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아프리카 청정에너지에 45억 달러 투자한다, "이자 탕감 먼저" 목소리도

▲ 재정 문제로 기후위기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 대륙에 세계 각국이 지원을 약속했다. 대표적으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의 의장을 맡은 술탄 알 자베르가 모국 아랍 에미리트와 함께 아프리카에 45억 달러 규모의 자금 투자를 약속했다. 사진은 '2023년 아프리카 기후 정상회담'에 참석한 술탄 알 자베르 COP28 의장.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앞으로 며칠 뒤에 국제연합(UN)이 2015년 파리 기후협약에 따른 전 지구적 이행점검 결과를 공개한다. 하지만 안 봐도 결과를 알 수 있다. 우리는 실패했다."

6일(현지시각) 로이터와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의장을 맡은 술탄 알 자베르 의장은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2023년 아프리카 기후 정상회담'에서 "우리는 파리협약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며 "기후위기에 맞서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알 자베르 의장은 아랍에미리트의 산업부 장관과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의 최고경영자(CEO)도 겸직하고 있다.

'기후악당'이라고도 불리는 화석연료 기업의 최고경영자조차 현재의 기후대책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알 자베르 의장은 회담장에서 "특히 아프리카는 세계 탄소 배출량에서 고작 3%밖에 차지하지 않는 데도 가뭄과 홍수 등 가장 끔찍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프리카 기후 정상회담에선 알 자베르 의장을 비롯한 세계 각국 주요 인사들은 아프리카의 친환경 전환을 위한 재정 지원 확대를 논의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대표들과 안토니오 구테흐스 국제연합 사무총장, 술탄 알 자베르 COP28 의장,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 그리고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위원회 위원장과 반기문 전 국제연합 사무총장 등 각국 주요 인사 3만여 명이 참석했다.

회담에 참석한 주요 선진국들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친환경 사업에 구체적인 금액을 발표하며 아프리카 국가들에 지원을 약속했다. 

알 자베르 의장과 아랍에미리트(UAE)는 2030년까지 아프리카 국가들의 친환경 에너지에 45억 달러(약 5조9천억 원)를 투자한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2030년까지 아프리카의 친환경 에너지 발전량은 15기가와트가 증가한다. 이는 1300만 가구에 1년 내내 전기를 공급하고도 남는 전력량이다.

독일은 케냐 나이로비에서 6천만 유로(약 856억 원) 규모의 친환경 수소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을 발표했고 미국은 식량 안보와 기후 피해 복구자금에 3천만 달러(약 399억 원)를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알 자베르 의장에 따르면 아프리카는 지난 3년 동안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이 기후 재해로 인한 피해를 겪었다. 기아를 겪는 인구는 3배 늘었다. 경제적 타격도 막대해 아프리카 전체 평균 GDP 성장률이 약 5% 감소했다.
 
UAE 아프리카 청정에너지에 45억 달러 투자한다, "이자 탕감 먼저" 목소리도

▲ 윌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은 사하라 이남 국가들이 재정 위기를 해결하려면 지원금도 중요하지만 채무 구조도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2023년 아프리카 기후 정상회담에서 발언하는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 <연합뉴스>

아프리카 국가 대표들은 세계 각국의 지원에 감사를 전하는 한 편 지원금 규모를 웃도는 아프리카의 막대한 채무가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은행 집계에 따르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 가운데 절반 이상이 과도한 채무 상환으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또 이들 가운데 대부분이 상환 능력 불명 등을 이유로 선진국과 비교해 이자를 5배 가깝게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케냐는 매년 채무 상환에 80억 달러(약 10조 원)를 사용하고 있다.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은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부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기후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며 “아프리카 국가들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겪기 전에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무 탕감 해결책 가운데 하나로 아프리카 국가들의 자연 자산이 가진 탄소 흡수 능력을 구체적인 금액으로 환산해 경제적 능력으로 보고 이자를 줄여주자는 의견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중앙아프리카 일대에 흐르는 콩고강만 해도 복원 사업이 완료되면 미국이 15년 동안 배출한 탄소에 맞먹는 탄소 흡수 능력을 가진 것으로 분석됐다.

루토 대통령은 5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아프리카 국가들은) 세계가 좀 더 일찍 행동할 것을 지속적으로 촉구해왔다"며 "이번에는 회담장에 모여 문제와 수치만 나열하면서 걱정만 하다 끝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기문 전 국제연합 사무총장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아프리카에서 가뭄과 홍수가 더 심각해지고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아프리카 기후 적응 프로그램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