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올해는 합리적인 자원 분배와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수익성 증대에도 역점을 두겠다.”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이사 부회장이 내놓은 2023년 경영방침이다.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이런 방침이 발표되고 불과 두 달 뒤 일동제약은 임원 20% 감축과 차장 이상의 희망퇴직을 포함한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일동제약 인력 구조조정 넘어 자회사 신설까지, 윤웅섭 수익성 개선 초강수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이사 부회장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연구개발부문 자회사 '유노비아' 설립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윤 부회장이 2022년 10월25일 열린 '세계 바이오 서밋' 행사에 참석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구조조정은 구성원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윤 부회장은 재정 소모가 큰 연구개발부문을 떼어내 자회사를 신설하는 강수까지 결정했다. 일동제약 사업구조 자체를 개편해서라도 수익성 개선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10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일동제약은 연구개발 자회사 ‘유노비아(가칭)’ 신설을 통해 별도기준 영업손실을 대폭 감축하면서 흑자 전환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연구개발부문 물적 분할에 따라 일동제약의 연구개발비 부담까지 유노비아가 가져가는 구조 때문이다.

최근 일동제약 연구개발비 규모는 연간 1천억 원을 훌쩍 넘는다. 2021년 1056억 원, 2022년 1217억 원이 투입됐다. 일동제약 전체 매출의 2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코로나19 치료제 ‘엔시트렐비르(일본이름 조코바)’를 비롯해 여러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지속해서 비용이 증가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이렇다보니 일동제약은 2022년 역대 최대 매출 약 6400억 원을 거뒀는데도 700억 원대의 영업적자를 봐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 유노비아가 설립되면 일동제약은 1천억 원 규모의 연구개발비를 유노비아에 전가할 수 있게 된다. 수백억 원대 적자를 만회할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연결기준으로 보면 유노비아 출범 후에도 바뀌는 것은 없다. 유노비아는 일동제약이 지분 100%를 갖는 완전 자회사다.

신약개발기업으로서 당분간 자체 매출을 내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분할 전의 일동제약처럼 연구개발비로 인한 적자가 지속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일동제약은 유노비아가 별도 회사로 기능하는 만큼 통합 법인일 때와 비교해 외부 투자를 받는 게 더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노비아를 통해 장차 1천억 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만약 유노비아가 향후 후보물질 기술수출과 상업화 등에서 성과를 내면 일동제약은 배당 등을 통해 이를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개발부문 분리로 별도 재무제표를 개선하는 이상의 재무적 효과를 볼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일동제약 인력 구조조정 넘어 자회사 신설까지, 윤웅섭 수익성 개선 초강수

▲ 일동제약그룹 연구개발 구조. 유노비아는 분리 후에도 다른 관계사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신약개발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일동제약> 

윤웅섭 부회장은 투자 유치를 비롯한 유노비아의 경영에 긴밀히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유노비아 공동대표로 내정된 일동제약 서진식 사장, 최성구 사장과 함께 유노비아 사내이사로 일하게 된다. 

윤 부회장이 일동제약의 수익성 개선 폭을 더욱 키우기 위해서는 유노비아 분리뿐 아니라 일동제약의 매출 성장세를 되돌리는 데도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지난해 매출 신기록을 세운 일동제약은 올해 들어서는 매출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년 대비 1분기 매출은 8.2%, 2분기 매출은 5.1% 감소했다. 특히 2분기에는 유산균 브랜드 ‘비오비타’를 비롯한 컨슈머헬스케어(CHC)부문 매출이 718억 원에서 572억 원으로 20%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