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미국계 다국적 기업 존슨콘트롤즈 냉난방공조(HVAC) 사업부를 인수 후보 기업으로 낙점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가전 사업 수익성이 크게 악화돼 반도체와 스마트폰 사업과 비교해 존재감이 낮아지고 있다. 냉난방공조는 성장성과 수익성 측면에서 기존 가전 사업의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어 적극 인수를 고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뜻밖의 M&A 행보, 존슨콘트롤즈 냉난방공조 기업 노리는 이유

▲  존슨콘트롤즈 냉난방공조(HVAC) 사업부 인수 후보 가운데 하나로 삼성전자가 거론되고 있다. 사진은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 <삼성전자>


31일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 해외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삼성전자가 존슨콘트롤즈가 최근 매물로 내놓은 HVAC(냉난방공조) 사업 인수를 타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예상 인수 가격은 50억~60억 달러(약 6조7천억~8조 원) 수준이다. 인수를 위해서는 보쉬, 레녹스 등과 경쟁을 벌일 것으로 관측된다.

존슨콘트롤즈는 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미국계 냉난방·공기청정 솔루션 기업으로, 가정·상업용 공조장비와 화재감지 장치 등을 생산한다. 이번에 매각을 추진하는 사업은 미국 냉난방공조 부문과 일본 히타치와 만든 에어컨 합작벤처 지분 60%가 포함돼 있다.

삼성전자는 2017년 글로벌 전장기업 하만 인수를 마지막으로 7년째 대형 인수합병이 없었다.

그동안 인수합병 후보로는 주로 성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로봇, 전장, 차량용 반도체기업 등이 꼽혔다. 이 때문에 존슨콘트롤즈 냉난방공조 사업 인수 가능성이 제기되자, 일각에서는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냉난방공조는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 가전 사업부의 체질을 개선하는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세계 냉난방공조 시장규모는 2019년 2408억 달러(약 314조 원)에서 2030년 3580억 달러(약 466조 원)까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존슨콘트롤즈는 히트펌프를 활용한 냉난방공조 시장의 선두주자다. 히트펌프는 냉방장치인 에어컨과 달리 냉난방으로 모두 사용할 수 있고, 에너지 소비 효율이 높아 친환경적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히트펌프는 성장성이 크다는 점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며 “특히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각 나라별 히트펌프 설치 확대를 위해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뜻밖의 M&A 행보, 존슨콘트롤즈 냉난방공조 기업 노리는 이유

▲ 존슨콘트롤즈 냉난방공조(HVAC) 기기. <존슨콘트롤즈>

또 냉난방공조는 일반가전 사업과 비교해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분류된다. 거래가 주로 기업간거래(B2B) 형태로 이뤄지는 만큼 경기변동에도 영향을 적게 받는다는 장점도 있다.

이 때문에 LG전자는 이미 고효율 히트펌프 중심으로 냉난방공조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에는 높은 성능을 보이는 냉난방공조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미국 알래스카에 히트펌프 연구소를 신설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는 최근 몇 년 동안 수익성 악화에 시달려왔다.

생활가전과 VD(TV)사업부는 2023년 매출 56조4370억 원, 영업이익 1조2580억 원을 거둬 영업이익률이 2.2%에 그쳤다.

따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2023년 생활가전사업부 영업이익은 100억 원 이하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심지어 2022년에는 약 22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파악된다.

사실상 삼성전자 모든 사업부 가운데 생활가전 수익성이 가장 낮은 셈이다.

게다가 소비자 가전제품 수요 둔화와 저가 제품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추격으로 당분간 이와 같은 낮은 수익성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도 경쟁이 치열한 기업과소비자거래(B2C)에서 기업간거래(B2B)로 사업 무게중심을 점차 옮길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인수한 B2B 사업 중심의 하만도 한 때 실패한 인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2021년부터 실적이 개선되기 시작했고 2023년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1조 원, 영업이익률 8.1%라는 호실적을 기록하며 ‘효자’ 자회사로 거듭났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은 20일 제5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수합병은) 많은 부분 진척됐고, 조만간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