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콘퍼런스콜에 나설 팀 쿡 주목, 애플카·비전프로 '실책' 만회할 AI 비전 내놓나

▲ 팀 쿡 애플 CEO가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미래 성장성을 투자자들에 설득하기 위해 인공지능 사업 전략에 확실한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중요한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이폰 판매량 급감으로 애플이 위기에 직면한 반면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는 높아지며 이러한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팀 쿡이 주도한 ‘애플카’와 ‘비전프로’ 등 신사업이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는 만큼 인공지능 기술로 애플의 성장성을 설득하는 과제가 무겁게 자리잡고 있다.

1일 증권사 분석을 종합하면 애플의 1분기(자체 회계연도 2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주요 투자기관들 사이에서 대체로 긍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이폰을 비롯한 애플 주력 상품의 판매 부진이 기정사실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올해는 인공지능 기술로 반전의 기회를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렸기 때문이다.

증권사 번스타인은 아이폰 주요 시장인 중국에서 수요가 감소한 것은 판매 주기 변화에 따른 일시적 변수일 뿐 이러한 추세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바라봤다.

애플이 하반기 출시하는 아이폰16 시리즈에 인공지능 관련 기능을 새로 선보인다면 수요 반등에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졌다.

JP모간도 최근 보고서에서 애플의 인공지능 기술 도입은 과거 5G통신을 처음 적용했을 때와 유사한 수준의 교체수요 자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와 구글 등 주요 스마트폰 업체들은 최신 스마트폰에 잇따라 생성형 인공지능 기반의 사진 편집과 번역, 맞춤형 검색 등 기능을 추가하며 기존 제품과 차별화를 강조하고 있다.

애플도 이를 뒤따라 올해 출시하는 신형 아이폰부터 유사한 기능을 탑재할 것이라는 예측이 주요 투자기관들 사이에서 유력하게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애플은 아직 아이폰 등 제품에 인공지능 기술 도입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팀 쿡 애플 CEO가 연초 콘퍼런스콜을 통해 “인공지능 분야에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올해 안에 이와 관련한 계획을 공개하겠다”고 언급한 것이 사실상 전부다.

따라서 소비자와 증권사들이 애플의 인공지능 기술에 걸고 있는 높은 기대가 실망감으로 바뀌는 데 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직 구체적인 윤곽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애플이 미국 현지시각으로 5월2일 개최하는 콘퍼런스콜이 이와 관련한 의문을 어느 정도 해소해줄 수 있는 첫 기회이자 ‘시험대’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애플 실적을 두고 시장의 기대는 크게 낮아졌다. IDC 등 시장 조사기관의 예측에 따르면 1분기 아이폰 판매량이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1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애플의 1분기 콘퍼런스콜은 팀 쿡 CEO가 이러한 위기를 넘어설 전략과 향후 사업 계획을 투자자들에게 전하고 미래 성장성을 설득하는 자리가 될 공산이 크다.

팀 쿡은 애플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업계에서 기대를 받았던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와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가 사실상 실패한 데 대해 충분한 이유도 제시해야만 한다.
 
애플 콘퍼런스콜에 나설 팀 쿡 주목, 애플카·비전프로 '실책' 만회할 AI 비전 내놓나

▲ 애플의 증강현실 및 가상현실 헤드셋 '비전프로'.

애플카는 지난 10년 동안 애플이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을 들여 준비하고 있던 프로젝트였으나 블룸버그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최근 출시 계획이 완전히 백지화되고 담당 조직이 해체됐다.

비전프로는 출시 초기부터 지나치게 비싼 가격과 낮은 하드웨어 완성도, 콘텐츠 부족 등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애플은 최근 비전프로 생산량 목표치를 크게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카와 비전프로는 팀 쿡이 아이폰 이외에 애플의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을 키워내기 위해 주력하던 신사업이라는 점에서 그의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로 꼽혔다.

이번 콘퍼런스콜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인공지능 기술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팀 쿡 입장에서 ‘불행 중 다행’으로 꼽힌다. 그만큼 여기서 확실한 비전을 제시해야만 한다.

만약 팀 쿡이 애플의 인공지능 기술과 관련한 시장의 기대마저 충족하지 못한다면 기업가치를 방어하기 어려워지고 그의 리더십도 자연히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애플은 자체 기술로 설계하는 아이폰용 프로세서에 수 년 전부터 인공지능 연산을 전담하는 뉴럴엔진을 적용하고 있다.

이를 본격적으로 인공지능 관련 기능 구현에 활용한다면 외부와 통신이 필요하지 않아 보안성과 응답 속도가 뛰어난 ‘온디바이스(On-device) AI’ 분야에서 경쟁우위를 갖출 잠재력이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이와 동시에 구글 ‘제미나이’ 또는 오픈AI ‘챗GPT’ 등 인공지능 챗봇 서비스를 아이폰 등 기기에 탑재하는 협력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증권사 웰스파고는 보고서를 통해 “애플이 차기 아이폰에 인공지능 기술을 어떻게 도입할 지가 이번 콘퍼런스콜에서 가장 주목할 지점”이라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