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에서 멀어질수록 메타 주가 오른다, 저커버그에 '딜레마' 안겨

▲ 월스트리트 주요 증권사들의 시선이 메타에 쏠리며 메타 주가흐름이 계속해서 우상향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에 위치한 메타 본사 앞에서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메타(페이스북) 주가가 연이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메타가 인력 감축 등 강도 높은 비용 절감에 힘쓴 결과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CEO가 사명을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바꿀 정도로 메타버스 사업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메타버스 관련 프로젝트를 축소하자 실적 전망이 밝아지는 '딜레마'를 안게 됐다.

4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메타 주가는 최근 뚜렷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증권사들도 긍정적 전망을 내놓는 사례가 늘고 있다.

블룸버그는 메타의 대규모 인력 감축 소식이 전해진 2022년 11월부터 메타 주가가 반등하기 시작해 현재는 당시의 2배 가까운 수준에 이른다고 전했다.

메타 주가는 지난해 10월31일 93.16달러로 장을 마쳤다. 올해 4월4일 종가 기준으로는 214.72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주요 증권사 의견을 종합해 메타가 1만여 명에 이르는 강도 높은 인력 감축으로 비용을 크게 줄인 점이 주가 상승에 기여했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증권사 모건스탠리는 “메타의 비용 절감 시도는 알파벳(구글 모기업) 등 경쟁사보다 더 과감했다”며 “(경기 불황에) 소비자 지출이 줄어든다 해도 메타는 빅테크 기업 가운데 가장 양호한 실적을 낼 것”이라고 바라봤다.

메타의 대규모 감원을 비롯한 비용 감축 계획은 핵심 신사업인 메타버스 프로젝트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메타는 최근 메타버스와 관련한 프로젝트를 점차 줄여나가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는 2021년 10월 회사의 미래를 페이스북이 아닌 메타버스 플랫폼에 걸겠다고 선언하며 회사 이름과 사업구조를 완전히 바꿔냈다.

앞으로 모두 1천억 달러(약 131조1530억 원)를 메타버스에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그러나 메타의 이런 계획은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메타버스 시장에 지나치게 투자를 확대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대규모 투자에 따라 실적 및 재무구조와 관련한 불확실성도 커졌다.

저커버그가 결국 비용 감축 대상에 메타버스 관련 프로젝트도 포함하면서 주가 상승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메타가 메타버스 전문 사내연구소 '리얼리티랩스'를 통해 본 손실 규모는 137억 달러(약 17조9860억 원)에 이른다.

이처럼 메타가 메타버스 사업에서 힘을 뺄수록 주가 흐름이 나아지는 모습은 다소 아이러니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저커버그는 최근 임직원들에 보낸 메시지를 통해 메타가 현재 가장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인공지능 사업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메타버스 지우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자체 데이터에 근거해 메타의 매출이 2023년과 2024년에 각각 4.7%와 11%에 증가폭을 보일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