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런 버핏 회장이 TSMC 지분 매각을 결정한 이유는 미국 투자에 관련한 불확실성 때문이라는 중국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대만 신주과학단지에 위치한 TSMC 연구개발센터. |
[비즈니스포스트]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가 대만 TSMC의 지분을 사들인 뒤 단기간에 매도한 이유는 미국 반도체공장 투자 리스크 때문이라는 중국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24일 “미국 반도체 시장은 더 이상 TSMC에게 ‘장밋빛 전망’을 보여주지 않는다”며 “미국 언론에서도 이러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가 최근 TSMC 임직원과 인터뷰를 통해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공장 투자에 관련한 내부 여론이 좋지 않다는 내용을 보도한 데 따른 것이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TSMC 내부 직원들은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벌이게 되면 핵심 기술 역량과 인력이 분산돼 중장기 경쟁력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 당초 120억 달러의 투자를 예고했지만 이후 투자 규모를 400억 달러까지 늘린다고 발표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워런 버핏의 투자회사가 최근 TSMC 지분을 대거 매도한 사실이 공개된 점도 꼬집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해 TSMC 지분 약 41억 원어치를 매수했으나 3개월 만에 약 86%를 처분했다.
버크셔해서웨이뿐 아니라 JP모건과 블랙록, 타이거글로벌매니지먼트 등 글로벌 대형 투자기관들이 TSMC 지분을 매도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이를 근거로 “현명한 미국의 투자자들이 TSMC의 애리조나 반도체공장을 두고 기대를 낮추고 있는 것”이라며 “해당 공장이 경제적 측면보다 정치적 목적을 두고 건설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바라봤다.
TSMC가 애리조나 공장에 투자를 늘린 배경은 미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있다. 바이든 정부는 반도체 산업에서 중국에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TSMC와 삼성전자 등 대형 반도체기업의 미국 공장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해 왔다.
글로벌타임스는 결국 미국 공장 설립이 중장기적으로 TSMC의 수익성 측면에서 악영향을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워런 버핏이 이런 가능성을 예측하고 TSMC 지분을 단기간에 매도하면서 기존의 투자 원칙과 상반되는 과감한 결정을 내혔다는 것이다.
대만 집권당인 민주진보당(DPP)이 중국과 거리를 멀리하고 미국과 외교 관계를 강화하는 데 집중하면서 TSMC의 미국 투자를 유도해온 데 따른 약점이 나타날 것이라는 예측도 이어졌다.
글로벌타임스는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TSMC가 중국을 넘어 아시아 시장을 놓치게 될 수도 있다”며 “중국이 자체적으로 기술 발전에 성과를 낸다면 TSMC를 대체하고 미국의 압박을 무효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