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차포' 떼고도 미국 EV 판매 첫 2위, 올해 테슬라 바짝 추격

▲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첫 판매 2위를 기록했다. 올해 라인업 확장 효과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으로 인해 지난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차포'를 뗀 상황에 놓였음에도 연간 판매량을 크게 늘리며 미 전기차(EV) 판매 첫 2위를 달성했다.

올해 현대차그룹은 미국에 첫 전기차 전용공장을 완공하며 IRA로 인해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던 1천만 원 가까운 전기차 구매보조금을 받을 길이 열려 올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더욱이 현지에서 인기 높은 대형 전기차 라인업과 낮은 가격대의 대중 모델로 전기차 라인업을 본격 확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 그룹은 올해 미국에서 '난공불락' 테슬라를 본격 추격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미국 자동차 평가업체 켈리블루북(KBB) 통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제네시스)은 지난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9만4천 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며 7.9%의 점유율로 사상 첫 판매량 2위에 올랐다.

같은 기간 65만4888대를 판매한 테슬라가 55.1% 점유율로 압도적 1위를 지켰다. 다만 기존에 내연기관차를 판매해온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잇달아 전기차 신차를 현지에 내놓으면서 테슬라의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2022년(65%)보다는 10%포인트가량 감소했다.

3위 GM(쉐보레·캐딜락·GMC·브라이트드롭) 7만5883대(6.4%), 4위 포드 7만2608대(6.1%)가 현대차그룹의 뒤를 이었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1년 동안 미국에서 7.1% 점유율로 테슬라와 포드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IRA 시행으로 미국 전기차 판매량 톱5 브랜드 가운데 홀로 1천만 원 가까운 전기차 구매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판매 순위를 끌어올린 셈이다. 

미국에선 2022년 8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한해 최대 7500달러(약 990만 원)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세액공제)을 지급하는 IRA가 시행됐다. 이에 대부분의 전기차를 국내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라인업은 모두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법 발효시점부터 인도에 걸리는 시차를 고려할 때 현대차그룹은 2023년부터 IRA 시행의 본격적 영향권에 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현대차그룹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2022년에 비해 62.6%나 증가했다. 이는 미국 전체 전기차 시장 판매성장률 46.3%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현대차그룹 '차포' 떼고도 미국 EV 판매 첫 2위, 올해 테슬라 바짝 추격

▲ 현대차 아이오닉7 콘셉트카 '세븐'. <현대차>

현대차그룹은 현지 전기차 생산체제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지난 1년 동안 IRA에 관계없이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리스와 플릿(자동차를 법인, 렌터카, 중고차업체 등 대상으로 대량 판매하는 것) 등 상업용 판매 채널을 대폭 늘렸다. 또 일반 소매 판매에선 전기차 모델에 따라 IRA 보조금에 필적하는 수준의 자체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수익성보다 판매량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현대차 미국 법인은 올 1월에도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 코나 일렉트릭 구매자에 최대 7500달러의 현금을 지원하고 있다. 기아 미국 법인 역시 현재 EV9, EV6, 니로 EV에 3천~7500달러의 캐시백을 제공한다.

현대차그룹은 올 하반기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HMGMA) 완공을 계기로 경쟁업체와 상대가격이 1천만 원 가까이 벌어진 기울어진 운동장을 점차 복원하며,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 추격에 본격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또 현대차그룹 전기차 라인업은 미국 평단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있는 데다,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올해 미국에서 대형과 중소형 모델로 E-GMP 기반 전용 전기차 라인업을 확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 현지 전기차 시장에서 입지를 더 공고히 할 기회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기아는 작년 EV6에 이어 올해 EV9으로 2024년 유틸리티 부문 북미 올해의 차(NACOTY)를 수상하며 해당 상을 2연패했다. 북미 올해의 차는 차 업계의 오스카 상으로 불리며 세계 최고 수준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특히 올해 그룹은 3차종으로 구성된 해당 상 최종 후보를 EV9과 코나(전기차 포함), GV70 전동화모델 등 전기차 3종으로 싹쓸이하며 일찌감치 수상을 확정지었다.

EV9는 판매를 본격화한 첫달인 작년 12월 미국에서 1113대가 판매됐다. 지난해 기아의 미국 전기차 합산 월평균 판매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판매량이다. 현대차 아이오닉6도 지난해 12월 2056대로 사상 처음 월간 판매 2천 대를 넘어서며 올해 활약을 예고했다.

올해 현대차는 브랜드 최초 대형 전기차 아이오닉7을, 기아는 브랜드 첫 전기차 대중화 모델 EV3를 미국에 출시하며 전기차 '풀라인업' 구축에 나선다.

현대차는 올해 아이오닉7을 앞세워 라이트트럭(SUV+픽업트럭) 비중이 70%를 넘어서는 미국의 높은 대형차 수요를 파고든다. 특히 미국에서 아이오닉7과 EV9 같은 3열 전기 SUV는 아직 선택지가 많지 않다. 그나마 현재 판매하는 모델들은 대부분 8만 달러를 훌쩍 넘어서는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기아 EV9은 미국에서 5만4900~7만3900달러에 판매되고 있는데, 아이오닉7 역시 이와 비슷한 수준의 가격표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EV3는 기아가 세계 전기차 시장이 아직 대중화 단계에 이르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이 비싼 가격에 있다는 판단 아래 가격을 낮춰 출시하는 첫 소형 전용 전기차 모델이다. 자동차 업계에선 EV3의 미국 시작 가격이 소형 전기차 니로 EV보다도 1만 달러 가량 낮은 3만 달러(약 3950만 원) 수준이 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미국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콕스오토모티브는 "작년 12월 전기차 신차의 평균 가격은 5만798달러로 여전히 전기차는 비싼 편"이라며 "일반적으로 소비자는 권장 소매가격이 4만 달러 미만인 전기차 신차를 찾기가 여전히 어렵다"고 밝혔다. 허원석 기자
 
현대차그룹 '차포' 떼고도 미국 EV 판매 첫 2위, 올해 테슬라 바짝 추격

▲ 기아 EV3 콘셉트카. <비즈니스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