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내놓은 지배구조 개편안이 외국인투자자 및 의결권 자문사의 반대에 직면하고 있다.

삼성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서 공격을 받았지만 현대자동차그룹이 느끼는 압박감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 주주총회 통과 장담하기 어렵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15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의 판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ISS와 함께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로 꼽히는 글래스 루이스(G lass Lewis)는 이미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를 권고했다. 

미국 블룸버그는 글래스 루이스의 반대 권고를 놓고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우군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미국 행동주의 투자자 엘리엇매니지먼트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표를 행사하겠다며 주주들도 동참해달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지분을 1.5% 이상씩 모두 1조 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손을 ISS도 들어주게 되면 현대차그룹이 계획한 지배구조 개편을 장담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ISS나 글래스 루이스가 외국인 투자자들에 미치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데 현대모비스의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은 의결권 기준으로 48%에 이르기 때문이다. 

ISS, 글래스 루이스는 물론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도 반대를 권고했지만 삼성의 계획대로 합병안이 통과된 점을 들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서도 엘리엇매니지먼트 공세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하지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와 상황이 달라졌다. 국내 투자자들을 움직일 수 있는 국민연금공단의 처지가 변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을 찬성한 뒤 국민의 혈세로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도왔다는 비난을 받았으며 문형표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구속되는 등 후유증을 크게 겪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도 이 점을 거론하며 “현대모비스 지분 10%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삼성의 승계를 도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증권업계에서 나온다”고 보도했다. 

현대차그룹이 계획한 지배구조 개편안은 29일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임시 주주총회에서 운명이 결정된다.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현대모비스 주주들을 대상으로 현대차그룹은 찬성 위임장을, 엘리엇매니지먼트는 반대 위임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이 주주들의 찬성표를 얻기 위해 추가적 주주 친화정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나온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 발표 이후 자사주 소각 등을 포함한 주주 친화정책을 발표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11일 보도된 미국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발표한 주주  친화정책이 전부는 아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글래스 루이스의 반대 권고를 놓고 “여러 의견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며 “우리의 지배구조 개편안은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고 정부 규제를 선제적으로 해소하는 최적의 안이라는 점을 주주들과 지속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