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베이터가 2018년에 순이익 1800만 원을 내며 적자를 겨우 모면했다.

영업이익은 어닝 서프라이즈(깜짝실적) 수준인 1430억 원인데도 왜 순이익은 이렇게 줄었을까?
 
현대엘리베이터 작년 '깜짝 영업이익'에도 순이익은 바닥인 이유

▲ 장병우 현대엘리베이터 대표이사 사장.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의 영업이익과 비교해 순이익이 크게 줄어든 것은 전환사채 매수청구권의 평가손실을 반영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계열사 현대글로벌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엘리베이터 전환사채에 딸린 주식 매수청구권 때문에 순이익이 줄었다는 것이다.

국제회계기준(K-IFRS)은 전환사채에 부여된 매수청구권은 장부상 ‘파생상품 부채’와 ‘손실’로 잡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매수청구권에 딸린 1주당 전환가액(4만8698원)과 주가(2018년 12월28일 기준 10만7천 원)의 차이가 장부상 손실로 반영됐다”며 “현대엘리베이터 주가가 올라갈수록 평가손실은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 회장과 현대글로벌 등이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전환가액과 실제 주가 차이만큼 이익을 보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아직 매수청구권이 행사되지 않아 장부상의 손실로만 잡혀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 회장과 현대글로벌이 매수청구권을 실제 행사할 지 여부도 확실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아무리 장부상의 손실이라도 일반주주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은 곱지 않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월 전환사채를 이용한 대기업의 편법거래를 막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대표 발의하면서 법안에 ‘현대엘리베이터 방지법’이라는 별칭을 붙였다.

현대엘리베이터가 2015년 11월 액면가 2050억 원 규모의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한 점을 놓고 대주주 일가가 큰 자금 부담 없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장치를 마련한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전환사채를 발행한 1년 뒤인 2017년 1월 발행 규모의 40%에 이르는 전환사채 820억 원어치를 상환했다. 상환한 전환사채는 부여된 매수청구권과 함께 소각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현대엘리베이터는 전환사채 발행 당시 설정돼있던 콜옵션을 기초로 주식 매수청구권을 현 회장과 현대글로벌에게 따로 팔았다.

매수청구권 거래금액은 현 회장과 현대글로벌을 합쳐 78억 원으로 전환사채 매입금액의 820억 원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박 의원은 현대엘리베이터와 현 회장 등의 매수청구권 거래가 사실상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신주인수권부사채(분리형BW)의 신주인수권 분리 매매에 해당하지만 전환사채에는 관련규정이 없는 점을 이용했다고 비판했다.

현 회장 오너 일가가 현대글로벌 지분을 100% 들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현대중공업 등에게 경영권을 위협받았던 현 회장의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 방어에 편법으로 이용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현 회장과 현대글로벌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매수청구권의 행사기한은 2020년 10월17일이다.

박 의원은 “주권상장 법인이 전환사채를 사모의 방법으로 발행했을 때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그 사채를 기반으로 (매수청구권 등) 옵션거래를 하지 못하게 하면 현행법의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