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우아한형제들 인수를 둘러싼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에서 '막판 뒤집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딜리버리히어로는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인수를 추진해 왔지만 공정위 심사국의 제동에 발목이 잡혔다. 다만 앞으로 열릴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시장획정 범위를 다르게 판단한다면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남아있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결합은 '쿠팡도 경쟁자' 공정위 설득에 달려

▲ 배달의민족(왼쪽)과 요기요 로고.


17일 배달앱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딜리버리히어로는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기업결합을 심사할 때 독점 여부를 판단하는 시장획정 범위를 배달앱시장에 한정하지 말고 음식배송이나 전자상거래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획정은 공정위에서 기업결합 승인 여부를 심사할 때 관련 시장의 기준을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딜리버리히어로는 한국법인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를 통해 배달앱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고 있다.    

앞서 공정위 심사국은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결합을 승인하려면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의 배달앱서비스 요기요를 매각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다만 이번 기업결합의 최종 승인 여부와 조건은 이르면 12월9일 열리는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최종 확정된다. 이 전원회의에서 심사국의 결과가 바뀐 사례도 일부 있다.

공정위 심사국은 시장획정 기준을 국내 배달앱시장으로 한정해서 살펴본 결과 이번 기업결합이 이뤄지면 국내 배달앱시장에 독과점 문제가 생긴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닐슨코리아클릭에 따르면 국내 배달앱시장 점유율은 9월 사용자 기준으로 배달의민족 59.7%, 요기요 30%, 배달통 1.2%다. 

딜리버리히어로가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면 기업 1곳에서 보유한 배달앱서비스 3곳의 시장 점유율이 90.9%에 이르러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게 된다. 

하지만 음식배송시장 전반으로 시장 획정범위가 넓어지면 이용자의 음식 직접주문도 포함되면서 딜리버리히어로의 시장 점유율이 떨어질 여지가 생긴다. 

오픈서베이의 4월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500명의 27.1%는 전화주문을 통해 음식을 시켰다. 

익명을 요구한 배달앱업계 관계자는 “나이가 많거나 지방에 사는 이용자들은 지금도 배달앱보다 전화주문을 선호한다”며 “이런 전화주문도 딜리버리히어로와 경쟁하는 행위라고 판단한다면 배달앱으로 한정했을 때보다 시장 독점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말했다. 

만약 공정위가 전자상거래 전반으로 시장획정의 범위를 넓힌다면 딜리버리히어로의 시장 점유율은 더욱 낮아지게 된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배달통은 후발주자인 ‘쿠팡이츠’(쿠팡), ‘위메프오’(위메프)와 경쟁하고 있다. 이 후발 서비스들의 운영사는 양쪽 모두 전자상거래업체다.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말 보도자료에서 “배달의민족은 최근 일본계 거대자본을 등에 업은 C사와 국내 대형 IT플랫폼의 잇단 진출이라는 거센 도전을 받아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C사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받은 쿠팡으로 추정된다. 배달의민족의 경쟁자로 쿠팡을 에둘러 들면서 시장 획정범위 확대를 주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기업결합 결정 이후 식재료 배달서비스를 확대한 것도 공정위의 시장 획정을 염두에 둔 행위로 파악된다. 

배달시장의 구조가 계속 바뀌고 있는 만큼 단순한 음식배달이 아니라 신선배송서비스를 하는 쿠팡과 롯데, 신세계 등도 시장 경쟁자로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2009년 오픈마켓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의 G마켓 인수를 조건부 승인하기도 했다. 

당시 옥션의 시장 점유율은 36%, G마켓은 51.5%로 양쪽을 합치면 87.5%에 이르러 독점 문제가 제기됐지만 공정위는 수수료를 3년 동안 올리지 않는 조건으로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딜리버리히어로는 “공정위의 조건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회사의 의견을 적극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