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올해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재생에너지 관련주 주가가 타격을 입고 있다.

그러나 증권가에선 법제화된 이슈가 트럼프의 존재감으로 희석되지 않는다고 보고 주가 하락을 저점 매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트럼프 승승장구하자 재생에너지주 타격 받아, 증권가 ‘저점매수 기회’ 무게 왜

▲ 친환경 정책 폐지 공약을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사진)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재생에너지 업종 투심도 얼어붙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태양광 대표 종목 가운데 하나인 한화솔루션 주가는 이번주에 총 11.29% 하락했다.

이 밖에 HD현대에너지솔루션(-10.68%), OCI(-8.81%), 대명에너지(-7.11%) 등 태양광 관련주 주가도 같은 기간 크게 내렸다.

재생에너지의 또 다른 축인 풍력 관련 종목들도 마찬가지로 이번주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 씨에스윈드(-10.91%),  SK오션플랜트(-10.59%), KCC(-6.05%), 유니슨(-4.94%) 등 주가가 크게 내렸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하락폭은 2.07%에 그쳤다.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점차 커지면서 재생에너지 투심이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는 당선 시 현임 조 바이든 대통령의 친환경 지원 정책인 IRA(인플레이션감축법)를 폐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15일 아이오와주 공화당 코커스에서 득표율 51%로 1위를 차지하며 첫 경선에서 압승했다.

현재 미국에선 공화당 내에 트럼프에 대항할 만한 후보가 없는 만큼 트럼프의 경선 승리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대선에서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미국 내  6개 스윙보트주에서 위스콘신주를 빼고 트럼프가 여론에서 모두 압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설문응답에서도 ‘경제를 더 잘 이끌 후보’에서 트럼프(59%)가 바이든(37%)을 큰 차이로 따돌렸으며 이민정책(53%vs41%),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결(50%vs39%) 등에서 모두 민심이 트럼프에 우세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당선의 공신인 데이빗 액슬로드 미국 민주당 전략가마저 이 결과를 보고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포기를 심각히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이든은 출마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선 트럼프발 악재로 인한 재생에너지주 주가 하락을 오히려 저가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우려를 일축하고 있다.

근거는 지난 트럼프 1기 정부에서 재생에너지 주가의 흐름이다. 글로벌 1위 풍력 터빈 기업인 베스타스(Vestas) 주가는 2016년 11월8일 트럼프가 당선된 뒤 약 한 달 동안 23% 급락했다. 당시에도 트럼프는 전임 오바마 정부의 친환경 지원정책 폐지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후 4년 동안 베스타스 주가는 꾸준히 올라 트럼프 임기 말에 이르러 약 3배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오마바 정부 때 입법화한 풍력 보조금 정책 효과가 2019년과 2020년 급격히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트럼프는 막상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자 친황경 보조금 정책 폐지를 포기했다.

결국 트럼프의 친환경 정책 반대는 정치적인 의도가 더 강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대선 기간에 외치는 IRA 폐지 구호도 바이든에 대한 비토 정서를 확산시키는 목적에 그칠 수 있다.

현재 IRA로 재생에너지 관련 정책 수혜를 입는 지역은 공화당 텃밭인 경우가 더 많아 트럼프가 적극적인 친환경정책 반대노선을 걷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 

법적으로도 트럼프가 IRA를 폐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IRA를 완벽히 폐지하기 위해선 상하원에서 공화당이 다수당이 됨과 동시에 상원 총 100석 가운데 60석 이상을 차지해야 하지만 현실성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트럼프가 당선된다 해도 재생에너지 업종 주가는 단기적으로 충격을 받았다가 향후 IRA 효과가 본격화되면서 장기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승승장구하자 재생에너지주 타격 받아, 증권가 ‘저점매수 기회’ 무게 왜

▲ 풍력 대표 종목으로 꼽히는 씨에스윈드는 올해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풍력 시장은 올해부터 IRA 효과가 본격화된다”며 “트럼프발 악재는 펀더멘털에 가려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서 “씨에스윈드는 베스타스향 수주 증가에 따른 미국 타워 물량 증가 등으로 올해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68%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양형모 DS투자증권 연구원은 “OCI는 지난해 12월 미국 태양광 전문기업 큐빅PV와 1조3천억 원 규모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다”며 “이번 계약을 근거로 향후 OCI의 프리미엄은 지속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