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백화점그룹이 주주친화 정책의 모범 사례를 쓰고 있다.

그동안 주요 상장사만 중장기 배당정책을 세웠는데 이 기조를 계열사 전반으로 확대하고 있다.
 
정지선 “이게 주주친화야”, 현대백화점 계열사 전반으로 중장기 배당정책 확대

▲ 현대백화점그룹이 중장기 배당정책을 상장 계열사 여러 곳에도 수립하도록 했다. 사진은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강조해온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갈수록 계열사 전반에 도입되는 모양새다.

8일 현대백화점그룹 주요 상장 계열사를 살펴보면 올해 처음으로 중장기 배당정책을 수립한 계열사가 여럿 생긴 것으로 확인된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 계열사 한섬은 올해 처음으로 2023~2026년 배당정책을 수립하고 발표했다. 앞으로 별도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배당하는 것을 목표로 삼기로 했으며 주당 최저배당액을 750원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배당 재원이 1주당 750원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750원씩은 꼭 주겠다는 의미다.

한섬이 그동안 배당에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회사라는 점에서 이번 배당정책 수립의 의미는 적지 않다.

한섬의 최근 배당 내역을 살펴보면 2020년 450원, 2021년 600원, 2022년 750원 등이었다. 배당성향으로 따지면 각각 11.6%, 11.5%, 13.4%였으며 시가배당율도 각각 1.53%, 1.68%, 2.69%로 비교적 낮은 수준이었다.

가구 계열사 현대리바트 역시 올해 처음으로 배당정책을 세웠다.

현대리바트 역시 한섬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결산배당부터 시작해 2026년 결산년도까지 모두 4년의 배당정책 원칙을 수립했다. 별도 영업이익의 10% 이상 배당을 지향하기로 했으며 배당액은 직전 년도 배당액의 ±30% 안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2022년 3월 인수한 지누스도 배당정책 수립에 동참했다. 지누스도 2026년 사업연도까지 모두 4년 동안 연결재무제표 기준 배당성향 25% 이상을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누스는 이밖에도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뿐 아니라 추가로 35억 원을 들여 자사주를 매입한 뒤 모든 자사주를 4월 안에 소각하겠다는 별도의 주주환원 정책도 내놨다.

코스피 상장 계열사뿐 아니라 현대이지웰과 현대에버다임과 같은 코스닥에 상장한 현대백화점 계열사들도 올해 처음으로 배당정책을 수립하며 이를 공시했다.

2021년부터 배당정책을 수립했던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 현대홈쇼핑 역시 이번에 중장기 배당정책을 다시 만들었다.

이런 움직임들은 현대백화점그룹이 중장기 배당정책 수립과 관련한 정책을 올해부터 다른 여러 계열사로도 넓힌 것으로 읽힌다.

중장기 배당정책 수립은 기업들이 지켜야 할 의무 조항이 아니다. 하면 좋지만 안 해도 기업의 경영 활동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얘기다.
 
정지선 “이게 주주친화야”, 현대백화점 계열사 전반으로 중장기 배당정책 확대

▲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백화점 본사.


하지만 최근 수 년 사이 ESG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지배구조(G)와 관련해 배당정책을 살펴보는 기관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얼마나 적극적으로 주주친화 정책을 추진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배당정책 수립 유무를 따지는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런 흐름을 살펴볼 때 현대백화점그룹 여러 계열사의 중장기 배당정책 수립은 적극적으로 ESG 경영을 하겠다고 선포한 정지선 회장의 의지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많아 보인다.

대기업 유통기업으로 봤을 때도 정 회장의 움직임은 적극적이라고 볼 여지가 많다.

경쟁사인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의 유통 계열사들을 보면 주요 계열사 위주로만 중장기 배당정책이 세워져 있을뿐 유통 계열사 전반적으로 배당정책을 수립한 회사는 드물다.

정 회장은 ESG 경영을 추진하기 위해 ESG 관련 브랜드를 만들었을 뿐 아니라 각 계열사마다 ESG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데 힘을 싣기 위해 이미 중장기 ESG 전략도 수립해놓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KCGS)이 실시한 2023년에서 현대백화점그룹 상장 계열사 10곳이 모두 ‘통합 A’ 등급 이상을 받은 것은 정 회장의 의지가 구체적 성과로 확인된 사례 가운데 하나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