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국내 기업들의 경영 위기가 고조되면서 재계에 인사 쇄신 바람이 불어닥칠 조짐이다. 이미 연중 비정기 인사로 일찌감치 조직 혁신에 나선 곳도 있고, 예년보다 연말 인사 시기를 앞당겨 시행한 곳도 있다. 아직 인사가 이뤄지지 않은 기업들 사이에는 인사 폭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비즈니스포스트는 한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불확실성 시기에 기업들이 인사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짚어본다.
▲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연말인사로 신뢰 회복을 길을 다시 닦을지 주목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절대 절대 포기하지 말라”
한때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을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말이다. 과거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시절 범금융권 회의에서 금융당국 수장들에게 규제 완화를 강조하며 처음 내놓은 말인데 향후 임 회장의 강한 추진력을 상징하는 말로 자주 쓰였다.
우리금융은 현재 쇄신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으로 평가된다.
임 회장은 우리은행 700억 원대 횡령사건 속에 우리금융 수장에 올라 다방면의 조치를 내놓고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힘썼지만 전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등 최근 잦은 금융사고에 가로막힌 모양새다.
우리금융의 혁신을 포기하지 않는 강한 의지가 필요한 셈인데 임 회장이 연말 인사를 통해 '절절포'의 의지를 시장에서 인정받으며 신뢰 회복의 계기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7일 우리금융에 따르면 최근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은 책무구조도 지배구조 내부 규범을 개정했다.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은 책무구조도 이달부터 시행되는 시범운영에 참여하며 규범을 모두 수정했다.
우리은행의 수정된 규범에서 눈에 띄는 것은 이사회의 권한과 책임에 ‘은행장의 내부통제 등 총괄 관리의무 이행을 감독한다’고 명시한 점이다.
지배구조 개정에 따라 그동안 금융당국이 이사회의 견제를 강조한 점을 따른 것인데 내부 규범에 이사회의 감독 권한을 직접 명시한 만큼 은행장이 내부통제에 더욱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우리금융은 이밖에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되는 윤리내부통제위원회 구성도 준비하고 있다. 정관 개정이 필요한 사항인 만큼 주주 의결이 필요해 2025년 3월 주주총회 이후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임 회장이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여러 방책을 내놓고 있는 것인데 시장에서는 이와 별개로 연말 인사에 주목하고 있다.
내부통제와 관련한 외형적 제도가 강화하더라도 결국 이를 실행하는 것은 계열사 대표인 만큼 중대 금융사고를 겪은 CEO를 교체할지, 다시 한번 신뢰할지 눈여겨 보는 것이다.
임 회장이 우리금융에 존재하는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 계파 문제를 풀어낼지도 관심사다.
우리은행은 1999년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합쳐져 출범한 한빛은행에 뿌리를 두는데 여전히 계파 갈등이 남아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 회장도 10월 국정감사에서 “우리은행은 여러 은행이 합쳐진 곳으로 일부 계파적 문화가 남은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이사회에서 우리금융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를 이끌고 있어 계열사 대표 선임에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