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반도체주가 1분기 어닝시즌 이후 주도주 위상을 되찾을 가능성에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감산 동참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애플 등 미국 빅테크들의 호실적 기대감이 업황 반등에 대한 확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 한국을 다녀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반도체 등 경제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감산·빅테크 실적·기시다 효과 '겹호재', 반도체주 기대감 커진다

▲ 반도체 업황이 주춤하며 주가도 부진한 가운데 반등의 기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증권가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반도체지수는 4월11일 3033.90의 연고점에서 줄곧 하락해 8일 2873.03에 마감하며 5.30%의 낙폭을 기록했다.

KRX 반도체 지수는 반도체 산업의 주가흐름을 반영하는 지수로 국내 반도체 산업을 대표하는 20개 종목이 포함되어 있다.

4월7일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감산 결정을 공식화한 직후 지수는 탄력을 받았으나 다시금 주춤하는 모양새다. 국내 다수 반도체 기업들은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쌓이며 가격이 하락하자 일찍이 감산 결정을 내놓았으나 삼성전자만 동참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감산 결정이 본격적으로 업황의 반등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고영민 신한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반도체 업황은 상대수요(공급대비 수요)로 판단하는데 수요가 일정한 상태에서 공급이 축소되면 상대수요가 증가한다"며 "반도체 수요의 척도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지수가 횡보 상태이므로 반도체 공급 축소와 함께 상대수요 및 업황이 점진적으로 반등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비트그로스(메모리 반도체 생산량 증가율)는 각각 -10.2%, -9.8%로 본격적인 재고 감산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재고량이 각각 1분기 16주, 14주에서 올해 말 각각 8.3주, 8주로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재고는 주로 완제품 재고가 몇 주 분량의 출고가 가능한지로 나타내며 업계는 통상 4주 정도 재고 수준을 건전한 것으로 본다.

특히 DDR5를 중심으로 한 고용량 제품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견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 연구원은 "1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발표에서 공통적으로 DDR5 등 고용량 제품에 대한 차별적 수요가 확인됐다"며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로 갈수록 DDR5 침투율 확대가 가속화될 것이므로 업종 비중확대가 유효하다"고 말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DDR5제품의 가격 하락 폭이 DDR4보다 완만해지는 등 프리미엄 제품군 중심으로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며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주가 저점이 높아질 전망이다"고 말했다.

여기에 애플이 최근 1분기 호실적을 발표하는 등 미국 빅테크들의 실적 호조에 따라 반도체주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애플은 5일 올해 1분기 매출 948억3600만 달러(약 126조 원), 순이익 241억6천만 달러(약 32조 원)를 기록했다고 밝히며 매출과 순이익 모두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주당순이익(EPS)도 1.52달러(약 2013원)로 시장 전망치(1.43달러)보다 6.2% 높았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에 "애플 주가는 한국 IT지수와 동일한 방향성을 보이는데 애플의 실적 호조로 반도체 업종 투자심리가 개선될 것이다"며 "반도체 업종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 비중확대를 시도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과거 반도체 업종의 패턴으로 비추어 볼 때 이르면 올해 3분기부터 반도체주가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는 '최악의 실적 시기'를 지난 뒤 반복되는 주가패턴을 보인다"며 "최악의 실적을 발표한 분기에는 수익률이 시장 대비 소폭 앞서다 다음 분기는 관망세로 인한 횡보, 그 다음 3개 분기 동안은 상승탄력을 받는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종이 저점을 찍었던 2009년 1월을 전후로 수익률은 시장 대비 소폭 앞서다가 이후 본격적인 상승세가 2010년까지 이어졌다.

이 연구원은 "올해 3월 반도체 업종은 저점을 찍었고 수익률은 시장 대비 소폭 앞서고 있다"며 "과거 패턴에 단순 대입해보면 2분기엔 횡보세를 보이다가 3분기부터 내년 1분기까지 상승세에 올라탈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과거와는 다른 제약 요인들이 새로 등장한 점은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노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국의 중국 기업들에 대한 수출 규제로 2024년까지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탄력적으로 회복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