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오너인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과 김정수 삼양식품 대표이사 총괄사장이 삼양식품의 백기사인 HDC의 지분 매각에도 삼양식품 지배력에는 흔들림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오너일가가 횡령죄로 2심에서도 실형 선고를 받고도 여전히 등기임원으로 경영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14년 지기’ 백기사까지 떠난 만큼 시장 눈높이에 맞는 윤리경영을 위한 사전적 조치를 마련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인장 김정수 삼양식품 지배력 굳건, 새 주주 미래에셋대우 관계 주목

▲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왼쪽)과 김정수 삼양식품 대표이사 총괄사장.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와 특수목적회사인 ‘엠디유니콘제일차’는 “삼양식품 주식 등의 보유기간에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54조 제1항의 규정에서 정한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에셋대우는 23일 HDC로부터 삼양식품 지분 17%를 947억 원가량에 사들인 뒤 엠디유니콘제일차에 이 지분을 넘기고 자산관리 계약을 맺었다. 사실상 미래에셋대우와 엠디유니콘이제일차가 함께 지분을 보유하고 관리하는 형태다.

기존 주주인 HDC는 계열사 임원 1명을 삼양식품 사외이사로 두고 삼양식품 경영에 일정수준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새로운 주주는 경영에 손을 대지 않기로 한 것이다.

HDC는 2005년부터 전중윤 삼양식품 명예회장과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친분을 바탕으로 삼양식품의 ‘백기사’ 역할을 해오던 주주다.

아들들인 전인장 회장과 정몽규 HDC 회장도 친분을 이어왔지만 올해 3월 삼양식품 주주총회를 앞두고 틈이 벌어졌다.

HDC는 올해 2월 삼양식품 정관에 실형을 받은 자를 등기임원에서 해임하자는 내용을 넣자는 주주제안을 했다. 전 회장과 김 대표가 10년 동안 회삿돈 약 50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올해 1월 1심 재판에서 실형을 받은 만큼 사실상 오너일가를 등기임원에서 제외하자는 의미였다.

시장에서는 삼양식품 최대주주가 지분 47% 가량을 보유한 오너일가 회사인 삼양내츄럴스(특수관계인 포함)라는 점을 감안하면 HDC가 윤리경영을 요구하는 사회적 흐름에 따라 상징적 의미에서 경각심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는 시선이 우세했다.

전 회장과 김 대표가 6월에 진행된 2심에서도 같은 형량을 받은 만큼 주총시즌이 되면 또 다시 삼양식품 오너일가를 향한 윤리경영 공세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말이 나왔던 이유다.

그런데 HDC가 유동성 확보 및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삼양식품 지분을 모두 매각하면서 삼양식품으로선 내년 주총에서 문제를 제기할 주주가 오히려 사라진 셈이 됐다.     

전 회장은 올해 1월부터 구속수감된 상황에서도 ‘옥중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김 대표 역시 재판과 관계없이 꾸준히 경영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삼양식품 등기임원에 여전히 이름을 올리고 있을 뿐 아니라 전 회장은 삼양식품을 비롯해 계열사 7곳의 임원을, 김 대표는 계열사 10곳의 임원을 겸직하고 있다.

다만 최근 기업의 윤리경영을 향한 사회적 눈높이가 엄격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양식품의 실적 고공행진에도 불구하고 논란거리는 여전히 곳곳에 남아있다.

전 회장과 김 회장은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도 지난해 각각 보수 13억3573만 원, 7억3334만 원을 받으며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

관건은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김 대표의 연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3월 당시 횡령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던 전 회장이 대표이사 임기를 마친 뒤 스스로 내놓고 등기임원에만 이름을 올려두고 있지만 김 대표는 집행유예를 받은 만큼 별다른 견제를 받지 않고 연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미래에셋대우 측이 내년 3월에 깜짝 주주제안을 할 수도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배당 확대 및 이사진 독립성 강화방안 등 주주친화책을 내놓을 필요성도 제기된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현재 전 회장과 김 대표는 대법원에 항고한 상황”이라며 “3월 주주총회 이후 배당 확대나 사외이사 추가 선임 등의 논의는 이뤄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