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이앤씨 1분기 영업이익 부진, 서영재 취임 앞두고 실적 개선 부담 가중

▲ DL이앤씨가 1분기에 기대이하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서영재 DL이앤씨 대표이사 내정자가 공식 선임을 앞두고 녹록치 않은 경영환경에 마주했다.

DL이앤씨가 1분기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내놨다. 풍부한 일감과 함께 하반기에는 주택부문 수익성이 점차 나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불확실한 업황 속에 건설업 경험이 없는 서 내정자로서 실적 반등을 향한 도전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2일 DL이앤씨는 2024년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8905억 원, 영업이익 609억 원을 거둔 것으로 잠정집계됐다고 발표했다.

2023년 1분기보다 매출은 2.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2.5%나 줄어든 것이다. 특히 영업이익은 당초 시장 기대치(컨센서스)와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는 수치다.
 
DL이앤씨 1분기 영업이익 부진, 서영재 취임 앞두고 실적 개선 부담 가중

▲ 서영재 DL이앤씨 대표이사 내정자가 수익성 악화 속에서 확실한 반등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DL이앤씨는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946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1분기 실적은 기대치를 35.6% 밑돈다.

1분기 연결기준으로 시장 기대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영업이익을 낸 데는 DL이앤씨 자체 주택사업의 수익성 악화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자회사 DL건설을 제외한 DL이앤씨 별도기준(해외법인 및 연결조정 포함) 1분기 영업이익은 492억 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3% 줄어든 것이다. 반면 DL건설 1분기 영업이익은 117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2.5% 증가했다.

DL이앤씨는 별도기준 1분기 주택(건축) 원가율은 시장 추정보다 높은 93.0%를 기록했다.

최근 DL이앤씨 보고서를 낸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DL이앤씨는 주택 원가율 91% 안팎을 냈을 것으로 추산됐다. DL이앤씨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을 가장 보수적인 760억 원으로 추정한 KB증권도 별도기준 주택 원가율을 92.7%로 예상했다.

DL이앤씨가 부진한 원가율을 기록한 데에는 증권업계 추산보다 높은 원가의 사업장들이 많았던 점, 민간참여 공공주택 사업에서 예측했던 200억 원 규모의 도급 증액이 지연된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DL이앤씨는 2021~2022년 착공한 사업장 가운데 비용 상승분을 도급계약에 반영하지 못한 곳이 많아 상대적으로 높은 원가율을 나타내고 있다. 또 공공주택 사업에서 200억 원의 도급증액 실행이 다소 미뤄지는 상황이다.

주택부문의 수익성 흐름 자체도 긍정적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DL이앤씨 1분기 주택 원가율 93.0%는 1년 전인 지난해 1분기의 92.3%,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의 90.8%, 지난해 연간 평균 91.9%보다 모두 악화한 것이다.

물론 건설업계 전반에 걸쳐 침체가 지속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1분기 상장 대형건설사 가운데 1년 전, 직전 분기, 전년 평균과 비교해 모두 주택 원가율을 개선한 기업은 현대건설이 유일하다.

다만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갑작스레 DL이앤씨 구원투수로 등판한 서 내정자에게 부담스러운 상황임은 분명하다.

현재 건설업황은 2021년 DL이앤씨 분할과 함께 LG전자 출신의 마창민 전 대표가 지휘봉을 잡았을 때보다 크게 악화해 있다.

대형건설사들은 주택 호황기인 2021년 코로나19 충격마저 털어내며 대부분 좋은 실적을 거뒀다. 또 각각 2만 세대 이상의 주택을 분양하는 등 좋은 주택공급 실적을 기록했다.

DL이앤씨도 2021년 연결기준 영업이익 9573억 원을, 별도기준으로는 7277억 원을 거뒀다. 분할 첫 해부터 연초 세웠던 경영목표와 비교해 연결기준으로는 15%, 별도기준으로는 23%를 초과하는 이익을 창출한 것이다.

2020년 분할 이전 대림산업 건설사업부는 영업이익 1조2304억 원이라는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DL이앤씨는 2021년 이후 급격하게 영업이익이 내리막을 보이고 있다.

최근 3년(2021~2023년) 동안 DL이앤씨 영업이익 추이를 보면 연결기준으로 9573억 원, 4970억 원, 3313억 원을 기록했고 별도기준으로는 7277억 원, 4026억 원, 2310억 원을 나타냈다.

DL이앤씨는 LG전자에서 여러 사업부를 두루 거치며 신사업 개발을 주도한 비즈니스인큐베이션센터장을 역임한 서 내정자에게 신성장동력 발굴, 기존 건설업의 한계를 뛰어넘는 경영혁신 등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당장 급감하고 있는 DL이앤씨 수익성을 반등시키는 일이 서 내정자에게 가장 큰 과제인 것은 분명하다. 5월10일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DL이앤씨 대표에 공식 선임될 서 내정자가 내놓을 경영전략이 주목받는 이유다.

다행히도 주택부문 원가율 회복 전망, 풍부한 곳간 등은 향후 서 내정자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줄 요소로 꼽힌다.

올해 하반기 DL이앤씨는 지난해부터 착공한 물량들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지난해부터 착공한 현장들의 매출 반영 비중이 1분기 17% 수준에서 올해 4분기에는 45%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2021~2022년 착공한 낮은 수익성의 물량들이 점차 해소되는 것이다.

DL이앤씨는 지난해부터 착공한 물량들의 평균 원가율이 90%를 밑돌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DL이앤씨 1분기 영업이익 부진, 서영재 취임 앞두고 실적 개선 부담 가중

▲ DL이앤씨는 지난해 14조 원이 넘는 신규수주를 기반으로 30조 원이 넘는 수주잔고를 보유했다.


DL이앤씨는 지난해 실적 부진 속에서도 연간 목표를 4천억 원 초과 달성한 연결기준 신규수주 14조8894억 원을 기록했다. 별도기준으로도 11조6088억 원의 수주성과를 내며 목표(11조4천억 원)를 넘겼다.

1분기에는 연결기준 1조9109억 원, 별도기준 1조1154억 원 규모의 일감을 확보했다. 목표 대비 달성률은 연결기준 16%, 별도기준 12%로 다소 아쉬운 수준이다.

다만 DL이앤씨는 향후 플랜트 부문을 중심으로 1분기 부진을 만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반기 국내외에서 2조 원 규모의 플랜트 사업을 수주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DL이앤씨 연결기준 수주잔고는 2022년 말 26조5422억 원에서 2023년 말 30조9089억 원으로 급증했다. 1분기 말 기준으로도 30조8553억 원을 나타냈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DL이앤씨는 주택부문 착공 현장의 원가구성(믹스) 개선 가능성, 일부 사업의 도급증액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 개선이 확인될 것”이라며 “다소 이례적으로 연중 대표이사를 비롯한 대대적 경영진 교체가 이뤄진 상황에서 어떠한 회사의 지향점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주가 반등 시기와 강도가 정해질 것으로 판단한다”고 바라봤다.

DL이앤씨 관계자는 “그간 일관되게 유지해 온 수익성 위주의 선별수주 전략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적 원가관리를 통해 차별화한 이익 개선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