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가 난세를 평정한 것은 사람을 얻었기 때문이다. 능력만 있으면 적이라도 가리지 않고 중용해 어떤 위기에도 적합한 인재로 대응할 수 있었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역시 치열한 경쟁 속에서 회사의 운명을 '인재'에 걸고 있다.
 
[오늘Who]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미래를 연구개발 인재 수혈에 걸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대우조선해양이 최악의 경영위기를 넘기고 회생의 기반을 마련했지만 정 사장은 연구개발 인력을 수혈하지 못하면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본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실적과 수주 사정이 나아지면서 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부활을 위한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6일 세계적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대우조선해양 지분 1.15%를 추가로 매입하면서 3대주주(5.57%)로 올라선 것 역시 시장의 긍정적 평가를 뒷받침한다.

이제 남은 것은 '사람'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서울대 시흥캠퍼스에 연구개발센터를 열어 연구개발 인력을 이동했고 11월에는 신입사원 공채도 4년 만에 재개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연구개발센터에 있는 예인수조 등을 통해 조선해양공학과 학생들이 다양한 선박 관련 실험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서울대와 협력해 센터를 교육과 인재 양성에 활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근 공채를 진행하면서 회사의 앞날을 위해 더 이상은 인력 충원을 미룰 수 없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당초 서울 마곡지구에 연구개발센터를 건립하려고 했지만 경영위기로 2년 전 백지화됐다.

결국 연구개발센터를 경기도 시흥에 마련했다는 점에서 고급 설계인력 등을 확보하는 데 불리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수도권 인력을 끌어오려면 서울 입지가 크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 사장은 "마곡 부지 위치가 좋았는데 팔게 돼 가슴이 아프지만 시흥에도 숙소나 통근 문제 등을 최대한 배려했다"며 "복지에도 많이 신경썼기 때문에 연구원들의 불만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앞으로 연구개발센터를 통해 가스추진선 등 친환경 선박과 관련한 설계 연구인력을 늘리는 데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환경규제 강화 추세가 이어지면서 선박 연료의 흐름이 석유에서 가스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선박 운항 기술에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돼 보안 필요성도 커진 만큼 사이버 보안 등 스마트선박을 위한 IT 인재도 중요하다.

조선업계는 지금 심각한 '인재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젊은 핵심 기술인력들이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썰물처럼 빠져나간 탓이다.

조선과 관련한 석박사급도 급감하는 추세다. 한국 조선업계의 석사급 이상 연구인력은 2013년 1370명에서 2016년 723명으로 반토막났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를 포함해 8개 대형 조선소에서 운영하는 기술교육원이 지난해 낸 수료생도 605명에 그쳤다. 2008년만 해도 8천 명을 넘었는데 10분의 1에도 못미치는 수준으로 추락했다.

정 사장은 이런 인력난이야말로 대우조선해양이 지닌 치명적 약점이라고 바라본다.

대우조선해양은 2015년부터 2016년 9월까지 기술본부 인력이 328명이나 퇴사했다. 2011년부터 2016년 9월까지 전체 기술본부 퇴사자가 628명인데 이 가운데 절반이 1년 반 사이에 회사를 떠난 셈이다.

당시 불황과 분식회계 논란, 구조조정 여파까지 겹쳐 인력을 잡아둘 명목이 없었다.

정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미래를 책임져야 할 젊은 인재들이 너무 많이 사라졌다"며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3~4년 이후 중국, 일본 등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발주시장이 살아나고 있는 만큼 인재를 유치해 기술력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국내 조선3사는 LNG운반선 등 고부가가치선에 관해 독보적 기술력을 지니고  있다. 탱커(유조선)시장에서 역시 선사들은 10% 정도 더 비싸더라도 한국 배를 선호한다. 하지만 경쟁국들이 한국의 조선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거세게 추격하고 있는 만큼 안심하기는 힘들다.

더욱이 중국과 일본은 국내의 조선업 인재를 흡수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무역진흥기구인 제트로는 8월 정부와 조선해양플랜트협회를 찾아 인력을 구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연구개발 인재는 경쟁력과 직결된다”며 “중국 등 신흥국의 저가 공세에 맞서려면 기술력만이 살 길인데 지금이야 우리가 잘해도 인재를 꾸준히 끌어오지 않으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