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포스코그룹이 철강부문을 중심으로 한 업황 악화 속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주사 포스코홀딩스가 2차전지 소재 투자 속도를 조절할 만큼 수익성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재무전문가’로 꼽히는 전중선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사장이 짊어진 수익성 반등 과제 역시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포스코그룹 투자 속도 조절, 전중선 포스코이앤씨 그룹 일감 기대 낮아져 '부담'

전중선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사장이 수익성 반등을 이뤄낼지 주목된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2분기에도 철강부문 업황 부진이 이어지면서 1년 전과 비교해 영업이익이 급감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7659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직전 분기인 1분기보다 31% 증가하는 것이지만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하면 42% 줄어드는 것이다.

현재 철강업계는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 일명 ‘3고 현상’에 더해 중국 부동산 침체, 중동 정세 불안 등에 영향을 받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2차전지 소재 분야 역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에 따른 성장 둔화 우려가 큰 상황이다.

철강과 2차전지 소재는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꼽은 ‘7대 미래혁신 과제’의 가장 앞머리에 있는 그룹의 핵심 사업이다. 장 회장이 취임한 뒤 다소 아쉬운 출발일 수밖에 없다.

장 회장 체제 아래 포스코그룹은 수익성 악화와 맞물려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섰다.

포스코홀딩스는 25일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각 사업의 수익률이 떨어질 것에 대비해 기존 수립했던 투자를 전면적으로 점검하고 일부는 축소할 수 있다”며 “일부 사업들에 관해서는 전반적 점검으로 구조조정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려운 업황에도 신규 투자는 유지하겠다던 앞선 1월과는 달라진 방향이다.

특히 2차전지 소재 사업에서는 포스코퓨처엠의 양극재, 음극재를 포함해 리튬과 니켈 등 원재료 생산능력 목표치도 낮춰잡는 등 투자계획 조정 계획도 곧바로 발표했다. 

그룹 차원에서 수익성 확보에 사활을 걸며 포스코이앤씨 구원투수로 등판한 전중선 사장의 고민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최근인 1분기에도 영업이익이 감소한 가운데 향후 뚜렷한 반등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룹 전반의 이익체력이 낮아진 상황에서 재무전문가로 기대를 받은 전 사장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진 셈이다.

포스코이앤씨도 건설업계 침체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라 영업이익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포스코이앤씨의 연간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21년 4409억 원에서 2022년 3086억 원, 지난해 2014억 원까지 감소했다.

1분기에는 영업이익 340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줄어든 것인데 국내 아파트사업 자재비 상승이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일감 확보 측면에서는 순항하고 있다. 지난해에 연간 신규수주 11조 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규모를 3천억 원 늘렸고 올해 1분기에도 지난해 실적의 33%가 넘는 3조7천억 원을 곳간에 쌓았다.

특히 27일 공사비 1조1천억 원 규모의 서울 동작구 노량진1구역 재개발사업 시공사로 선정되며 올해 도시정비 수주(시공권 확보 기준) 3조4천억 원을 달성했다. 2위(현대건설)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치다.

다만 포스코이앤씨 수주잔고에서 원자재비 상승 탓에 낮은 수익성을 나타내고 있는 건축부문 일감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향후 전 사장이 영업이익을 개선하는 일이 쉽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의 직접공사비를 대상으로 가격변동을 나타내는 건설공사비지수(2015년=100)는 올해 2월 154.81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3년 전인 2021년 2월과 비교하면 24%나 뛴 것이다.

포스코이앤씨가 지난해부터 올해 1월까지 수주한 14조7천억 원 가운데 71%가 건축부문 수주로 구성됐다.

전체 수주잔고를 봐도 건축부문 일감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말 기준 포스코이앤씨 전체 수주잔고는 38조 원이다. 이 가운데 개별 계약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잔액 1천억 원 이상의 120여 개 공사에서 100여 개가 국내 건축부문 수주로 이뤄졌다. 금액으로 보면 30조1천억 원 가운데 25조 원이 넘는다.
 
포스코그룹 투자 속도 조절, 전중선 포스코이앤씨 그룹 일감 기대 낮아져 '부담'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전중선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사장 등 관계자들이 4월29일 포항제철소 4고로 3차개수 연화정초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10월까지 이 공사를 진행한다. < 포스코>


포스코이앤씨 수익성을 높이려면 건축부문 비중을 낮추고 플랜트 사업을 확대하는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포스코그룹의 투자 조정은 전 사장에게 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포스코이앤씨는 포스코그룹의 제철 플랜트, 발전 플랜트, 2차전지 관련 플랜트를 중심으로 적지 않은 그룹사 일감을 확보해 왔기 때문이다. 포스코그룹이 투자 속도를 조절하면 포스코이앤씨가 일감을 확보하는 일은 물론 주택사업 의존도를 개선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해 포스코이앤씨가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로 얻은 매출은 2조6361억 원이다. 전체 매출의 25% 규모다.

계열사별로 보면 포스코로부터 가장 많은 1조113억 원의 매출이 발생했고 삼척블루파워(3392억 원), 포스코퓨처엠(2421억 원),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2400억 원)이 뒤를 이었다.

수주잔고에도 포스코의 ‘광양 2고로 2차개수’, 포스코리튬솔루션의 ‘율촌 염수리튬 상업화 2단계 하공정 설계·조달·시공(EPC)’, 포스코퓨처엠의 ‘광양 양극재 5단계’ 등 1조 원 이상의 그룹사 일감이 남아있다.

그룹 일감은 포스코이앤씨의 경쟁력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다.

올해 2월 한국신용평가는 포스코이앤씨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안정적’으로 유지하며 “포스코이앤씨는 계열물량을 통해 철강(제철)플랜트 분야에서 풍부한 시공경험을 축적했다”며 “포스코그룹 투자 계획을 고려할 때 계열공사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엔지니어링 역량, 시공기술 역량을 높여나갈 것”이라며 “향후 수주 및 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리스크들도 선제적으로 검토하고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