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RM과 퀄컴의 소송 결과에 따라 제조사들이 인공지능 PC 판매를 중단해야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갤럭시북4 엣지 AI 기능 홍보용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반도체 설계기업 ARM이 주요 고객사인 퀄컴을 상대로 제기한 기술 라이선스 소송 결과에 따라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PC 제조사도 영향권에 놓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갤럭시북4 엣지’를 비롯한 차세대 인공지능(AI) PC에 퀄컴 프로세서가 적용된 만큼 법원의 판단으로 판매가 일시 중단될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어서다.
로이터는 11일 “ARM과 퀄컴 사이 법정공방이 AI PC 시대의 도래를 방해하고 있다”며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사의 중요한 사업 기회에 변수”라고 보도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행사를 열고 새 인공지능 플랫폼 ‘코파일럿+’를 공개하며 해당 기술이 적용된 다수의 협력사 PC가 6월부터 출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20여 곳의 파트너사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 서비스를 구동할 수 있는 퀄컴 스냅드래곤 프로세서 기반의 노트북 등 제품을 선보이기로 했다.
로이터는 이들 제조사의 노트북 판매가 ARM과 퀄컴의 소송전에 따라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ARM이 승소한다면 퀄컴 프로세서를 탑재한 신형 노트북 출하가 제한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조사기관 패브리케이티드놀리지는 로이터에 이러한 시나리오를 언급하며 “실질적인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ARM은 퀄컴의 스마트폰과 PC용 프로세서 개발에 사용되는 핵심 설계기반(아키텍쳐) 및 기술을 제공하며 라이선스 수익을 거두는 파트너십 관계를 맺고 있다.
2022년 ARM은 퀄컴이 반도체기업 누비아를 인수한 뒤 관련 기술로 자체 프로세서 상용화에 나선 점을 문제삼아 소송을 제기했다.
누비아가 이미 ARM과 라이선스 사용 계약을 맺었던 만큼 퀄컴이 누비아의 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기술특허 등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다.
해당 재판은 9월부터 미국 델라웨어 지방법원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퀄컴 프로세서 기반의 인공지능 PC는 장기간 침체되어 있던 PC 수요 반등에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제조사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 기술이 다양한 업무 환경에서 높은 활용성을 갖춘 데다 퀄컴의 새 프로세서가 성능과 전력효율 등 측면에서 우수한 능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히 ARM이 퀄컴을 겨냥한 법정공방에 더 힘을 실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소송에서 승리하면 더 높은 라이선스 비용을 거두는 등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ARM 관계자는 로이터에 “퀄컴은 ARM 라이선스 기반의 누비아 반도체 기술을 활용하며 계약 의무를 위반했다”며 이번에 출시되는 AI PC에 해당 기술이 적용됐다고 주장했다.
법원에서 ARM의 주장을 받아들여 삼성전자를 비롯한 제조사의 신형 스냅드래곤 프로세서 기반 노트북 판매 중단을 결정한다면 이는 자연히 실적에 큰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ARM이 퀄컴 프로세서에서 거두는 라이선스 비용을 높일 근거를 확보한다면 자연히 퀄컴도 반도체 공급 가격을 높여 노트북 제조사들에 원가 부담을 키울 공산이 크다.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사들이 AI PC 시장을 선점하는 데 차질을 빚는다면 노트북 수요 반등이 어려워지거나 애플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는 결과를 낳게 될 가능성도 있다.
로이터는 ARM과 퀄컴의 소송전이 AMD와 엔비디아를 비롯한 경쟁사에 시장 진입 기회를 열어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