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라이벌] 파운드리 고객사 '싹쓸이' TSMC, 후발주자 삼성 '난제'

▲ 팀 쿡 애플 CEO가 2022년 12월6일 TSMC의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공장에서 열린 장비 반입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 EPA >

[비즈니스포스트] TSMC는 2022년 12월29일 3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양산을 발표하는 행사에서 이를 통해 이뤄낼 구체적 목표를 제시했다. 앞으로 5년 동안 3나노 기술이 창출하게 될 시장 가치가 1조5천억 달러(약 1914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은 것이다.

3나노 미세공정 반도체가 삼성전자와 기술 경쟁에 대응하는 의미를 넘어 실제로 미래 성장에 기여하는 중요한 수익원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볼 수 있다.

TSMC의 이런 발표는 3나노 경쟁에서도 삼성전자를 여유있게 앞설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파운드리 패권을 지키려는 TSMC와 이를 빼앗으려는 삼성전자 사이 경쟁 판도에 3나노 반도체의 실제 성과가 주목할 만한 요소로 자리잡게 됐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사업에서 TSMC를 따라잡는 데 안고 있는 약점은 지속적인 매출과 영업이익을 보장하는 확실한 ‘캐시카우’로 자리잡은 고객사 기반이 부족하다는 것으로 꼽힌다.

파운드리는 근본적으로 수주 사업에 해당하기 때문에 고객사의 주문 물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이를 통해서 꾸준한 매출과 수익을 거두는 구조가 유리하다. TSMC가 여러 대형 고객사를 캐시카우로 두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그런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애플은 TSMC 전체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최대 고객사로 자리잡고 있다. 타이페이타임스 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TSMC 연매출의 약 26%가 애플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폰 등 애플 기기는 매년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우수한 판매실적을 올리는 스테디셀러에 해당하기 때문에 자연히 TSMC의 안정적 실적 버팀목으로 꼽힌다. TSMC의 3나노 반도체 미세공정 역시 애플을 첫 고객사로 맞이하며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팀 쿡 애플 CEO는 2022년 12월 초 열린 TSMC의 미국 반도체공장 장비 반입식에 직접 참석해 애플이 사용하는 반도체가 해당 공장에서 생산될 것이라고 발표하며 두 회사의 협력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래픽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엔비디아와 AMD, 모바일 프로세서 전문기업 퀄컴과 미디어텍도 TSMC 매출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서로 치열한 시장 경쟁을 벌이면서 기술력이 뒤처지지 않도록 TSMC의 최신 미세공정 기술이 상용화될 때마다 앞다퉈 이를 활용한다.

이제는 소비자들도 특정 반도체 제품이 어떤 미세공정에서 생산되었는지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어 TSMC의 신형 공정 기술을 도입하는 일은 마케팅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해졌다.

최근에는 인텔도 TSMC의 고객사 리스트에 포함됐다. 인텔은 그동안 거의 모든 반도체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생산까지 담당해 왔지만 공정 기술력이 뒤처지기 시작하면서 비싼 금액을 지불하더라도 TSMC에 대신 반도체 생산을 맡겨야만 한다는 판단을 내리게 됐다.

TSMC의 주요 고객사로 언급된 해당 기업은 모두 세계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매출 10위 안에 포함되는 대형 반도체기업이다. 따라서 TSMC의 실적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새로 개발된 3나노 미세공정 역시 상용화가 이뤄지기 전부터 선제적으로 반도체 물량을 확보하려는 고객사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TSMC가 3나노 반도체 기술로 1조5천억 달러의 가치를 창출하겠다고 자신한 것은 이처럼 주요 고객사의 탄탄한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는 자신감을 바탕에 두고 있다.

3나노 미세공정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은 상당한 수준이다. 반도체 공정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복잡하고 많은 공정이 필요해지는 데다 기술 난이도가 높아져 연구개발에도 그만큼 많은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삼성의 라이벌] 파운드리 고객사 '싹쓸이' TSMC, 후발주자 삼성 '난제'

▲ 대만 TSMC가 공개한 3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웨이퍼.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TSMC가 3나노 반도체 웨이퍼(원판) 한 장을 생산하는 데 고객사에 약 2만 달러를 청구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7나노 공정 반도체 웨이퍼 평균 가격이 1만 달러 정도로 추정된 것과 비교하면 2배로 뛰어오른 것이다.

그럼에도 최신 반도체 공정기술을 활용해 제품 경쟁력을 높이려는 주요 시스템반도체 설계기업들의 수요는 매우 강력하다. TSMC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고객사들이 이미 줄을 서고 있는 셈이다.

반면 삼성전자의 경우 다소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을 통해 “모바일 분야에서 복수의 대형 고객사를 이미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아직 TSMC와 달리 안정적 실적 기반을 유지해줄 수 있는 고객사의 윤곽은 다소 불투명하다.

삼성전자가 TSMC의 반도체 공정 기술력을 따라잡은 지 이미 수 년이 흘렀고 3나노 반도체 양산에는 반 년 가까이 앞섰는데도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파운드리에 TSMC보다 늦게 진출했다는 약점을 극복하기는 아직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이 첫 번째 이유로 꼽힌다. TSMC는 앞서 언급된 주요 고객사들에 길게는 수십 년 전부터 안정적 물량 공급과 꾸준한 반도체 성능 개선을 실현하는 데 기여한 파운드리업체다.

자연히 고객사 입장에서는 삼성전자와 TSMC 사이 기술 격차가 현저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면 더 오래 거래해 온 기업에 반도체 생산을 맡길 이유가 충분하다. 삼성전자가 당분간은 후발주자로 이런 상황을 극복해 고객사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기술 발전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이유는 공급 능력에 있다. TSMC는 새 반도체 공정기술을 도입할 때 이미 다수의 고객사에서 잠재적 수요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훨씬 공격적으로 생산 투자를 집행할 수 있다. 당장 주력 공정인 5나노와 최신 기술인 3나노 공정에서 TSMC는 최근 대만에 600억 달러, 미국에는 280억 달러의 생산 투자를 벌이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삼성전자의 경우에는 3나노 반도체의 수요 전망에 확신을 얻기 전까지 대규모 투자를 벌이기가 상대적으로 쉽지 않은데 이런 상황은 앞으로 생산 능력에 더 큰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삼성전자는 과감하게 리스크를 안고 공격적으로 투자 확대에 나서 TSMC와 물량 경쟁에 맞대응하는 승부수를 던져야 할 지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놓이고 있다. 김용원 기자
 
[편집자주] 2023년, 글로벌 경기침체 리스크가 현실로 다가오며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 및 국가 경쟁력에 냉정한 평가가 필요한 때다. 한국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가 현재 전 세계에서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지 파악하는 일은 이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경제팀에서 연재하는 [삼성의 라이벌] 기획은 삼성전자와 주요 라이벌 기업 사이의 경쟁 판도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예측해 삼성의 현 위치를 짚어보고 이러한 경쟁이 어떠한 방식으로 삼성의 위기 극복 능력을 키우는 데 기여하고 있는지 진단한다.

1부- 삼성 vs TSMC
(1) TSMC와 ‘3나노’ 경쟁 개막, 2023년 위기 대응에 핵심
(2) 파운드리 고객사 '싹쓸이' TSMC, 후발주자 삼성 '난제'
(3) TSMC와 물량 싸움은 역부족, 첨단 공정 중심으로 경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