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그룹의 3세 경영권 승계가 가시화하고 있다.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의 아들인
이주성 세아제강지주 부사장이 세아제강지주의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세아그룹의 경영권 승계 시계도 빨라질 수 있다.
▲ 이주성 세아제강지주 부사장(왼쪽), 이태성 세아홀딩스 대표이사. |
15일 세아제강지주에 따르면
이주성 부사장이 세아제강지주 지배력을 확대했다.
세아제강지주는 세아그룹 오너가문의 가족회사인 에이펙인베스터스가 19.43%의 지분을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라 있었다.
그런데
이주성 부사장이 7월15일부터 세아제강지주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해 8월13일 기준 지분율 19.45%로 최대주주에 올랐다.
세아그룹은 세아제강지주와 세아홀딩스 양대 지주사체제가 확립돼 있다.
강관사업 지주사 세아제강지주는 세아제강 등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는데
이주성 부사장의 아버지인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이주성 부사장이 세아제강지주의 최대주주에 오른 것을 두고 대표이사 자리를
이순형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을 준비를 하는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이미 세아제강지주의 강관사업을
이주성 부사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주주에 올라 지배력을 다진 만큼 대표이사에 오를 명분을 충분히 갖춘 셈이다.
이주성 부사장이 세아제강지주 대표이사에 오르면 세아그룹의 양대 지주사를 사촌관계의 3세 경영자들이 이끄는 체제가 확립된다.
세아그룹의 다른 지주사 세아홀딩스는 특수강사업 지주사로 세아베스틸 등 특수강 계열사들을 거느린다. 이운형 전 세아그룹 회장의 아들
이태성 세아홀딩스 대표이사가 지분 35.1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운형 전 회장은
이순형 회장의 형이다.
이주성 부사장과
이태성 대표는 세아그룹이 직면한 강관사업과 특수강사업의 위기를 극복할 방안을 마련하는 데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주성 부사장은 미국의 관세 공세 속에서 세아제강지주의 강관사업을 육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7월 미국 상무부는 세아제강의 강관에 22.7%의 반덤핑관세를 매겼다. 관세가 2018년보다 8.31%포인트 높아졌다.
세아제강은 강관을 주력으로 하는데 이 제품의 대부분이 원유나 가스를 수송하기 위한 유정관이다. 올해 상반기 세아제강 전체 매출의 87%가 강관에서 나왔다.
강관 수요가 미국에 집중돼 있어 미국의 관세장벽이 높아지는 만큼 세아제강이 치명적 타격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태성 대표 역시 핵심 계열사 세아베스틸의 실적 회복을 이끌어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세아베스틸은 2019년 2분기에 영업이익 251억 원을 내 지난해 2분기보다 29.1% 줄었다. 특수강의 전방사업인 완성차업황이 부진했던 탓이다.
최근 현대제철이 현대차그룹의 차량 생산 수직계열화를 강화하기 위해 특수강 생산을 늘리고 있어 세아베스틸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현대제철이 올해 2분기 생산한 철강제품 가운데 51%가 특수강이었는데 이는 2016년 특수강사업을 시작한 뒤 가장 높은 비중이다.
세아베스틸은 단기적으로 원가부담이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여 있다.
특수강의 원재료는 철스크랩(고철)인데 국내 수입물량의 16%가 일본산이다. 일본이 한국을 수출 우대국(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해 철스크랩 수입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이주성 부사장과
이태성 대표가 그룹 양대 사업의 위기를 넘어선다면 세아그룹의 경영권 승계 시계도 빨라질 수 있다.
세아그룹은 창업주인 이종덕 전 회장의 뒤를 장남인 이운형 전 회장이 이어받았다. 이운형 회장이 2013년 세상을 떠난 뒤 차남
이순형 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는데
이순형 회장은 1949년 태어나 나이가 적지 않다.
그룹 회장직을 물려주기 위한 준비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이운형 전 회장과
이순형 회장의 회장 순서를 고려하면
이순형 회장의 다음 순서는
이태성 대표다.
그러나
이주성 부사장과
이태성 대표가 1978년 태어난 동갑내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앞날은 알 수 없다.
다만 세아그룹의 양대 지주체제가 오너3세의 사촌경영체제로 굳어지면서 세아그룹 계열분리 가능성을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세아그룹 관계자는 “현재 양대 지주사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으며 계열사 사이 협력해야 할 일들이 많다”며 “그룹 차원에서 계열분리는 생각도 하지 않고 있으며 그럴 필요성도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