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밸류업 프로그램'에 경영평가도 반영, 상장공기업 주주환원 확대 촉각

▲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경영평가도 반영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기업 주주환원정책이 주목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업종을 중심으로 '칼질'을 예고한 가운데 상장 공기업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에 더해 정부가 2024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주주가치 제고’ 항목을 넣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며 상장 공기업들이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할지를 놓고 이목이 끌리고 있다.

21일 금융당국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6일 증시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안을 발표한다.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자발적 노력을 촉진하기 위해 주주환원 확대와 지배구조 개선 등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내용 등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증시 밸류업 프로그램은 한국 상장기업의 주식 가격이 업종, 업계 위치, 규모가 유사한 외국 상장기업과 비교해 낮게 형성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는 1월 열린 민생토론회 등을 통해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기재하게 한 뒤 기업이 공시 우수법인으로 선정되면 가점을 부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주주가치가 높은 기업으로 구성된 신규 지수 및 ETF 상품도 만들어 기업들의 자발적인 가치 상승을 유도한다.

정부가 증시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알려지며 주주들의 관심이 상장 공기업으로 쏠렸다. 공기업 가운데 현재 주식시장에 상장된 곳은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한전KPS, 한전기술, 강원랜드, 그랜드코리아레저(GKL) 등 모두 7개다.

이 가운데 한국전력은 PBR 0.37배, 가스공사는 0.25배, 지역난방공사 0.27배 등은 PBR이 특히 낮은 편이라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를 입어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PBR은 기업의 주가를 주당순자산으로 나눈 수치로 1보다 작을수록 주가가 저평가돼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한국전력은 20일 장중 2만3950원으로 신고가 기록을 세웠고 2만3400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3거래일 연속 주가가 상승했다.

지역난방공사 주가는 19일 4만3350원으로 상한가를 기록했다가 20일에는 12.11% 하락한 3만8100원에 마감하는 등 변동폭이 커졌다. 한국가스공사 주가도 16일 2.84%, 19일 12.71% 오르는 등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이다 20일 1.63% 하락 반전했다.

다른 상장공기업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19일 주가가 급등하는 모습을 보인 뒤 20일 차액 실현 등으로 주가가 빠지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가 이번에 도입하는 증시 밸류업 프로그램은 일본에서 도입해 큰 성공을 거둔 제도다. 

도쿄증권거래소는 2015년부터 일본의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인식 아래 정책을 준비해 왔다. 

이들은 2015년 기업지배구조 공시를 의무화한 데 이어 2021년 개정을 통해 더 높은 수준의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마련했다, 2022년 4월에는 상장시장을 대기업 중심의 프라임(Prime), 중견기업 중심의 스탠다드(Standard), 신흥기업 위주의 그로스(Growth)로 재편했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는 2023년 3월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PBR이 1배보다 낮은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자본비용과 주가를 의식한 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과 이행 목표를 매해 공개하도록 요구했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올해 1월에는 요청에 대응하고 있는 기업 목록을 공개하기까지 했다. 목록에 따르면 프라임 증권시장의 40%(660사), 스탠다드 증권시장의 11.8%(191사)가 도쿄증권거래소의 요청을 받아들여 저PBR 개선 방안을 내놨다.

도쿄증권거래소는 2023년 5월 PBR과 ROE(자기자본이익률)를 모두 충족해 가치 창출이 예상되는 150개 대기업을 선정한 JPX 프라임 150 지수도 신설했다. 해당 지수에는 일본 주식시장 시가총액 1위인 도요타가 포함되지 않는 걸로 알려졌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이 지수를 통해 해외 투자자들의 일본 기업을 향한 관심을 고취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정부 '밸류업 프로그램'에 경영평가도 반영, 상장공기업 주주환원 확대 촉각

윤석열 대통령이 1월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네번째,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도 주주가치 제고 항목을 넣을 것으로 보인다. 증시 밸류업 프로그램과 함께 공기업의 주주환원 정책 강화에 관심이 몰리는 대목이다.

정부가 공개하기로 예정된 ‘2024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편람’에 평가 항목으로 △배당 수준의 적정성 △소액주주 보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모범규준 준수 등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성과 등을 추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10년 전인 2014년 정부출자기관 중기배당계획을 수립해 2020년까지 공기업 등의 배당성향을 40%까지 높이기로 했다.  하지만 2018년 정부출자기관 평균 배당성향은 34.98%까지 높아졌다가 2019년 32.48%, 2020년 32.58%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2022년 초 수립한 중기배당계획에서 2026년까지 배당성향 목표치를 40%로 유지하기로 정해졌고 2022년 평균 배당성향 39.9%로 배당이 이뤄졌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주주가치 제고를 반영하면 이들의 배당성향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공기업은 이익 창출 및 주주환원 정책에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국전력은 2021년 이후로 배당을 진행한 적이 없다. 한국전력은 2021년 3월 보통주 1주당 1216원, 총액 7806억 원 규모 배당을 했다. 배당성향은 40%였다.

다만 최근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사재를 들여 백지신탁 기준한도인 3천만 원까지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회사가치 제고 의지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난방공사와 한국가스공사는 2022년에 마지막 현금배당을 진행했다. 

지역난방공사는 보통주 1주당 797원으로 92억 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실시했으며 배당성향은 40%였다.

한국가스공사의 현금배당은 보통주 1주당 2728원, 2341억 원 규모로 배당성향은 24.6%였다. 가스공사는 재정 악화와 9조 원 규모의 미수금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현금배당을 실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전기술은 2023년 보통주 1주당 283원, 총액 108억 원을 배당했고 한전KPS는 2023년 보통주 1주당 1305원, 총액 587억 원을 배당했다. 배당성향은 각각 60.0%, 58.6%였다.

강원랜드는 2023년 3년 만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보통주 1주당 350원으로 710억 원 규모로 배당성향은 61.4%였다. GKL은 올해 4년 만의 현금배당을 진행한다. 보통주 1주당 353원, 총액 218억 원으로 배당성향은 49.7% 수준이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