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박탈감에 '초전도체주' 덕성 서남 담는 개미, '불나방' 투자 주의보

▲ 국내 증시에서 초전도체라는 새로운 테마주가 형성되고 있는 데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2차전지주 '쏠림 현상'이 초전도체주 동반 급등으로 이어지면서 국내 증시에 테마주 열풍이 좀처럼 그치지 않고 있다. 

2차전지 테마의 변동성이 확인됐음에도 개인투자자들의 포모증후군(FOMO·자신만 뒤쳐지는 두려움)에 기반한 뇌동매매가 진정되지 않고 있어 증권가의 우려를 사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초전도체 테마주로 꼽히는 덕성과 서남은 이날 주가가 모두 상한가로 거래를 마쳤다. 이들 종목 모두 3거래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마찬가지로 초전도체 테마주로 거론되는 모비스도 이날 주가가 19.40%로 크게 오른 채 장을 마쳤다. 올해 2차전지 업종으로부터 형성된 강한 테마주 심리가 초전도체 테마로 일부 옮겨가는 모양새다.

지난달 26일과 27일에 걸쳐 2차전지 업종 주가가 크게 내렸지만 이후 반등에 성공하자 투자자들 사이에선 ‘테마주 불패 신화’에 대한 믿음이 형성되는 것으로 보인다. 
 
에코프로 박탈감에 '초전도체주' 덕성 서남 담는 개미, '불나방' 투자 주의보

▲ 사진은 국내 연구진이 공개한 LK-99의 시연 장면. <연합뉴스>


초전도체 테마는 한 국내 연구진이 “납-인회석 구조에 구리를 입힌 LK-99라는 물질이 일반적인 온도와 기압에서도 초전도성을 지니는 것을 확인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7월 22일 발표하며 시작됐다.

초전도체는 이미 MRI 등에서 활용되고 있으나 초저온 혹은 초고압이라는 조건이 필요해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연구진이 LK-99는 상온과 상압에서도 초전도성을 지닌다고 주장하면서 초전도체의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이 생겨났다.

증권사인 제프리스의 닉 청 연구원은 “LK-99가 상용화되면 전선, 컴퓨터, 스마트폰, 철도, 의료 등 여러 산업에서 혁신이 일어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펀더멘털(기초 역량)이 아닌 수급에만 의존하는 테마주는 언제나 변동성이 크다는 위험성이 있다. 지난달 2차전지 폭락의 경우에도 전문가들은 에코프로의 주가가 장중 150만 원까지 오르며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자 공포 심리가 퍼지며 연쇄 매도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초전도체는 아직 기대감의 단계일 뿐 현실화되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 일부 연구소에서 해당 실험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았으나 어디까지나 ‘이론적으로 가능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처럼 막연한 기대감의 수준에서는 작은 악재에도 주가가 크게 하락할 수 있다.

해당 논문은 동료 검증을 거치지 않은 초고 단계이며 대부분 전문가들도 LK-99에 대해 의문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사이언스지는 7월27일 리포트에서 여러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며 “LK-99 논문은 상세 설명이 부족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더그 네이털슨 라이스 대학 물리학과 교수는 “논문의 주장 가운데 아직 입증되지 않은 부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미국 아르곤 국가 연구소의 마이클 노르먼 연구원도 “해당 논문은 데이터의 입증 과정 등이 온전하지 않다”며 “초전도체를 발견했다는 주장은 잊을만 하면 등장하는 얘긴데 과학계에선 USO(초전도체 UFO)라는 농담까지 나올 정도다”며 고 말했다.

실제로 뉴욕 로체스터대 물리학자 랑가 디아스가 2020년 네이처지에 상온 초전도체를 발견했다고 발표했으나 후속 실험들이 모두 실패로 돌아가자 2022년 9월 철회된 바 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초전도체 테마주 추격매수에 나서고 있다. 이미 테마심리가 작용한 초전도체 관련 종목의 주가가 더 오르기 전에 선 매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무분별한 테마주 매수심리에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28일 국내증시에서 미수금 규모는 7733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 추격매수를 위해 빚을 내서 2차전지 관련 종목을 사들였으나 26일과 27일 해당 종목들의 주가가 급락하자 반대매매가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추세대로면 초전도체 테마에도 빚투가 생겨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 이미 해외에서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했다.
 
에코프로 박탈감에 '초전도체주' 덕성 서남 담는 개미, '불나방' 투자 주의보

▲ ​미국증시에서 대표적인 초전도체 테마로 묶인 AMSC의 주가는 이미 급락하기 시작했다. < AMSC >​


미국증시에서 대표 초전도체 관련주인 AMSC는 최근 주가가 크게 올랐으나 전날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며 미국증시가 급히 얼어붙자 주가가 28.95% 급락한 채 마감했다. 

관련주인 줄 알고 무분별하게 매수했으나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 주가가 급락한 경우도 있다.

중국증시에서 흐어난쫑푸(河南中孚)는 초전도체 관련 종목으로 인식돼 주가가 최근 크게 올랐다. 그러나 이 회사가 ‘2010년 정부 주도의 초전도체 프로젝트에 참가한 것은 맞지만 시설과 장비를 제공했을 뿐이다’고 입장을 표명하자 이날 주가는 급락하고 있다.

쟝수Fasten(江苏法尔胜)도 마찬가지로 자신들은 금속제조 및 환경보호 기업이지 초전도체와는 상관이 없다고 밝히자 이날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일본증시에서도 초전도체 관련 제품을 연구중인 스미토모 일렉트릭의 주가가 최근 급등했으나 이날 급락했다. 

SMBC니코 증권의 야츠시 야마구치 연구원은 “스미토모 일렉트릭이 초전도체 관련 제품을 연구하는 것은 맞으나 LK-99와 아무 상관이 없음에도 막연한 기대감에 주가가 올랐다”고 말했다.

이처럼 무분별하고 막연한 매수심리는 큰 손실을 불러올 수 있다. 실제로 국내증시에서 초전도체 관련종목으로 불리던 원익피앤이와 신성델타테크 주가는 이미 이날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종목 급등락의 피로감이 제2의 테마를 찾고자 하는 욕구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초전도체는 아직까지 실체가 불분명한 테마의 성격이 내재된 만큼 테마주들의 주가 변동성 확대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테마주 쏠림 현상이 완화되기 위해선 경기가 전반적으로 회복돼 모든 산업에서 순환매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성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회복이라는 주가상승 동력이 없다면 일부 테마주를 중심으로 한 쏠림 현상이 지속되는 경우는 빈번하게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