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건설업종은 전통적으로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로 분류된다. 경기를 심하게 타는 업종인 데다 부채비율도 높아 장부가치와 비교해 낮은 평가를 받아왔다. 

최근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저평가된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구상을 발표해 건설업종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인다. 다만 건설업 전반에 부동산 경기 불안,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문제 등 주가 할인 요소가 여전한만큼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저PBR 건설업종 '밸류업 정책'으로 도약할까, 시장 시선 냉정한 까닭은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뒤 저PBR 업종 주가들이 오르고 있다.


18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정부는 2월 중 최상목 경제부총리 주재 비상경제장관회의를 통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최종 확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국거래소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발표되면 기업가치 개선 계획 공표를 권고하기로 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업가치 개선계획에서 PBR이나 ROE(자기자본이익률) 목표치 제시를 포함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대응전략을 밝히도록 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1월24일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뒤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에 힘입어 저PBR 업종들 위주로 주가가 크게 오르는 양상이 뚜렷하다.

한국거래소에서 발표하는 KRX업종 지수를 보면 1월24일부터 최근 거래일(16일)까지 KRX보험 20.7%, KRX자동차 18.4%, KRX증권 15.3%, KRX은행 13.0%, KRX에너지화학 12.9% 등이 두 자릿수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16일 기준 PBR을 살펴보면 KRX보험 0.44배, KRX자동차 0.71배, ,KRX증권 0.47, KRX은행 0.44배, KRX 에너지화학 1.03배 등이다. 

KRX업종지수는 시장의 특정 산업군의 흐름을 반영하는 주가지수로 총 17개 섹터지수로 구성돼 있다. 

반면 전통적 저PBR 업종으로 분류되는 KRX건설 지수는 상대적으로 신통찮은 성적을 보였다. 같은 기간 KRX건설 지수 수익률은 5.9%를 기록해 17개 업종 가운데 8위였다. 16일 기준 건설업종 PBR은 0.6배 수준이다.

KRX건설 지수는 27개 종목으로 구성됐다. 구체적으로는 삼성엔지니어링, 현대건설, 쌍용C&E, 한전기술, 대우건설, DL이앤씨,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한일시멘트, 경동나비엔, KCC글라스 등이다.

종합건설사부터 건설자재 기업까지 포함돼 있어 기업별로 PBR은 제각각이다. 국내 부동산 관련 사업을 하지 않는 삼성엔지니어링은 PBR 1.36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고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으로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받는 쌍용C&E의 PBR은 2.18배 정도를 보이고 있다. 

다만 국내 주택사업을 영위하는 종합건설사들의 사정은 여의치 않다. 종합건설사들의 PBR을 보면 현대건설 0.46배, 대우건설 0.40배, DL이앤씨 0.37배, GS건설 0.28배, HDC현대산업개발 0.38배 등 낮은 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도입되더라도 건설업종 주가 상승이 쉽지 않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PF(프로젝트파이낸싱) 우발부채에 따른 장부 신뢰성이 낮고 부채비율이 높아져 주주환원 정책에 관한 기대가 크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부동산경기가 악화하면서 PF 우발채무가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를 주가에 할인해 반영해야 한다는 논리가 제기된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적자를 보이고 있고 부채비율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주주환원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선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공사미수금 회수 우려, 자체사업 미착공 장기화, 우발부채 현실화 가능성, 미분양 대물인수 가능성 등이 있는 건설사 장부(Book)의 신뢰도가 낮다”며 “저PBR주로 부각되기 위해서는 미분양 축소와 영업현금흐름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저PBR 건설업종 '밸류업 정책'으로 도약할까, 시장 시선 냉정한 까닭은

▲ 정부의 증시부양 정책 기대감에 급등한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들의 주가가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함영중 DL이앤씨 재무관리실 투자관리 담당 임원은 지난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건설사 가운데 PF우발채무가 자기자본보다 큰 회사가 많고 건설경기가 악화하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며 “자본이 5조~10조 원이 있더라도 우발채무가 현실화하면 큰 재무적 곤경에 처할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2022년 9월28일 강원 레고랜드 사태 이후 건설업종 심리가 위축된 이후 종합건설사의 투자심리는 PF 우발채무 우려에 크게 위축됐다. 지난해 말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이런 기조는 더욱 견고히 자리잡았다.

대형증권사 한 곳은 업종의견 자체를 관망으로 돌리기도 했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14일 보고서를 통해 “건설과 관련된 업종 전반적으로 관망 의견을 제시한다”며 “미분양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업황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어 미분양, 입주율 하락 등으로 미수금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선별투자를 통해 건설업종에서 초과수익(알파)를 창출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혼란한 시기에 재평가되는 것이 건설업종의 역사다”며 “미착공 우발채무가 적고 차별적 스토리를 지닌 회사를 봐야 한다”며 “HDC현대산업개발, DL이앤씨, 삼성엔지니어링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우발부채가 적고, 이익성장 가시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DL이앤씨는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했고 삼성엔지니어링은 국내 주택사업을 영위하지 않으면서 상반기부터 해외 수주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됐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