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주주이익 극대화를 요구하는 주주제안 대신 지속가능성에 중점을 둔 삼성물산의 주주환원책이 주주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삼성물산이 한시름 놓게 됐다.

다만 삼성물산의 고민은 주주총회 이후로도 지속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주주환원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주총에서 행동주의 펀드에 압승, 지속가능 주주환원 해법은 숙제로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15일 서울 강동구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에서 열린 제60회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15일 서울 강동구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에서 열린 제60회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삼성물산의 배당 원칙을 지적하며 주가 상승을 위한 삼성물산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성토하는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주주는 삼성물산의 결산 배당 원칙의 적절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삼성물산은 이번 결산 배당을 결정하며 관계사 배당수익의 70%를 재원으로 삼아 배당을 진행한다는 원칙을 마련한 바 있다.

소액주주 A씨는 “삼성물산은 재작년부터 작년, 올해에 이어 계속 영업이익이 늘어나고 있다”며 “본사는 제외하고 관계사 배당만을 가지고 주주들한테 배당을 주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토로했다.

이에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당사 자본 배분 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장기적 주주가치 제고”라며 “관계사 배당수익은 주주 배당에 할당하고 사업에서 창출되는 현금 및 자산 매각 자금은 성장을 위해 재투자한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소액주주 B씨는 삼성물산이 주주들에게 보여줘야 할 것은 ‘주가 상승을 위한 절실함’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고 떠들어도 주가가 나쁘면 나쁜 기업이 되는 것”이라며 “저희 주주들이 궁금한 건 도대체 삼성물산이 주가를 올리기 위해서 임직원들이 얼마나 절실함을 가졌는지 그걸 듣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가만 해결된다면 이 주주총회장이 축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 사장은 B씨의 의견을 듣고 난 뒤 “삼성물산은 2022년부터 확실하게 향상된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며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신뢰를 회복하고 있으며 신뢰를 바탕으로 주가도 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지속 가능한 사업의 유지를 위해서는 기업의 미래를 위한 투자를 줄일 수는 없다며 삼성물산이 즉각적이고 강력한 효과를 갖춘 주가 상승 방안을 선택하지 않으리라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날 삼성물산은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을 요구한 행동주의펀드 연합의 공세를 상대로 완승을 거뒀다.

주주총회에서 2023년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2550원, 우선주 1주당 2600원 등 모두 합쳐 4173억 원을 배당하기로 한 이사회의 안과 보통주 1주당 4500원, 우선주 1주당 4550원 등 총 7364억 원의 결산배당을 시행해야 한다는 행동주의펀드의 안이 맞붙었다.
 
삼성물산 주총에서 행동주의 펀드에 압승, 지속가능 주주환원 해법은 숙제로

▲ 도현수 법무법인 린 변호사(왼쪽)가  15일 서울 강동구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에서 열린 제60회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 설명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밀로쉬 주르코프스키 법무법인 린 변호사. <비즈니스포스트>


행동주의펀드의 법률 대리인을 맡은 도현수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표결 발표에 앞서 “삼성물산이 변화 요구에 부응한다면 더욱 매력적인 투자처로 거듭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삼성물산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신호가 왔고 변화는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며 삼성물산이 강력한 주주환원책을 펼쳐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표결 결과는 삼성물산의 승리였다. 전자투표와 위임장을 통해 진행된 사전투표에서 행동주의펀드의 주장은 23%인 3200만 주의 찬성표만을 획득했다. 

5천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라는 행동주의펀드의 안건을 향한 지지는 더욱 미약했다.

행동주의펀드의 자사주 매입 안건에 찬성표를 던진 주식 수는 현금배당 안건보다 더 적은 2400만 주(18%)에 그쳤다. 82%에 해당하는 1억1400만 주는 행동주의펀드 연합의 안건이 부당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주주제안 통과를 저지하며 한숨을 돌리게 된 삼성물산이지만 향후 주주환원 정책과 관련한 고민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행동주의펀드 연합 지분은 1.46%에 불과한데 적게는 16%에서 많게는 21%에 이르는 주주들이 이들의 의견에 찬성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ISS, 글래스루이스 등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과 노르웨이 국부펀드 등 해외 주요 연기금 등이 행동주의펀드의 의견에 찬동함에 따라 적지 않은 주주가 행동주의펀드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삼성물산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주총 결과를 가벼이 볼 수 없다는 시선이 떠오른다. 주총 의결권 보유 기준인 2023년 12월 말 20.08%였던 외국인 투자자 비율은 전날인 3월14일 기준으로 23.90%까지 석 달도 채 안 되는 새 3.82%포인트 증가했다.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강력히 추진하면서 증시에 주주환원 강화 흐름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도 삼성물산으로서는 긴장을 풀지 못하는 이유다.

금융위는 14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관련 기관투자자 간담회에서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원칙) 개정안을 발표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7개 원칙 가운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한 내용은 3번째 원칙인 ‘기관투자자는 투자 대상 회사의 중장기적인 가치를 제고해 투자자산의 가치를 보존하고 높일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이다.

한국ESG기준원은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에 기관투자자가 투자 대상 회사가 기업가치를 중장기적으로 향상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시행·소통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으로 기관투자자들은 투자 대상 회사가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지 확인할 수 있으며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지 않는 회사에 프로그램 참가도 권고할 수 있게 됐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블룸버그와 인터뷰를 통해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방안이 고령화와 성장 둔화 등의 문제로 인한 재정적 충격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정부는 배당 관련 세제 개선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밸류업 지원방안과 관련해선 “국민은 자산 형성을 통해 부를 축적할 수 있어 인구 고령화에 도움이 된다”며 “기업은 주식시장에서 원활하게 자본을 조달하고 투자할 수 있어 저성장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물산 주가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1월16일 기준 11만9300원의 종가를 기록했던 삼성물산 주가는 윤석열 대통령이 1월17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언급한 뒤 밸류업 최적화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꾸준히 올라 3월14일 17만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합병 삼성물산이 출범한 뒤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만 이날 삼성물산 주가는 행동주의펀드 주주제안이 부결되면서 장중 한때 15만3500원까지 떨어졌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