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정부가 일본의 반도체 장비 수출규제에 대응해 무역보복 조치 시행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도쿄일렉트론의 반도체 장비 참고용 이미지. <도쿄일렉트론>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정부가 일본의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규제에 대응해 이른 시일에 본격적으로 무역보복 조치를 시행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중국이 최근 미국과 동맹국을 겨냥해 반도체 등에 사용되는 금속 소재 수출을 제한한 것과 같이 일본을 노린 추가 규제를 시행한다면 한국 반도체산업도 영향권에 놓일 수 있다.
24일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자국의 이해관계를 지켜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의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본이 23일부터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소재와 장비 등의 수출을 공식적으로 제한하기 시작하면서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규제를 본격화한 데 따른 것이다.
해당 규제는 미국과 한국 등 주요 국가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 첨단 반도체 장비 등을 수출하려면 개별적으로 허가를 받도록 강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상 미국 정부에서 요구하는 내용을 받아들여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장비 공급을 차단하는 조치로 볼 수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의 악의적인 중국 반도체산업 압박을 돕기 위한 일본의 대응 방식은 이른 시일에 보복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 입장을 반영하는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가 이러한 전망을 내놓은 것은 결국 중국이 직접적으로 일본을 겨냥한 보복 의지를 뚜렷하게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본을 향한 중국의 보복이 어떠한 방식으로 이뤄질 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글로벌타임스가 금속 소재와 같은 원재료 공급망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강조한 점을 고려하면 이와 관련한 규제 방안이 도입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중국은 이미 미국을 겨냥한 무역보복 조치의 일환으로 갈륨과 게르마늄 등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일부 소재의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일본 역시 자동차와 배터리, 반도체 장비 등 여러 산업에서 중국산 소재 수입에 의존하는 분야가 많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무역보복을 시행한다면 타격을 피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중국과 일본 사이 대립은 중장기적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정부가 미국과 일본, 네덜란드의 연이은 수출규제 조치를 계기로 반도체 공급망 자급화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 완제품뿐 아니라 이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소재, 장비 등을 자체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현지 관련업체들의 연구개발 및 시설 투자에 정부 지원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중국 반도체 파운드리기업 SMIC의 생산공장 내부. < SMIC > |
중국 정부는 이미 반도체 공급망 자급화를 위한 대규모 펀드를 조성해 자국 기업 육성에 활용하고 있다.
반도체 소재와 장비, 완성품을 아우르는 폭넓은 생태계를 구축해 미국이나 일본 등 주변 국가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공급체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자연히 중국을 반도체 최대 시장으로 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기업에 악영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이 반도체 자급체제를 완성하면 한국 기업들은 반도체 최대 시장을 놓치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한국도 당장 중국의 반도체 금속 소재 수출 규제의 영향권에 놓이면서 단기적으로 불확실성을 안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한국 정부가 미국 및 일본과 동맹을 강화하며 중국과 거리를 두는 외교정책을 펼치고 있는 만큼 충분히 중국의 수출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현재 수출 통제 대상으로 지정한 갈륨과 게르마늄 등은 한국 반도체기업들이 공급망 다각화를 통해 사업에 큰 차질을 받지 않을 만한 소재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공급망을 단기간에 재편하기 어려운 다른 소재를 대상으로 중국 정부 차원의 수출규제 조치가 논의된다면 한국 반도체기업도 중국의 규제 변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일본이 과거 한국을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대상에 포함했을 때와 같은 타격이 이번에는 중국으로부터 재현될 수도 있는 셈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은 수많은 무역보복 수단을 갖추고 있다”며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소재 수출을 해외 기업에 공급하지 않는 등 조치가 이른 시일에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