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 보조금 지급 기준에 우려를 나타냈다.

안 본부장은 8일 워싱턴 DC 인근 덜레스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미 양국 정부와 산업계가 그동안 반도체 공급망을 같이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는데 (이번 보조급 지급 기준은) 우려가 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통상교섭본부장 안덕근 "미국 반도체 지원법 보조금 지급 기준 우려된다"

▲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3월8일 워싱턴 DC 인근 덜레스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반도체지원법에 관한 우려를 나타냈다. <연합뉴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28일 미국 내 반도체 설비를 투자하는 기업에 527억 달러(약 69조원)의 재정 지원과 25%의 투자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반도체지원법상 보조금 세부 지급 기준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원금을 받은 기업의 중국 내 반도체 시설 투자가 10년 동안 제한된다. 또 1억5천만 달러(약 2천억 원) 이상의 지원금을 받는 기업은 초과 수익의 일부를 미국 정부와 공유해야 하는 등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 제시됐다. 

정부는 정보와 이익 공유, 투자 제한 등이 기업 활동을 제한할 수 있다고 봤다.

안 본부장은 “과도한 정보를 요청한다거나 중국 비즈니스와 관련해서 제한을 많이 건다거나 이게 워낙 변동성이 큰 산업인데 초과 이득 부분들도 어떤 식으로 시행하느냐에 따라 상당히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대한 사업 상황을 설명하고 실제로 (한국 기업과) 협의하는 단계에서 문제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안전장치를 만들어보려고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 방문 전 한국 기업들과 논의한 내용과 관련해서는 "회사마다 입장이 다르고 영업 기밀에 관련된 내용이라 말하기 어렵다"며 "마지막으로 정리를 한 내용으로 미국 상무부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미국과 협의를 하면서 우리 기업들에 피해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정확히 확인하고 미국 정부의 재량적 행정조치가 가능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안 본부장은 “지금 보면 (미국 정부의) 재량 여지가 좀 많은 부분도 있고 미국 언론에서는 이게 (우리) 생각보다는 그런 것이 아니라는 얘기도 좀 있는데 실제 그런지 확인해보겠다”며 “우리 기업들이 실제로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에 대해서 우리가 최대한 여지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은 기업은 10년간 중국 내 반도체 설비 투자를 제한하는 이른바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과 관련해서도 “(발표가) 조금 지연되고 있는데 구체적인 것은 나와봐야 아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미국의 반도체지원법이 ‘제2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라는 지적에는 두 법률의 성격이 다르다는 견해를 보였다.

안 본부장은 “(반도체법은) 우리 기업들만 불이익을 주는 것은 아니고 사실 미국 기업들도 똑같은 제한을 받기 때문에 좀 다르다”며 “(반도체법이) 좀 과도하게 투자 정책에 안 좋은 선례를 남기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협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안 본부장은 미국 현지 주요 인사들을 만나 반도체 지원법상 보조금 지급 기준을 비롯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한국산 전기차 보조금 차별, 한국산 철강제품의 대미수출 제한을 둔 철강 232조 등 미국의 일방적 보호무역 조치 등도 논의한다.

안 본부장은 "얘기할 것이 많아 제 보따리가 상당히 무겁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