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이 내부통제 문제를 두고 ‘환골탈태’를 외치는 상황에서 우리카드의 내부통제 문제가 이슈화 하면서 그룹 이미지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여겨진다.
▲ 진성원 우리카드 대표이사 사장이 내부통제 강화를 최우선 과제에 둘 것으로 보인다. <우리카드>
진성원 우리카드 대표이사 사장은 내부통제 강화를 우선 과제로 챙겨야 할 이유가 생긴 만큼 성장전략에선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2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카드에서 발생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건의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는 27일 우리카드에 과징금 134억5100만 원을 부과한다는 사실을 알렸다.
우리카드 인천영업센터에서 약 2년에 걸쳐 20만 명이 넘는 가맹점주의 개인정보를 무단 조회하고, 이를 카드발급 마케팅에 활용한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7만여 명은 마케팅 활용 동의조차 한 적 없었다.
우리카드는 일부 영업센터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점에서 참작을 요청했으나 개인정보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해숙 개인정보위 조사1과장은 브리핑에서 “월 3천만 건 이상의 개인정보를 조회했음에도 왜 이렇게 많은 개인정보가 조회됐었는지 확인한 사실이 없어 내부통제 소홀로 판단했다”며 “본사에서 점검이나 확인이 없었다는 점 때문에 우리카드 전체의 문제로 봤다”고 말했다.
단순히 한 영업센터의 일탈이 아니라 우리카드에 내부통제 부실 책임이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수신기능이 없는 카드사들에게는 고객정보보호가 내부통제의 핵심 요소다. 이 사건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다.
우리금융이 내부통제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뼈아플 수밖에 없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우리은행에서 적발된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등 금융사고로, 이미 내부통제 관련 몸살을 앓고 있다.
신뢰 회복을 위해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부터 전 임직원, 전 그룹사의 내부통제 강화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카드의 문제는 큰 부담이다.
우리카드는 우리은행을 제외하면 우리금융에서 가장 큰 계열사다.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핵심 계열사 두 곳에 내부통제 부실 이미지가 생긴 것이다.
게다가 카드업은 보험업이나 증권업보다 은행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인식된다. 우리카드는 물론 4대 금융의 카드계열사는 은행과 한몸이었다가 분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NH농협카드는 여전히 은행 내부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기도 하다.
고객들 관점에서는 이번 사건을 우리카드의 문제로 한정짓기보다 우리은행 또는 우리금융의 문제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높은 셈이다.
이미 온라인상에서는 “우리카드와 우리은행은 같은 그룹이지 않나”라는 반응도 나온다.
▲ 우리카드가 가맹점주 개인정보를 마케팅 목적으로 무단 이용해 134억 원의 과징금을 받았다. <우리카드>
성장전략에 초점을 맞췄던 우리카드 진성원 사장에게는 내부통제 강화로 시선을 옮겨야 할 이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내부통제 관련 문제를 대하는 우리금융의 기조를 고려하면 우리카드에게도 내부통제 강화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를 수밖에 없어서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개인정보위 지적사항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데이터베이스(DB) 접근 통제 강화, 외부메일 통제 강화 등 시스템을 개선했다”고 말했다.
우리카드는 가맹점주 개인정보를 수집목적 외에 이용한 사고가 발생한 직후, 관련 인천영업센터 직원의 내부단말거래 시스템 접근 권한을 정리했다. 외부메일을 반출할 때는 항상 정보보호팀 승인을 거치도록 하는 조치도 취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재발 방지를 위해 임직원 교육 및 정보보호 시스템 상시 점검 등 내부통제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외부메일 개인정보검출 시스템 구축 등 정보보호 관리 시스템 구축 역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 사장에게는 상당한 과징금 규모도 부담이 될 수 있다
2024년 우리카드의 연결기준 순이익 규모는 1472억 원이다. 134억 원의 과징금은 지난해 순이익의 9.1%에 이른다.
우리카드가 이 과징금을 모두 올해 비용에 반영한다고 가정하면 진 사장은 일회성 비용 134억 원을 안고 올해 성과를 이끌어야 한다.
진 사장은 삼성카드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현대카드로 자리를 옮겨 마케팅실장과 SME사업실장, 금융사업실장, 기획지원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그 뒤에는 롯데카드 고문으로 일했다. 2025년 1월 우리카드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진 사장은 우리카드의 첫 외부출신 대표이사다. 우리카드의 성장을 과제로 안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