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그룹 전문경영인 체제로, 송호준 양극재 패권 지키기 시험대

▲ 에코프로그룹이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양극재 패권을 지켜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에코프로그룹이 이동채 전 회장의 실형 확정으로 오너 공백기를 당분간 이어갈 수밖에 없게 됐다.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이사 사장은 오너 부재의 비상경영체제를 총괄하는 지주사 수장으로서 삼원계 양극재 분야의 최강자 지위를 지켜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 
 
21일 배터리소재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그룹은 이미 구축한 전문경영인 체제를 통해 오너 부재에 따른 경영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중요한 경영 의사결정에서 과단성과 신속성 측면에서 한계를 보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전 회장은 대법원의 상고 기각으로 징역 2년의 실형이 확정된 상태다.

앞서 이 전 회장은 5월 열린 2심에서 미공개정보를 활용해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혐의로 징역 2년과 벌금 22억 원, 추징금 11억 원을 선고받으며 법정구속됐는데 최종심에서 이 전 회장의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원심이 확정됐다. 

에코프로그룹은 이 전 회장의 구속 이전부터 총수 부재에 대비한 경영체제를 수립해 대응해 왔다. 이 전 회장의 법률 리스크는 이미 지난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 전 회장은 의혹이 불거지자 에코프로와 계열사 대표이사직을 모두 내려놓은 뒤 경영일선에서 물러났고 그룹차원에서도 외부인사들을 대거 수혈하는 한편 이사회 중심의 경영체제를 확립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럼에도 이 전 회장은 구속 전까지 회장 직함으로 국내외 공식 행사에 참석하며 사실상 총수로서 회사 안팎의 일들을 챙기고 있었다. 이 전 회장은 에코프로그룹을 맨 손으로 일궈 글로벌 선두권 2차전지 양극재회사를 만든 창업자이자 대주주(지분율 18.8%)인 만큼 그룹 내 위상과 영향력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재계에서는 이 전 회장이 그룹 계열사의 공식 직함을 모두 내려놓은 뒤에도 최종 의사결정권자로서 경영상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었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 판결 전까지는 이 전 회장이 실형을 모면할 가능성도 남아 있었다. 하지만 최종심에서 실형이 확정되며 오너 공백은 변수에서 상수로 바뀌었다. 에코프로그룹으로서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른 것이라 할 수 있다. 

2차전지 양극재 시장에서 치열한 증설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만큼 그룹 지주사 수장으로서 에코프로그룹을 이끌고 있는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이사 사장은 어깨가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에코프로그룹 전문경영인 체제로, 송호준 양극재 패권 지키기 시험대

▲ 에코프로그룹이 이동채 전 회장의 실형 확정으로 오너 공백에 빠진 상황에서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이사 사장(사진)은 지주사 수장으로서 삼원계 양극재 분야의 최강자 지위를 지켜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


에코프로그룹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하이니켈 양극재 분야 세계 최강자로 꼽힌다. 

배터리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에코프로그룹의 양극재제조 계열사 에코프로비엠은 2022년 기준으로 하이니켈 양극재 10만360톤을 출하해 생산량 기준 글로벌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분야에서 LG화학은 7만8천 톤(4위), 엘앤에프는 6만 톤(8위), 포스코퓨처엠(13위)은 3만4500톤을 출하한 것으로 집계됐다. 

게다가 에코프로그룹은 현재 양극재 생산능력 측면에서 다른 경쟁사들보다 우위에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기준으로 연산 18만 톤의 양극재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경쟁사인 LG화학(9만 톤), 포스코퓨처엠(10만5천 톤) 등과 제법 격차가 크다. 

다만 에코프로그룹이 양극재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곳들이 막강한 그룹 역량을 지닌 대기업들이란 점은 적잖은 부담이다.

일례로 에코프로그룹은 2027년까지 양극재 생산능력을 연산 71만 톤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우며 경쟁사들보다 높은 목표치를 제시하고 있었는데 최근 포스코그룹이 2030년 양극재 생산능력 목표치를 연산 100만 톤으로 대폭 상향조정하며 공격적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에코프로그룹으로서는 빠르게 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해 신속한 연구개발과 증설 투자 결정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에서 맞은 오너 부재가 뼈아픈 일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오너 관련 리스크가 이미 그룹 경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에코프로그룹은 양극재 중간소재인 전구체를 생산하는 계열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기업공개 뒤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성장을 위한 설비투자를 제 때 집행할 수 있다. 

하지만 4월에 코스닥시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는데도 아직 심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투자금융(IB)업계에서는 이 전 회장의 부당이득 혐의를 받으며 법정구속까지 된 상황이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상장심사를 진행하면서 대주주의 적격성 여부도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이사 사장은 그룹 지주사의 수장으로서 오너 공백기의 차질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외 생산거점을 구축하며 글로벌 시장 영향력을 강화해나간다는 당초 계획도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그룹 핵심 계열사 에코프로비엠은 최근 배터리업체 SK온과 미국 완성차기업 포드와 함께 캐나다에 양극재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캐나다 퀘백주 베캉쿠아시 산업단지 내 27만8천 ㎡(8만4천 평) 부지에 총 12억 캐나다달러(약 1조2천억 원)를 투자해 합작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SK온·에코프로비엠·포드 캐나다에 양극재공장 건설, 밸류체인 강화 포석

▲ 캐나다 퀘벡주 베캉쿠아시 산업 단지에 들어서는 양극재 공장 조감도. <에코프로비엠>

합작공장을 통해 3사는 북미에서 소재(양극재)-부품(배터리)-완제품(전기차)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동시에 배터리 핵심 소재의 안정적 공급과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송호준 사장은 총수 부재로 어수선해진 내부 기강을 다잡는 데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송 사장은 최근 그룹 임원들에게 메일을 통해 임원들이 보유한 그룹사 주식의 매각 자제를 당부하며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매각 사유를 사전에 통보해 줄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2차전지 관련주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며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주가가 최근 급등해 임원들의 주식 처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는 상황인 데다 이동채 전 회장 등 임직원이 주식 처분과 관련해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 만큼 논란의 여지를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송 사장은 오너 부재 상황에서도 에코프로그룹이 양극재 분야 경쟁력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도록 공급망을 강화하는 데도 힘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에코프로그룹은 최근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기업인 QMB로부터 배터리 핵심소재인 니켈 400톤을 들여왔다. QMB는 에코프로가 2022년 3월 지분 9%를 인수한 곳으로 에코프로그룹은 이번에 들여온 니켈 400톤을 시작으로 앞으로 매년 6천 톤의 니켈을 공급받는다. 

송호준 사장은 16일 QMB로부터 니켈 첫 공급을 기념하는 입항 기념행사에서 “2차전지용 니켈 수급이 매우 중요한 시점에서 선제적 투자로 핵심 광물의 안정적 확보가 가능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핵심 광물 확보를 위한 적극적 투자로 자원 독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