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SMIC가 화웨이에 공급하는 7나노 미세공정 기반 반도체 성능이 TSMC 등 경쟁사보다 뒤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SMIC 반도체 생산공장 내부. < SMIC >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파운드리업체 SMIC가 상용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7나노 미세공정 기술을 두고 반도체 업계에서 회의적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해당 기술이 TSMC의 10나노 공정과 비슷한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 영향력을 미치기는 어려울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대만 경제일보는 4일 “화웨이 스마트폰에 탑재된 프로세서가 SMIC의 ‘귀환’을 알렸지만 반도체 성능 경쟁력을 두고 업계에서 부정적 시선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화웨이는 최근 자체 개발 시스템반도체를 적용한 신형 스마트폰 ‘메이트60프로’를 공개했다. 해당 반도체는 SMIC의 7나노 미세공정을 활용한 제품으로 추정되고 있다.
SMIC가 7나노 반도체 공정기술을 상용화해 대량생산에 들어갔다는 것은 미국 정부의 강력한 규제 영향을 극복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7나노 기술은 인공지능 반도체와 같은 첨단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핵심 공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일보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화웨이 스마트폰의 7나노 반도체 성능과 집적도는 TSMC 10나노 공정보다 소폭 나은 수준에 불과하고 수율도 낮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SMIC의 기술력이 TSMC나 삼성전자 등 파운드리 상위 기업과 맞경쟁하기 역부족일 것이라는 의미다.
화웨이가 자체 반도체를 적용한 스마트폰 출시 계획을 내놓은 뒤 반도체업계에서 SMIC가 주도하는 ‘치킨게임’을 우려하는 시각이 힘을 얻었다.
SMIC가 본격적으로 7나노 파운드리 투자를 본격화하고 생산 규모를 늘린다면 전 세계적인 공급 과잉과 업황 악화를 이끌어 경쟁사 실적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일보 보도와 같이 SMIC 반도체 성능 및 수율이 예상보다 떨어진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0나노 공정은 현재 고사양 프로세서나 인공지능 반도체 등에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일보는 SMIC를 비롯한 중국 업체가 EUV(극자외선) 장비를 확보하지 못 해 기술 발전에 한계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전했다.
미국 정부는 SMIC의 기술 발전을 견제하기 위해 EUV 장비를 생산하는 ASML이 중국에 해당 제품을 수출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 조치를 유지하고 있다.
EUV는 7나노 이하 미세공정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필수로 꼽힌다.
SMIC가 실제로 EUV 장비 없이 7나노 공정을 상용화했다면 이는 기술 측면에서 상당한 잠재력을 증명했다는 의미다.
TSMC 역시 7나노 공정 도입 초기에는 EUV 장비를 활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율 등 측면에서 기술적 한계를 느끼고 뒤늦게 EUV 장비를 도입해 활용했다.
결과적으로 TSMC와 삼성전자, 인텔 등 기업은 EUV 장비 기반의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을 3나노까지 발전시켰고 2나노 양산을 목표로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EUV 장비 수출 규제가 지속되는 한 SMIC가 더 이상의 기술 발전을 이뤄내는 일도 불가능에 가까워졌다는 의미다.
화웨이와 SMIC의 7나노 반도체 개발 및 상용화를 계기로 미국 정부는 중국을 겨냥해 더 강도 높은 반도체 규제 도입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경제일보는 “SMIC의 연매출 대비 시설 투자 금액은 TSMC를 크게 웃돌고 있다”며 “반도체 기술 발전을 위한 노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