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EV9 국내 판매 초반 부진, 비싼 가격에 '주행 중 동력상실'까지 2중고

▲ 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기아 EV9(사진)이 비싼 가격으로 국내에서 '신차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기아 플래그십 전기차 EV9이 사전계약에서 나타났던 인기에 비해 출시 초반 국내 시장에서 판매에 고전하고 있다.

기존 동급 내연기관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와 비교해 2배가량에 이르는 가격에다 주행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진 영향으로 ‘신차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 기아는 최근 주행 중 동력상실 현상이 반복된 EV9 차량 소유주와 논의해 무상으로 차량을 교환해줬다. 자동차 제조사가 결함이 발견된 신차를 교환해주는 것은 이례적 일로 여겨진다.

주행 중 동력상실 문제는 운행 중인 전기차의 동력이 점진적 또는 즉각적으로 상실되는 것으로 EV9뿐 아니라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전기차에서도 이런 문제가 일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주행 중 전기차의 동력 상실 문제와 관련해 명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며 "원인이 밝혀지면 리콜 등의 관련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을 포함한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3열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로 EV9가 처음 출시된 데다 비싼 가격으로 출시 초반 판매량이 주춤한 만큼 기술 결함 문제에 발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조치로 읽힌다.

사실 미국에서는 3열 전기 SUV의 가격이 1억 원을 훌쩍 넘지만 국내 브랜드에서 EV9과 같은 고가의 전기차가 처음 나오는 만큼 상대적으로 가격 저항이 센 것으로 파악된다.

EV9 국내 판매량은 출시 첫 달인 6월 1334대에서 7월 오히려 1251대로 감소했다. 기존 기아가 출시했던 EV6나 현대차 아이오닉5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기아 EV6는 2021년 8월 출시된 첫 달 1910대를 시작으로 9월 2654대, 10월 2762대로 출시 초반 3개월 동안 꾸준히 판매량이 상승했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도 2021년 4월 출시 첫 달 114대에서 5월 1919대, 6월은 3667대까지 판매량이 급격히 늘어났다.

물론 아직까지 판매 초기지만 EV9이 사전계약 8일 만에 1만367대 신청을 받았던 것에 비춰보면 출시 초반 판매량이 이런 인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EV9의 초반 판매 부진을 놓고 비싼 가격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EV9이 출시한 이후 국내 판매 대수가 가격 저항으로 예상보다 부진하다”며 “상위 트림인 GT라인이 8월 안으로 출시되는 것을 감안해도 월 판매량 3천 대를 넘어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EV9의 가격은 트림별로 7337만~ 8397만 원이지만 옵션 추가에 따라 1억 원에 육박할 수 있다. 2023년 전기차 보조금까지 포함하면 서울시 기준으로 6920만 원부터 시작된다.

이는 동급으로 여겨지는 내연기관차인 카니발(3.3 가솔린 11인승 기준 3160만 원)이나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익스클루시브 기준 3867만 원)와 비교해 2배가량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뿐 아니라 같은 전기차로 살펴봐도 서울시 기준으로 현대차 아이오닉5(2WD 롱레인지 19인치 기준)는 약 4540만 원부터, 기아 EV6(2WD 롱레인지 19인치 기준) 약 4400만 원부터 시작된다. 

일각에서는 국내 EV9의 초기 판매 부진이 국내 전기차 시장 성장의 둔화에 따른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사실 기아 EV9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은 여전히 높다. 
 
기아 EV9 국내 판매 초반 부진, 비싼 가격에 '주행 중 동력상실'까지 2중고

▲ 최근 12주 동안 컨슈머인사이트에서 조사한 신차 소비자 초기반응 구매의향 지표. 하늘색 선이 EV9. <컨슈머인사이트>

데이터융복합·소비자리서치 기관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기아 EV9은 신차 소비자 초기 반응(AIMM) 조사에서 EV9이 출시된 이후 6월 2째주부터 8주 연속 1위를 달리고 있다.

신차 소비자 초기 반응 조사는 앞으로 2년 내 신차를 구입할 의향이 있는 소비자(매주 500명)에게 출시 전후 1년 이내(출시 전, 출시 후 각각 6개월)의 국산·수입 신차 모델(페이스 리프트는 제외)에 대한 인지도, 관심도, 구입의향을 묻고 있다.

구입의향은 2년 이내에 신차를 살 의향이 있는 소비자가 '관심이 있다고 한 모델에 대해 앞으로 2년 이내에 구입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입니까?'라는 4점 척도 질문에 '약간(3점)+매우(4점) 있다'고 응답한 비율을 의미한다.

EV9은 해당 조사에서 구입의향 비율이 6월4째주 29.9%로 정점을 찍은 이후 7월2째주까지 하락하다 다시 반등해 8월 첫째주 기준 구입의향 비율이 29.1%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높은 구입의향과 달리 판매량이 저조한 데는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에 따른 시장 성장 둔화의 영향도 일부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차량통계 사이트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차 등록기준으로 전기차는 모두 7만8446대가 등록됐다. 1년 전보다 13.7% 증가하는데 그쳤다.

2022년 상반기 국내 전기차 신차 등록대수는 1년 전보다 72.5% 증가한 6만8528대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 전기차 판매량 자체는 증가하고 있지만 증가율은 크게 둔화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판매 증가율이 낮아지고 있는 것은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규모와도 관계가 있다.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지방 제외)은 2020년 820만 원에서 올해 680만 원까지 줄었다. 

전기차 보조금이 하락하면서 가격이 비싼 EV9가 출시 초반 판매 부진을 겪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이미 먼저 신기술을 경험하려고 하는 ‘얼리어답터’들은 전기차를 다 구매했고 가격이 중요한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여전히 전기차가 비싼 상황”이라며 “특히 EV9의 경우 동급의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가격 차이가 심하다는 점에서 판매량이 늘어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