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소형 전기차로 일본 공략, 토요타는 대형차로 한국 시장서 '맞불'

▲ 현대자동차와 토요타가 서로의 안방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은 토요타 하이랜더 하이브리드. <토요타>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와 토요타가 상대방의 '안방'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일본 브랜드가 취약한 전기차로 현지 소비자들에게 인기 많은 소형차 시장을 노린다. 반면 토요타는 하이브리드차를 앞세워 그랜저와 팰리세이드가 꽉 쥐고 있는 한국 준대형차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19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통계를 종합하면 올해 들어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노재팬(일본제품 불매)' 분위기가 4년 만에 사그라들 조짐이 보인다.

올해 1~4월 국내에서 일본차는 모두 7060대가 판매돼 전년 동기와 비교해 52% 늘었다. 특히 일본 토요타의 고급브랜드 렉서스는 올해 들어 4월까지 국내에서 모두 4321대가 팔려 판매량이 1년 전보다 114%나 늘었다.

2018년 연간 4만 대 수준이던 일본차 판매량은 2019년 3만6651대, 2020년 2만564대, 2021년 2만548대를 보이다 지난해에는 1만6991대까지 곤두박질 쳤다.

2019년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에 대응해 국내에서 확산된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영향을 받았다.

지난해 한국 수입차 시장 연간 판매에서 독일은 물론 미국, 스웨덴 브랜드에도 판매량이 밀렸던 일본차는 올해 1~4월 누적 판매에서 독일에 이어 2위 자리를 되찾았다.

이런 분위기를 틈타 글로벌 판매 1위 완성차업체 토요타는 한국에서 올해 모두 8종의 신차를 내놓고 '권토중래'를 노린다.

토요타의 고급 브랜드 렉서스는 올해 준중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RZ와 준대형 플러그하이브리드차 RX 완전변경 모델을 출시한다.

토요타는 2월 준중형 전기 SUV 라브4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을 국내에 내놓은데 이어 플래그십 하이브리드 세단 크라운 크로스오버, 대형 하이브리드 미니밴 알파드, 준대형 하이브리드 SUV 하이랜더, 준중형 플러그인하이브리드 프리우스의 완전 변경 모델, 준중형 전기 SUV bZ4X 등 6종을 출시해 국내 시장을 공략한다.

특히 다음달과 7월에 잇달아 출시하는 크라운과 하이랜더는 현대차 그랜저와 팰리세이드가 장악하고 있는 국내 준대형차 시장을 공략한다. 카이즈유데이터센터에 따르면 큰차를 선호하는 한국 시장에서 올해 1~4월 누적 판매 순위를 보면 그랜저가 1위(4만2579대), 팰리세이드가 8위(1만7895대)를 차지할 정도로 준대형 차급이 인기가 많다.

하이랜더는 국내에서 최초로 출시되는 준대형 SUV 하이브리드차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하이브리드차(9만1750대)는 올해 1~4월 전기차(4만9745대)의 2배 가까운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 소형 전기차로 일본 공략, 토요타는 대형차로 한국 시장서 '맞불'

▲ '일본 올해의차 2022~2023' 시상식에서 올해의 수입차에 선정된 현대차 아이오닉5. <현대차>

지난해 4월 13년 만에 전기차 아이오닉5와 수소전기차 넥쏘 라인업으로 일본에 재진출한 현대차는 올해 일본에서 인기가 높은 소형 SUV 차급을 라인업에 추가해 본격적 판매 확대에 나선다.

3월 글로벌 시장에 공개한 2세대 코나 일렉트릭은 현재 일본에서 도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현지 도로 환경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에서 판매되는 모든 승용차 가운데 경차와 소형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기준 60.6%에 이른다.

현대차는 내년 초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5 N도 일본에 내놓고 일본 자동차 마니아층 수요를 공략한다.

일본은 자국 브랜드 판매 비중(93.4%, 2021년 기준)이 세계에서 가장 높아 '수입차의 무덤'이라 불리는 자동차 시장이다.

현대차 역시 2001년 일본시장에 진출했지만 2009년까지 단 1만5천 대에 판매에 그친 초라한 성적표를 남기고 그해 사업을 철수했다.

하지만 글로벌 전기차 전환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일본 시장은 지난해 기준 전기차 판매 비중이 1.7%에 머물러 현대차로선 현지 전기차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더욱이 토요타와 혼다, 닛산 등 일본 내수시장을 장악한 3대 브랜드는 하이브리드차 위주의 친환경차 전략을 펼쳐 전기차 성능에서 현대차보다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토요타가 지난해 6월 야심차게 내놓은 브랜드 첫 양산형 전기차 bz4x는 출시 두 달도 되기 전에 부품 결함으로 리콜에 들어가는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반면 현대차는 소형 SUV 코나와 준중형 SUV 아이오닉5, 중형 세단 아이오닉6로 이어지는 전기차 라인업을 갖춰 내연기관차를 만들어 온 기존 완성차업체 가운데 앞선 전기차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아이오닉5에 이어 올해 아이오닉6로 세계 3대 자동차 시상식 가운데 하나인 '2023 월드카 어워즈' 세계 올해의 자동차 상을 2연패한 바 있다.

현대차는 일본에서도 전기차 브랜드로서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아이오닉5는 지난해 말 '일본 올해의차 2022~2023' 시상식에서 '올해의 수입차'에 올랐다. 아시아 자동차 브랜드가 '일본 올해의차' 수상 명단에 이름을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현대차의 일본 현지 자동차 판매실적은 아직까지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일본자동차수입조합(JAIA)에 따르면 현대차는 일본 땅을 다시 밟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일본에서 누적 669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일본 재진출 2년차를 맞아 현지 전기차 라인업 확대를 본격화하고 있는 현대차가 코나 일렉트릭을 앞세워 일본 자동차 시장 공략 재도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자동차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