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LG화학 영업이익이 올해 들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4분기 수익성이 저점을 찍었다는 것이다.

이에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은 연초부터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신 부회장은 올해 내내 폐플라스틱 재활용 공장 및 국내 양극재 공장 일부 완공, 미국 양극재 공장 건설 등을 차질 없이 수행하는 데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삼중고’ LG화학 영업이익 바닥 지났나, 신학철 부진 딛고 올해 ‘실행력’ 높인다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이 올해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실행'에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 LG화학 > 


21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LG화학 실적, 특히 영업이익이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바닥을 지난 것으로 파악된다.

LG화학은 31일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앞두고 연간 영업이익이 15% 이상 변동함에 따라 19일 지난해 연간 실적을 공시했다. 지난해 LG화학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조5292억 원으로 2022년보다 15.1% 감소했다.

이에 LG화학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2500억 원가량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첨단소재 사업부문의 양극재 중심 배터리소재 사업과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사업이 제 궤도에 오른 2021년부터 봤을 때 2022년 4분기(영업이익 1913억 원)에 이어 2번째로 영업이익이 3천억 원을 밑도는 것이다.

세부 사업부별 영업이익은 아직 알 수 없지만 LG에너지솔루션(4분기 영업이익 3382억 원)을 제외하면 자체 사업에서는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9일 실적을 발표한 LG에너지솔루션도 4분기 영업이익을 놓고 ‘어닝쇼크(실적충격)’라는 평가를 받았다.

1년 넘게 회복되지 않은 석유화학 업황에 더해 올해부터 나타난 배터리 가치사슬(밸류체인)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는 판매가격 및 출하량 하락 탓에 LG화학은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배터리소재·배터리 부문에서 실적 ‘삼중고’를 겪고 있다.

다만 LG화학은 석유화학, 배터리소재, 배터리 업황이 바닥을 지나고 있어 올해 1분기부터 영업이익이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LG화학 분석리포트를 낸 대부분의 증권사는 1분기 5천억 원 안팎을 시작으로 LG화학 올해 분기별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9일 기준 LG화학의 올해 1,2,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컨센서스)는 각각 5274억 원, 7629억 원, 1조975억 원이다.

석유화학 부문은 2022년 하반기 이후 워낙 업황이 안 좋았던 탓에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중국의 경기 부양 및 세계적 금리인하 기조 등에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초부터 계속 나오던 석유화학 업황 반등이 결국 실현되지 않았지만 더 나빠졌다고도 볼 수 없다”며 “유가 등락에 따른 원자재 투입 시차 효과(래깅 효과)가 부정적으로 작용하느냐 긍정적으로 작용하느냐에 따라 실적 변동이 어느 정도 있겠지만 큰 틀에서 봤을 때는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점진적으로 회복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전기자동차 산업 성장 둔화와 리튬 등 주요 메탈 가격 상승에 타격을 입은 배터리소재, 배터리 부문도 최악은 지났다는 예측이 나온다.

메탈 가격 흐름은 예상하기 어렵지만 전기차 시장 둔화 흐름은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점차 해소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신한투자증권은 “2024년 전기차 수요는 상저하고가 뚜렷하며 주요 신차들이 출시되는 하반기부터 LG에너지솔루션 실적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이라며 “메탈 가격 하락세에 따른 LG화학 첨단소재 사업부문 단기 실적 불확실성은 존재하지만 중장기 성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바라봤다.

신 부회장은 실적 회복에 발맞춰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2024년을 LG화학의 ‘실행의 해’로 규정한 신 부회장은 연초부터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 부회장은 15일(현지시각)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 연차총회(다보스포럼)에 참석한 뒤 18일(현지시각) 곧장 이탈리아로 날아가 국영 에너지기업 에니(ENI)와 수소화 식물성 오일(HVO) 합작법인 설립계약을 맺는 자리에 참석했다.
 
‘삼중고’ LG화학 영업이익 바닥 지났나, 신학철 부진 딛고 올해 ‘실행력’ 높인다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클라우디오 데스칼지 에니(ENI) CEO가 18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로마에서 차세대 바이오 오일(HVO)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LG화학 >

HVO는 폐식용유 등의 식물성 원료에 수소를 첨가해 생산하는 바이오 오일이다. 신 부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LG화학 3대 성장동력(친환경 지속가능 비즈니스, 배터리소재, 글로벌 신약) 사업 가운데 지속가능 분야의 경쟁력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LG화학은 2026년까지 충남 대산 사업장에 연산 30만 톤 규모의 HVO 생산공장을 짓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HVO를 고흡수성수지(SAP), 고부가합성수지(ABS), 폴리염화비닐(PVC) 등에 원료로 활용해 플라스틱의 친환경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올해 신 부회장은 세계경제포럼 자문기구이자 경제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리더들이 소통하는 모임으로 꼽히는 국제비즈니스위원회(IBC) 멤버로 선정되며 국제무대에서 활동 반경을 더 넓히기도 했다.

신 부회장은 올해 다보스포럼에서 3대 성장동력 분야의 기업 10여 개와 직접 교류하며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사업기회를 찾는 데 힘썼다.

신 부회장은 올해 내내 ‘실행력’을 높이는데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이 미래 성장동력을 닦기 위한 굵직굵직한 사업들이 완료되거나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올해 말 당진시 석문국가산업단지에 열분해유 공장을 완공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LG화학은 열분해유 사업을 친환경 지속가능 비즈니스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당진 열분해유 공장 건설에는 차세대 단열재인 에어로젤 생산공장 건설과 합쳐 모두 3100억 원이 투입된다. 

열분해유는 폐플라스틱을 고온으로 가열해 나온 기름으로 다시 플라스틱 생산에 투입이 가능한 대표적 화학적 재활용 원료다. 화학적 재활용은 폐플라스틱을 기계적으로 분해해 재사용하는 물리적 방식과 비교해 더 많은 플라스틱을 재탄생시킬 수 있는 기술로 꼽힌다.

또 LG화학은 올해 안에 구미 양극재 공장의 연산 2만 톤의 생산라인을 완공하고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구미 양극재 공장의 규모는 2026년까지 연산 6만 톤으로 계획돼 있다.

이를 통해 LG화학의 연간 양극재 생산능력은 지난해 말 기준 12만 톤에서 올해 말 14만 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지난해 연말 착공한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 양극재 공장 건설도 신 부회장이 차질없이 실행에 옮겨야 할 LG화학의 핵심 사업 가운데 하나다.

LG화학은 미국 클락스빌 양극재 공장에 최대 4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26년 양산을 목표로 하는 1단계 프로젝트(연산 6만 톤)에는 2조 원을 투입하는데 이 1단계만으로도 미국 최대 양극재 공장이 된다.

신 부회장은 17일(현지시각) 다보스포럼 참석을 계기로 진행한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올해 배터리 산업은 최대 25%까지 성장할 것”이라며 “배터리소재 산업 역시 비약적으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3대 성장동력 분야에서 인수합병(M&A)을 검토하고 있다”며 추가 투자를 향한 의지를 내비쳤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