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HBM과 DDR5 등 인공지능 서버에서 주로 쓰이는 차세대 고부가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좀처럼 쥐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첨단패키징이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는 자율주행차용 메모리 분야에서 경쟁업체의 추격을 뿌리칠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고부가 메모리 주도권 잡기 난항, 자율주행차서 돌파구 만든다

▲ 삼성전자가 첨단패키징 분야에 갖고 있는 강점을 살려 차량용 메모리 분야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여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삼성전자의 차량용 메모리인 LPDDR5X. < 삼성전자 >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고속도로나 도심주행의 특정구간에서 운전자의 개입이 최소화되는 '레벨3' 자율주행차가 2024년 주요 메모리 수요처로 부상하면서 삼성전자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르면 내년부터는 레벨3 자율주행차가 점진적으로 상용화된다”며 “자율주행차가 발전하면서 AI(인공지능) 수요 증가와 함께 차량용 메모리의 중요도도 함께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차에 쓰이는 메모리는 고열과 충격에 견뎌야 하는 만큼 반도체 패키징이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패키징은 삼성전자가 다른 메모리 경쟁기업과 달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메모리 생산을 모두 맡고 있다는 점에서 턴키수주(일괄수주) 방식으로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분야다.

삼성전자는 차량용 인공지능 시스템반도체 생산을 수주한 뒤 세부 구성 품목인 메모리까지 패키징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사업 시너지를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턴키수주를 통해 고객의 요구에 부합하는 차량용 메모리를 선보이겠다는 ‘GDP(GAA, D램, 패키징)’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GDP 전략의 사례로 삼성전자와 테슬라의 협력을 꼽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선도적 지위에 올라있는 테슬라와 포괄적으로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테슬라는 자율주행차 반도체인 HW5.0의 생산을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맡기고 있다. 테슬라로선 HW5.0에 들어가는 차량용 메모리로 삼성전자 제품을 채택함으로써 HW5.0 생산부터 메모리 탑재와 패키징까지 원스톱으로 진행해 시간적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정기봉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최근 홍콩에서 열린 ‘삼성전자 인베스터스 포럼 2023’에서 “여러 고객이 GDP 구조를 갖췄다는 이유로 삼성전자를 찾고 있다”며 세계에서 GDP를 모두 갖춘 기업은 삼성전자뿐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 고온 및 저온에서도 안정적으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차량용 D램 'LPDDR5X'을 출시한다. 이뿐 아니라 삼성전자는 2017년 메모리업계 최초로 차량용으로 쓰이는 플래시 스토리지(저장소)인 UFS(유니버설 플래시 스토리지)를 선보일 정도로 이 분야에서도 경쟁업체와 비교해 오랜 노하우를 쌓아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7월 2분기 실적발표 뒤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 “이달 초 양산을 시작한 차량용 UFS 3.1 제품은 업계 최저 수준의 소비 전력을 갖고 있다”며 “자동차의 배터리 전력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어 자율주행차 등에 최적의 메모리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고부가 메모리 주도권 잡기 난항, 자율주행차서 돌파구 만든다

▲ 삼성전자의 차량용 메모리반도체 생산 로드맵.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다지고 있는 기술력은 차량용 메모리 분야에서 전체 메모리 시장과 마찬가지로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서는데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 욜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차량용 메모리 시장점유율은 미국 마이크론이 45%로 1위였으며 삼성전자가 13%, SK하이닉스가 7% 수준이었다.

삼성전자가 마이크론에 크게 뒤처지고 있는 셈이지만 이는 삼성전자가 그동안 서버용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며 상대적으로 시장 규모가 작았던 차량용 메모리 분야에 관심을 두지 않은 탓으로 분석된다. 기술력은 삼성전자가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열린 '삼성 테크 데이 2022'에서 2025년에 차량용 메모리 시장에서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그동안 저부가 메모리로 꼽히던 차량용 메모리가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점차 고부가 제품화되는 한편 수요도 커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자율주행차는 내부구동 AI와 외부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서 구동되는 AI 모두의 보조를 받는데 특히 내부에서 구동되는 AI를 위해 필요한 메모리의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욜인텔리전스는 차량용 메모리 시장이 2021년 43억 달러(약 5조6천억 원)에서 2027년 125억 달러(약 16조2천억 원)로 연평균 2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7년 기준 차량용 메모리 시장은 서버용 메모리 규모에 비해 3분의 1 수준에 머물지만 같은 기간 전체 메모리 시장의 기대 성장률은 8%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성장세가 가파르다. 

이런 만큼 삼성전자가 차량용 메모리 분야에서 입지를 넓히면 최근 HBM(고대역폭메모리)과 DDR5 등 고부가제품을 중심으로 D램 시장에서 바짝 추격하는 SK하이닉스의 추격을 따돌리는 데 힘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2년 글로벌 D램 시장점유율은 1위 삼성전자가 42.5%, 2위 SK하이닉스가 28.0%로 14.5%포인트 차이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두 기업 사이의 점유율 격차는 올해 들어 빠르게 좁혀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의 점유율 격차는 2023년 2분기 매출을 기준으로 9.0%포인트까지 좁혀졌는데 이는 최근 10년 안에 가장 작은 수준이다.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3분기 격차는 4.4% 수준까지 더욱 좁혀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SK하이닉스가 HBM과 DDR5를 중심으로 점유율을 높인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특히 내년에도 HBM에서 SK하이닉스에 시장점유율 1위를 탈환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차량용 메모리에 힘을 줘 추격을 따돌리고자 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처드 월시 삼성전자 유럽법인 메모리 마케팅 총괄은 7월 삼성전자 테크블로그를 통해 “자율주행차가 레벨3에 이르면서 '바퀴 달린 서버'가 되어 앞으로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자동차에 메모리가 광범위하게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발표 뒤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 “메모리 사업은 수익성이 높은 차량용 제품 판매 비중을 높여갈 것”이라며 "LPDDR5X 등 새로운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