 가능성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고 밸류에이션 상승을 위해 이중상장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 당국의 회계감독권 갈등이 이어지고 있어 알리바바가 2022년 연간 실적 보고서를 발표한 뒤 미국증시에서 임시 상장폐지 리스트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0년 말부터 실시한 외국기업문책법(HFCAA)에 따라 자국 회계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외국기업을 증시에서 퇴출할 수 있다. 중국기업이 3년 연속 회계감사 조서 제출을 거부하면 상장폐지를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중국기업이 미국에 회계감사 조서를 제출하는 것을 승인해주지 않고 있어 양국의 회계감독권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알리바바는 뉴욕증시에 이어 홍콩증시에 2차상장돼 있어 투자자들은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알리바바 주식 예탁증서와 홍콩증시에 상장돼 있는 알리바바 보통주를 서로 교환할 수 있다.

2차상장은 이중상장보다 상장 절차가 비교적 간단해 나스닥에 상장된 중국기업들은 대부분 홍콩증시 2차상장을 선택한다.

이중상장은 2차상장보다 기준이 까다로워 최초 기업공개(IPO) 절차를 밟는 수준의 규칙을 따라야 하고 미국 주식 예탁증서와 홍콩증시 보통주를 교환할 수 없게 되지만 중국 본토 투자자가 직접 기업 주식 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알리바바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는 나스닥 상장 중국기업들도 알리바바와 같은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중국 대형 전자상거래 업체 JD와 플랫폼 업체 넷이즈 등 이미 홍콩증시에 2차상장 돼 있는 대기업들이 가장 먼저 홍콩증시 이중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푸투증권 연구팀은 계면신문을 통해 “앞으로 3~5년 안에 13개 해외증시 상장 중국기업이 홍콩증시로 돌아올 수 있는 2차상장 조건을 채우게 될 것이며 29개 기업은 현재 이미 조건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중국기업들의 2차상장 조건이 충족되면 이중상장도 도전할 기반이 마련된다. 따라서 5년 안에 모두 41개 해외증시 상장 중국기업이 홍콩증시에 상장을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옌자오쥔 중타이증권 연구원은 계면신문을 통해 “해외에 상장돼 있는 플랫폼 기업들이 연이어 돌아오게 되면 장기적으로 홍콩증시 거래량 증가에 도움이 되고 홍콩의 금융산업 성장을 촉진시켜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천즈융 바이후이증권 연구원은 계면신문에 “알리바바가 홍콩증시의 강구퉁(중국 본토 투자자의 홍콩증시 투자 루트)에 포함된다면 투자자들은 더 많아질 것이며 거래량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옌 연구원도 “알리바바가 진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플랫폼 사업이 중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클라우드컴퓨팅 사업이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로 돌아서 알리바바에 투자하려는 중국 본토 수요가 많다”고 설명했다.

중국 본토 투자자들이 중장기적으로 알리바바의 주식 7%를 매수하게 된다면 알리바바는 총 1600억 홍콩달러(26조7천억 원)의 투자금을 얻게 될 것으로 예상됐다.

계면신문에 따르면 현재 중국 투자자들은 알리바바와 함께 3대 플랫폼 업체로 불리는 텐센트의 주식 2280억 홍콩달러(38조1천억 원) 규모를, 메이퇀 주식 1130억 홍콩달러(18조9천억 원) 규모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노이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