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라피더스가 2나노 반도체 파운드리 개발 및 양산 목표에 자금 및 연구개발 인력 부족, 고객사 확보 어려움 등 한계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 홋카이도 치토세에 위치한 라피더스 사옥. |
[비즈니스포스트] 일본 라피더스가 정부 지원에 힘입어 2나노 미세공정 파운드리 상용화 목표를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와 TSMC 등 경쟁사와 비교해 연구개발(R&D)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고 자금 조달 경로도 제한적이라 분명한 한계에 부딪히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23일 “라피더스의 2나노 반도체 생산 계획을 두고 업계에서 회의적 시각이 커지고 있다”며 “불리한 경쟁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라피더스는 최근 일본 홋카이도에 신설하는 공장에 첫 극자외선(EUV) 장비를 설치했다고 발표했다. EUV는 첨단 공정 반도체 생산에 필수로 쓰이는 기술이다.
현재 7나노 이하 첨단 파운드리 시장은 TSMC가 사실상 독주체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인텔이 점유율 추격에 주력하는 구도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기업은 모두 내년부터 2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라피더스도 2027년 2나노 기술을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연구개발 및 투자에 주력한다.
일본 정부도 라피더스에 9200억 엔(약 8조5천억 원) 넘는 금전적 지원을 약속하며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주고 있다.
라피더스가 2나노 기술로 고객사 반도체를 수주해 공급하기 전까지 외부 투자나 정부 자금에 재원을 모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디지타임스는 일본의 반도체 공정 기술이 40나노 안팎에 머무르는 상황에서 곧바로 2나노 기술을 도입하겠다는 라피더스의 계획에 의문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와 TSMC 등 기업이 20년 가까운 기간에 걸쳐 발전시켜 온 기술을 라피더스는 2022년 설립 이후 약 5년만에 완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이기 때문이다.
첨단 미세공정 기술 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연구개발 인력 및 투자 비용을 고려한다면 외부 자금에 의존하는 라피더스가 성공을 거둘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 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 웨이퍼 홍보용 이미지. |
디지타임스는 글로벌파운드리가 2018년까지 7나노 미세공정 기술 개발에 주력하다 자금 부담으로 ‘재무 블랙홀’에 빠져 결국 목표를 철회했던 사례에 주목했다.
라피더스가 현재는 150명, 내년 계획은 300~400명 안팎의 연구개발 인력으로 2나노 반도체 생산 기술을 확보하는 일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디지타임스는 “이런 일이 가능하다면 TSMC와 삼성전자, 인텔도 연구개발 인력을 대폭 축소했을 것”이라며 “라피더스가 실제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전했다.
상위 파운드리 업체들은 2025년 2나노 반도체를 상용화한 뒤 수주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라피더스가 약 2년 늦게 시장에 뛰어들어 수주를 노린다면 단가나 수율 측면에서 눈에 띄는 장점을 인정받지 않는 이상 고객사의 선택을 받을 기회는 크지 않다.
시장에서 전혀 검증이 되지 않은 라피더스의 첨단 파운드리 기술을 활용할 이유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디지타임스는 라피더스와 마찬가지로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고 있는 SMIC도 파운드리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화웨이를 비롯한 자국 기업이 확실한 고객 기반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정부 보조금을 받아도 미세공정 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수익성을 확보할 길은 멀다는 것이다.
디지타임스는 “정부 도움에 ‘생명줄’을 의존하는 파운드리 업체들은 반도체 생산을 늘릴수록 손해가 커지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