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1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지만 MX(모바일)사업부는 좋은 성적을 거둬 돋보였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제품군인 갤럭시S23 시리즈의 판매 호조에 힘입었는데 원가절감보다 기기의 성능을 우선한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의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1분기 스마트폰 빛나, 노태문 원가 대신 성능 우선 전략 주효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이 2월1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머소닉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3' 행사에서 갤럭시S23시리즈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28일 전기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1분기 주력 반도체(DS)부문의 실적 악화에도 MX사업부의 선전으로 시장의 애초 우려와 달리 영업손실을 보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DS부분이 4조 원이 훌쩍 넘는 영업손실을 냈지만 이를 대부분 MX사업부에서 메꿔내며 디스플레이와 생활가전 등에서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겨우 6402억 원의 영업흑자를 냈다는 것이다.  

MX사업부(네트워크사업 포함)는 1분기 매출 30조7400억 원, 영업이익 3조9400억 원을 냈다. 주력 반도체부문의 매출 13조7300억 원, 영업손실 4조5800억 원과 대조된다.

이런 MX사업부의 좋은 성과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23시리즈의 판매 증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는데 여기에는 노 사장의 결단이 작용했다.

노 사장은 이전까지 원가절감에 주력해 주로 중저가 스마트폰 확대 중심의 전략을 펼쳤으나 갤럭시S23에선 성능 향상을 추구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노 사장은 갤럭시S23 울트라 모델에서 이미지센서 화소를 높여 카메라 기능을 강화하기도 했지만 특히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퀄컴 제품으로만 사용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담당하는 부품으로 성능을 좌우한다. AP 원가는 디스플레이 원가와 함께 스마트폰 가격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폰 원가의 20%를 AP가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전 모델까지 갤럭시S시리즈는 출시지역에 따라 삼성전자가 만든 AP인 엑시노스를 탑재하기도 하고 퀄컴의 ‘스냅드래곤’을 탑재하기도 했다. 

엑시노스는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에서 만든 AP인 만큼 퀄컴과 비교해 저렴한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갤럭시S22에 탑재됐던 엑시노스는 발열 문제를 일으키는 등 완성도 면에서 퀄컴 제품에 밀리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노 사장은 갤럭시S23에 탑재되는 AP로 엑시노스를 제외하고 스냅드래곤만 채택했다. 원가를 낮추는 대신 성능을 높이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긱벤치 등 스마트폰 성능평가 사이트에 따르면 갤럭시S23시리즈는 중앙처리장치 성능이 S22시리즈 보다 34% 향상됐으며 그래픽처리장치와 신경망처리장치의 성능은 각각 41%, 49%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산속도가 높아지면 발열 문제도 심화되지만 갤럭시S23시리즈는 갤럭시S22시리즈보다 뛰어난 발열제어 성능을 나타낸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성능 개선에 힙입어 갤럭시S23시리즈는 성능 개선에 힘입어 매출흥행이 이어졌고 올해 1분기 삼성전자는 애플을 누르고 시장점유율 22%(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로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1위를 되찾았다.
 
삼성전자 1분기 스마트폰 빛나, 노태문 원가 대신 성능 우선 전략 주효

▲ 갤럭시S23시리즈. <삼성전자>


갤럭시S23 시리즈의 국내 판매량은 2월 출시된 지 3월 말까지 100만 대를 돌파했다. 글로벌 시장에선 같은 기간 1100만 대 판매됐다. 직전 모델인 갤럭시S22가 2022년 10개월 동안 2200만 대의 판매량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여겨진다.

수익성이 높은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 흥행은 MX사업부의 수익성에 힘을 더했다. MX사업부의 1분기 매출이 직전 4분기보다 22% 오를 때 영업이익은 131% 증가했다.

갤럭시S23 시리즈는 최상급 갤럭시S23울트라, 갤럭시S23플러스, 갤럭시S23 일반모델로 구성되는데 전 세계 판매 비중은 각각 6대 2대 2로 집계됐다.

이 덕분에 삼성전자 스마트폰 전체의 평균판매단가(ASP)도 상승 추세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2021년 1분기 평균판매단가는 230달러, 2022년 1분기 278달러, 2023년 1분기 325달러로 조사됐다.

노 사장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시장분위기를 고려해 성능을 우선시하는 전략을 펼쳐 좋은 실적을 이끌어 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노 사장의 전략은 하반기 폴더블폰 출시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니엘 아라우조 MX사업부 상무는 27일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스마트폰 시장은 프리미엄폰 시장의 성장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면서 “MX사업부는 더욱 차별화되고 완성된 경험을 갖춘 폴더블 신제품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다음 폴더블폰 신제품인 갤럭시Z플립5와 갤럭시Z폴드5은 이르면 7월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업계에서는 갤럭시Z플립5와 갤럭시Z폴드5에 갤럭시S23에 탑재된 AP와 동일한 퀄컴의 스냅드래곤이 들어갈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갤럭시 폴더블폰 제품군은 S시리즈보다 더욱 고가라인인 만큼 노 사장이 성능 유지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새 폴더블폰에는 기존 U자형 힌지(경첩) 대신 물방울형 힌지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물방울형 힌지는 폴더블폰이 접히는 틈을 없애주는 고가 부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은 플래그십 제품군을 중심으로 고객수요에 맞춰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하고 수익을 얻는 업셀링(Upselling)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며 “중저가 모델인 A54 등에도 세련된 디자인과 고성능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는 등 제품 고급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세계적으로 중저가 모델 위주로 높은 시장점유율을 보였지만 이제는 플래그십 모델이 판매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