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이 D램 생산에서 극자외선(EUV) 공정 도입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에 따른 부담이 적지 않은 만큼 먼저 극자외선 공정을 적용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에 따라 투자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론 D램에 극자외선 공정 미뤄,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곁눈질'

▲ 산자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


19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D램에서 5세대 10나노급(1b) 이하 공정부터 극자외선 공정을 도입한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D램 선도기업들이 극자외선 공정에 속도를 내는 것과 대조적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1세대 10나노급(1x) D램에 극자외선 공정을 적용해 양산체제를 갖추는 데 성공했고 4세대 10나노급(1a) D램 양산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1년부터 4세대 10나노급 D램을 양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렇다면 마이크론은 왜 극자외선 공정 도입을 서두르지 않는 걸까?

그 이유는 극자외선 공정이 그동안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주로 사용돼 왔고 최근에야 D램 양산에 적용되기 시작해 생산성이 아직 확실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또한 극자외선 공정은 기술적 난도도 높아 안정적 수율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공격적 극자외선 도입은 득보다는 실이 클 수도 있다”며 “새로운 장비 도입으로 투자비용이 늘어나는 데다 수율상 손해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새 공정 도입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극자외선 공정 전용 장비는 네덜란드기업 ASML이 독점적으로 생산하는데 1대당 가격이 1500억~2000억 원에 이른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비교해 시장에서 입지가 좁은 마이크론으로서는 대규모 투자를 감수하면서 극자외선 공정을 도입하기에는 부담이 클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가 집계한 D램시장 점유율을 보면 마이크론은 2019년 4분기 기준 22.3%에 그쳤다. 삼성전자(43.5%)와 SK하이닉스(29.2%)에 밀려 3위에 머물렀다.

물론 마이크론이 극자외선 공정에 아주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이크론은 현재 대만에서 차세대 D램 개발에 대비해 극자외선 공정을 적용할 수 있는 생산라인을 새로 건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론은 2019년 4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을 통해 “분명히 미래에 극자외선 공정을 배치할 것”이라며 “기술과 비용 경쟁력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마이크론이 극자외선 공정에 진입하는 시기는 앞서 해당 공정을 적용한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의 실적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도현우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극자외선을 도입해 성과를 낸다면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도입도 빨라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가장 늦게 극자외선 공정을 도입할 예정인 마이크론의 계획 변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근 극자외선 공정에 무게를 싣는 이유는 기존 불화아르곤레이저 기반 공정에서는 D램 성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D램과 같은 메모리반도체는 제한된 반도체 면적 안에 트랜지스터 등 회로 소자를 얼마나 많이 탑재하느냐에 따라 성능이 결정된다.

극자외선 공정에서는 실리콘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그릴 때 불화아르곤레이저보다 파장이 훨씬 짧은 극자외선을 사용하기 때문에 더 미세한 회로를 구현할 수 있다. 회로 소자 탑재량을 늘려 불화아르곤레이저 공정 대비 같은 면적에서도 더 큰 저장용량을 갖출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반도체 회로가 가늘어지는 만큼 웨이퍼당 더 많은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도 존재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