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화웨이, 삼성전자도 못 이룬 스마트폰 '자체 생태계' 도전

▲ 리차드 위 화웨이 컨슈머비즈니스그룹 최고경영자(CEO)가 10일 화웨이 개발자대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화웨이>

화웨이가 삼성전자도 이루지 못한 자체 운영체제 생태계 구축에 도전한다.

미국 제재로 궁지에 몰리자 거대 내수시장을 등에 업고 소프트웨어부터 자립체계를 갖추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다만 여전히 반도체 확보 차질로 하드웨어 생산문제를 안고 있는 이상 화웨이가 꿈꾸는 독자생존의 길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리차드 위 화웨이 컨슈머비즈니스그룹 최고경영자(CEO)는 10일 열린 화웨이 개발자대회에서 자체 개발 운영체제인 하모니(훙멍) 운영체제(OS) 2.0을 발표하고 다른 제조사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한다고 밝혔다.

위 CEO는 이미 스마트TV, 스마트워치,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용 시험 버전을 개발자에게 공개했으며 12월 스마트폰용 버전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모니 운영체제를 탑재한 스마트폰은 2021년 출시가 예정됐다.

화웨이는 2019년 5월 미국의 제재로 구글모바일서비스(GMS)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고 안드로이드 기술지원도 받을 수 없게 됐다. 그러자 2019년 8월 자체 운영체제 하모니를 처음 내놓았다.

이전까지 화웨이의 스마트TV만 하모니OS를 사용해 왔으나 앞으로 스마트폰을 포함해 다양한 제품에 하모니2.0을 탑재해 본격적으로 소프트웨어 독립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스마트폰에 자체 운영체제를 탑재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스마트폰시장의 강자인 삼성전자조차도 자체 운영체제를 스마트폰에 적용하려는 뜻을 이루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2009년 독자 운영체제 바다를 공개하고 2010년 바다를 탑재한 스마트폰 웨이브를 출시했다. 웨이브폰은 첫 해 500만 대가 팔려나가는 등 순항하는 듯 했으나 다른 기기나 제조사로 생태계를 넓히지는 못했다. 

결국 삼성전자는 인텔 등이 참여하는 개방형 운영체제 프로젝트인 타이젠을 주도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삼성전자는 2015년 Z1을 시작으로 2017년 Z4까지 타이젠 운영체제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미 시장에 깊이 뿌리내린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의 벽을 넘지 못하고 생태계 조성에 실패하면서 타이젠은 스마트폰에서 자취를 감췄다. 삼성전자는 현재 스마트TV와 스마트워치에만 타이젠을 사용하고 있다.

다만 화웨이는 세계에서 가장 큰 내수시장을 배경으로 삼아 생태계 조성에 좀 더 유리하다. 2분기 기준 중국시장에서 화웨이 점유율은 46%로 절대적이다. 화웨이는 상반기에만 중국시장에서 1억 대 넘는 스마트폰을 판매했다.

화웨이는 생태계 조성에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미 화웨이모바일서비스(HMS)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모바일생태계로 9만6천 개의 애플리케이션(앱)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화웨이모바일서비스에 속하는 앱은 이미 수백만 개의 앱을 축적한 안드로이드와 iOS에 비하면 한참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3월 6만 개, 7월 8만1천 개였던 데 비하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개발자 숫자도 5월 140만 명에서 현재 180만 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하모니 스마트폰이 중국에서 자리잡는다 해도 중국 밖에서는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구글모바일서비스에 익숙한 사용자들이 화웨이모바일서비스로 이동할 요인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CNBC는 “글로벌시장에서 하모니 운영체제가 성공할지 의문”이라며 “스포티파이나 넷플릭스 등 주요 앱이 없고 구글앱이 하모니에 적용될 가능성도 낮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하모니OS가 적용된 스마트폰을 해외에도 출시할지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하모니OS를 통해 중국 개발자들이 해외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기회를 제공하기 바란다며 향후 해외 확대 가능성도 시사했다.

위 CEO는 “우리는 중국과 해외 사이의 다리가 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화웨이의 더 큰 문제는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라는 시각도 많다. 미국 제재로 15일부터 반도체 조달이 막히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부터 스마트폰 생산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2021년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하량을 5900만 대로 전망했다. 2020년 출하량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윌 웡 IDC 연구원은 “하모니 운영체제와 화웨이모바일서비스의 개발은 매력적”이라면서도 “소비자들에게 전달되려면 하드웨어가 필요한데 반도체 확보 차질이 가장 큰 문제”라고 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