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이코리아 편집장 박진희 “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 이야기 낼 것”

▲ 박진희 세이코리아 편집장이 올해 출판업계의 변화와 트렌드에 관한 견해를 밝혔다. <커리어케어>

[비즈니스포스트] “크든 작든 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책에 담고 싶습니다. 어떤 분야에서든 ‘자기 경영’에 성공한 사람들이라면 독자들이 원하는 책 한 권 분량의 콘텐츠는 갖고 있습니다.”

경제경영 분야를 비롯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 관한 책을 발간하는 세이코리아의 편집장 박진희 상무는 경제경영서와 자기계발서가 독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던 시대에 출판계에 입문했다. 박 상무의 관심사는 늘 ‘사람’이었다. 그에게 책을 만드는 원동력은 ‘내가 만든 책이 독자들의 삶을 변화시킨다’는 믿음이었다.

박 상무가 20년 넘게 책을 만드는 동안 출판계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사람들이 콘텐츠를 접하는 방식이 ‘읽기’에서 '보기'로, 책에서 온라인 콘텐츠로 옮겨갔다.

이런 변화는 출판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출판시장은 앞으로 어떻게 바뀌고, 세이코리아는시장변화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11일 박 상무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세이코리아의 올해 출간 계획을 듣고 싶다.

“작년 5월 입사해 작년에 5종, 올해 2월까지 2종을 만들었다. 지난 1월에 김기백 한투운용 매니저의 '주주환원 시대 숨어있는 명품 우량주로 승부하라(이하 주주환원 시대)’를 출간했고, 지금 막 한국마케팅협회 이해선 회장의 '생각의 크기가 시장의 크기다(이하 생각의 크기)’를 선보였다. 올해 목표는 최소 10종을 출간하는 것이다. 경제경영서가 주를 이룰 것 같다.

작년에 출간한 '나는 왜 마약 변호사를 하는가'에 이어 법조인의 책 2종도 준비 중이다. 세이코리아는 국내 최대 헤드헌팅 회사인 커리어케어의 출판본부라는 정체성에 맞게 ‘경영자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출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직장인들을 위한 양질의 경제경영서와 자기계발서를 꾸준히 출간해 ‘세이코리아’의 브랜드 이미지를 정립하는데 관심을 두고 있다.”
    
- 올해 가장 기대되는 책은 무엇인가?

“'주주환원 시대'와 '생각의 크기' 두 권 모두 기대작이다. '주주환원 시대'는 이미 독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저자는 여의도에서 ‘기업 탐방왕’으로 불릴 만큼 ‘발로 뛰는 데이터베이스’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책은 새로운 시대적 흐름과 그 흐름에 부합하는 투자원칙을 충실히 담고 있다. 앞으로 나올 책도 독자들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콘텐츠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 이해선 회장의 책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얘기해 달라.

“이 회장은 설화수, 이니스프리, 비트, 미쟝센, 식물나라, 햇반, 코웨이 같은 한국인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유명 브랜드의 마케팅을 진두지휘했다. 브랜드로 한류를 일군 한국 마케팅의 ‘살아있는 전설’로, 진두지휘했던 조 단위 프로젝트만 10여 개나 된다. 한국 마케팅의 거목인 이 회장의 40여 년 마케팅 지식과 경험을 한 권에 오롯이 담았다.

이 책을 만들기 위해 반 년 넘게 이 회장을 만나면서 많은 영감과 자극을 받았다. 아이디어와 통찰로 가득 찬, 매력이 넘치는 분이다. 이 책은 이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흥미진진하다. 출간 소식을 듣고 “드디어 그 분이 책을 냈구나”라며 반가워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 오랜 기간 출판계에서 일했다. 출판계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

“사람들이 콘텐츠를 습득하는 방식이 달라지면서 출판사도 변했다. 저자가 책을 출간하는 목적도 다양해졌다. 유튜브의 인플루언서가 쓴 책이 독자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을 보면 변화를 실감하게 된다. 저자의 권위도 완전히 달라졌다. 그동안 학력, 경력 같은 소위 ‘스펙’이 중요했는데, 이제는 인기가 얼마나 되는지가 권위의 척도가 되고 있다. 경제경영이나 자기계발서도 마찬가지다. ‘팬덤’을 얼마나 소유하고 있는지가 초판 인쇄 부수를 결정한다. 색깔, 즉 개성도 중요해졌다. 자신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트렌드가 저자와 독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 그러한 트렌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가?

“그렇다. 책은 지식 습득의 도구라는 역할을 넘어 ‘소장품’으로서 특성이 강조되는 등 변화에 발맞춰 쓰임새를 넓혀 갈 것이다. 마케팅 범위도 서점뿐만 아니라 인플루언서, 유튜브 SNS, 독자와의 만남으로 넓어지고 있다. 책의 입지가 좁아진 것은 안타깝지만, 새 흐름에 맞추어 스스로를 바꾸는 움직임은 흥미진진하다. 시대는 변했지만 책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 것 같다.”

- 다양한 출판사를 거쳐왔는데 세이코리아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

“그동안 주로 경제경영서를 만들어 왔다. 원래 책벌레였고 관심사도 다양해 소설과 동화도 만들어봤지만, 경제경영서와 자기계발서는 늘 나의 ‘본령’과도 같았다. 이 때문에 세이코리아가 경제경영서라는 중심을 확고하게 잡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국내 최대 헤드헌팅 회사로서 폭넓은 저자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내가 몸담았던 출판사들은 대부분 입사한 이후 베스트셀러를 내고 회사 규모가 급격하게 커졌다.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는데, 세이코리아에서도 그런 경험을 하고 싶었다. 세이코리아는 이제 3년차에 들어섰다. 스타트업의 반짝반짝한 에너지, 조직의 기반을 닦아나가는 설렘, 조직의 팀워크를 다져가는 경험, 신간 출간 목록을 리스트업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었다.”

- 세이코리아가 만드는 책이 다른 출판사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우리 저자들은 대부분 전문 작가들이 아니다. 갖고 있는 콘텐츠는 탄탄하지만, 글 쓰는 데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많다. 세이코리아는 ‘누구보다 훌륭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지만 책을 쓰는 건 어려운’ 저자들에게 확신을 줄 수 있을 만큼 수준 높은 편집 능력을 갖고 있다. 한국 출판사 가운데 ‘경영자 이야기’를 집중 출간하겠다는 열망을 가진 곳은 별로 없다. 저자에게도, 독자에게도 의미 있는 출판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 책을 오랫동안 만들어 왔는데, 어떤 마음으로 책을 만드는가?

“나는 편집을 사랑한다. 편집은 거칠어 울퉁불퉁한 원석의 콘텐츠를 어르고, 달래고, 깎아내고, 보강하고, 보기 좋게 다듬는 일이다. 콘텐츠가 책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은 늘 감동적이다. 저자의 콘텐츠를 최초로 만나는 독자로서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편집자는 저자와 독자를 연결하는 다리와 같은 존재다.

더 많은 독자를 만날 수 있도록 콘텐츠를 다듬고, 더 많은 경로로 독자를 만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나의 노력이 독자를 콘텐츠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이 이 직업에서 느끼는 보람이다. 책을 기획해 만드는 것은 살아 숨쉬는 생동감, 자극과 영감을 주는 최고의 경험이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