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과 더불어 국내 제약바이오 대장주로 자리잡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2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한 SK바이오팜은 상장 직후 3거래일 연속으로 상한가를 달리는 등 투자자들로부터 폭발적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최근 몇일 동안은 주가 상승세가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시가총액이 14조 원가량에 이른다. 제약바이오기업 가운데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에 이어 3번째로 큰 규모다.
SK바이오팜이 이처럼 높은 기업가치로 평가받고 있는 것은 신약 개발 위주의 사업구조 덕분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로 사업기반을 닦은 것과 달리 SK바이오팜은 시작부터 신약 개발을 추진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생산, 개발로 시작한 뒤 이제야 신약 개발에 나선 것과는 대조적이다.
신약은 독점적 판매를 할 수 있는 특허기간이 있어 바이오시밀러보다 훨씬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허가받은 혁신신약 2종을 보유한 SK바이오팜이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것이다.
SK바이오팜의 향후 기업가치는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의 성적표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SK바이오팜이 2020년 5월 미국에 출시한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는 최소 한 해에 매출 1조 원 이상을 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19년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매출이 각각 1조1천억 원, 7천억 원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단숨에 이를 뛰어넘을 수도 있는 셈이다.
구자용 DB금융투자 연구원은 “SK바이오팜 엑스코프리는 기존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는 난치성 뇌전증 환자를 주요 마케팅 목표로 삼고 있다”며 “난치성 뇌전증시장에서만 7500억 원, 성인 대상의 부분발작으로 보면 매출 2조 원까지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적응증이 부분발작에서 전신발작으로 확장되면 매출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조정우 사장은 장기적으로 엑스코프리의 적응증을 불안, 양극성 장애, 신경병증 통증 등으로도 확장한다는 계획을 세워 관련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엑스코프리의 성공 가능성을 너무 낙관적으로만 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엑스코프리는 기존 뇌전증 치료제 ‘빔팻’과 경쟁을 펼쳐야 한다. 빔팻은 벨기에 제약사 UCB의 뇌전증 치료제로 매년 매출 1조5천억 원가량을 내고 있다.
빔팻은 10년 넘게 처방돼 안전성과 유효성에서 검증된 약이다. 따라서 이제 막 출시된 엑스코프리로 약을 바꾸는 것은 환자들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미국 의약품시장이 다른 국가의 제약사가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으로 꼽히는 점도 문제다.
SK바이오팜은 미국 현지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를 통해 엑스코프리를 직접판매하는 데 국내 제약회사가 미국에서 직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정우 사장은 뇌전증 치료제를 취급하는 전문의가 많지 않은 만큼 직접 마케팅활동을 펼치는 데 지장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현지 유통사와 경쟁하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코로나19가 미국에서 잠잠해지지 않고 있어 당분간 대면 마케팅에는 지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
뇌전증 치료제와 같은 중추신경계(CNS) 질환 약물은 출시부터 최고매출에 도달하기까지 평균적으로 10년 정도가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시기가 더 늦춰질 수도 있는 것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제약기업이 자체개발 신약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뒤 직접판매까지 해본 적은 없었기 때문에 SK바이오팜의 첫 단추가 중요하다”며 “경쟁사인 UCB가 빔팻의 대발작(PGTCS) 적응증 확대로 향후 시장을 공공히 다지려고 하는 만큼 시장 점유율 다툼이 관전포인트”라고 예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