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전고체 배터리 대량생산 시기 불투명, 삼성SDI와 경쟁 쉽지 않아

▲ 토요타가 삼성SDI와 전고체 배터리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차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일본 토요타가 전고체 배터리 대량생산에 나서는 시점을 2030년 이후로 예측하고 있다. 관련 기술을 상용화한 뒤에도 양산체계를 갖춰내기까지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반면 삼성SDI는 일찌감치 전고체 배터리 시범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기술 개발과 생산 준비를 모두 진행하고 있는 만큼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2일 자동차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토요타의 전고체 배터리 생산량이 2030년에도 전기차 1만 대 분량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토요타는 이르면 2027년부터 전고체 배터리를 전용한 전기차를 선보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실제 생산량은 매우 적은 비중을 차지할 공산이 크다는 의미다.

전고체 배터리는 현재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액체 소재를 고체로 만들어 에너지 밀도와 주행거리, 효율성 등 성능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꿈의 기술’로 꼽힌다.

그러나 기술 장벽도 그만큼 높아 상용화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토요타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선제적으로 나서 2027년 상용화 목표를 제시했다. 전기차 및 배터리 업계에서 확실한 선두주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실제로 대량생산을 시작하는 시기가 예상보다 크게 늦어진다면 시장에 큰 영향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고체 배터리 생산량이 적으면 규모의 경제효과를 확보하기도 어려워 가격 경쟁력과 같은 측면에서 기존 전기차 배터리에 우위를 보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토요타의 전고체 배터리 양산 시점은 최근 공식 발표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해당 자료에서 토요타는 전고체 배터리 시범 생산라인 가동을 2027년부터 시작해 2028년까지 상용화를 추진하며 2030년 또는 그 이후부터 대량생산 체계를 갖출 것이라고 전했다.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가 본격적인 양산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하게 언급한 셈이다.

토요타 이외에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와 CATL을 비롯한 중국 업체도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중장기 목표로 잡고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삼성SDI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두고 있다. SK온도 2020년대 후반으로 상용화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

결국 수 년 안에 차세대 배터리 시장에서 주요 자동차기업과 배터리업체들 사이 치열한 ‘속도전’이 벌어지게 되는 셈이다.

현재 배터리업계에서 전고체 배터리 분야 선두기업으로 평가받는 곳은 삼성SDI다. 삼성SDI는 2013년부터 여러 행사를 통해 관련 기술을 선보이며 연구개발 성과를 증명하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3월 업계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 전용 시범 생산라인 착공에 들어갔으며 이미 시제품 생산을 시작해 주요 고객사에 샘플 공급 일정도 논의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 생산라인은 일반 전기차 배터리와 다른 전고체 전용 설비를 도입하는 시설이다. 
토요타 전고체 배터리 대량생산 시기 불투명, 삼성SDI와 경쟁 쉽지 않아

▲ 토요타의 전고체 배터리 기술 안내 이미지. <토요타>

토요타가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와 대량생산 사이에 오랜 시차를 두고 있는 반면 삼성SDI는 이미 양산 계획까지 염두에 두고 중장기 투자 계획을 집행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토요타가 세계 전고체 배터리 시장에서 확실한 선두기업으로 자리잡겠다는 목표를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재생에너지 전문매체 일렉트렉은 “토요타의 전고체 배터리 생산 규모는 예상보다 제한적인 수준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이와 관련해 여러 목표를 제시했지만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것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전문지 더드라이브도 “토요타의 전고체 배터리가 하루아침에 ‘게임체인저’로 자리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일부 하이엔드 차종에만 탑재될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삼성SDI는 전 세계 여러 자동차 제조사를 전기차 배터리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는 만큼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및 대량 생산을 시작한다면 단기간에 공급물량을 대폭 늘릴 잠재력이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토요타가 전고체 배터리 출시 계획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로 대량생산 체계를 갖춰내려면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토요타가 그동안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목표를 여러 차례 늦췄던 만큼 전문가들이 여전히 이를 두고 회의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CATL은 올해 안에 반고체 배터리 대량생산을 발표했고 삼성SDI는 이미 시범 생산라인 구축을 마무리했다”며 토요타가 치열한 경쟁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다만 삼성SDI 역시 전고체 배터리를 정식으로 시장에 선보이지는 않은 만큼 상용화 및 대량생산 시점은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삼성SDI는 최근 콘퍼런스콜을 통해 “전고체 배터리는 삼성SDI의 미래 기술력 확보를 위한 핵심 제품인 만큼 2027년 양산을 목표로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
 
토요타 전고체 배터리 대량생산 시기 불투명, 삼성SDI와 경쟁 쉽지 않아

▲ 삼성SDI의 전고체 전지 시범생산 라인이 착공된 수원 연구소. <삼성S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