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근 3년 동안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임대주택 가운데 상대적으로 비싼 방식인 약정매입임대주택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공주택 분양원가보다 호당 최대 3억9천만 원 이상 비싼 가격에 주택을 확보했다는 시민단체의 분석이 나왔다.
 
경실련 “LH 약정매입 공공주택 분양원가보다 최대 3.9억 비싸, 혈세 낭비”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2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최근 3년간 LH 매입임대 현황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 연합뉴스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최근 3년간 LH 매입임대 현황 분석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실련이 2021~2023년 3년 동안 연도별 한국토지주택공사의 매입임대주택 매입 실태를 분석한 결과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사들인 매입임대주택의 호당가격이 매년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실련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의 매입임대주택 호당 매입가격은 2021년 2억5천만 원, 2022년 2억9천만 원, 2023년 3억1천만 원이다.

경실련은 이를 놓고 매입임대주택 매입 가운데 기축매입보다 상대적으로 더 비싼 약정매입 방식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약정매입임대주택은 민간에서 건축하는 주택을 사전 매입약정을 체결하고 준공 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신축주택을 짓는 과정에서 민간업자의 토지 매입비용과 건축비 거품 등이 매입가격에 반영돼 기존 주택을 사는 기축매입보다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고 경실련은 설명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3년 동안 매입임대주택 매입 비용으로 10조8천억 원을 지출했는데 이 가운데 80%인 8조7천억 원이 약정매입에 쓰였다. 연도별로 보면 전체 매입금액에서 약정매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1년 70%, 2022년 88%, 2023년 97%로 늘었다.

경실련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공주택 원가보다 호당 최대 4억 원 가까이 비싸게 매입임대주택을 샀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약정매입임대주택 매입가격과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개하고 있는 분양원가를 비교했다.

비교대상은 2021년 서울지역 약정매입임대주택 매입가격과 2021년 8월 입주한 서울주택도시공사의 위례지구 A-1 12블록 건설(분양)원가다. 이 주택들의 평당가격을 구한 뒤 25평형으로 환산해 비교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 위례지구의 25평형 분양원가는 3억4천만 원인 것과 비교해 한국토지주택공사 약정매입 아파트는 3억9천만 원이 비싼 7억3천만 원으로 나타났다. 약정매입 다세대는 2억3천만 원이 비싼 5억7천만 원, 약정매입 오피스텔은 2억2천만 원 비싼 5억6천만 원으로 조사됐다.

경실련은 매입임대주택 공실현황을 근거로 2023년에만 1조 원 이상의 세금이 낭비됐다고도 주장했다.

최근 3년 동안 한국토지주택공사 매입임대주택 공실수는 2021년 4283호, 2022년 4587호, 2023년 5002호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공실률은 2021년과 2022년이 2.8%, 2023년이 2.9%다.

경실련은 2023년 기준 주택유형별 호당가격과 공실수를 곱해 1조621억 원의 세금이 의미없이 쓰였다고 분석했다.

경실련은 비싼 가격에 매입임대주택을 매입하고 1조 원 이상의 세금이 낭비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매입가격 기준 강화 △약정매입 방식 전면 중단 △매입임대 주택 정보 투명한 공개 등을 요구했다.

경실련은 “매입임대주택을 사들이는 금액은 모두 국민의 혈세나 다름없다”며 “매입임대주택 정책이 무주택 서민과 국민을 위한 정책으로 거듭날 때까지 제도개선을 촉구할 것이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