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정부 인텔 중심 '반도체 연합' 구축, 삼성전자와 TSMC 추격 나서

▲ 미국 정부가 인텔의 파운드리 기술 발전과 생산 확대를 지원하려는 목적으로 연합체를 구축했다. 인텔의 미국 오하이오주 반도체공장 조감도.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인텔이 미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등에 업고 첨단 시스템반도체 설계 및 생산 분야의 기술 경쟁력을 키울 수 있게 됐다.

파운드리 후발주자인 인텔이 미국 정부에서 수주한 반도체 위탁생산을 통해 사업 경험을 쌓고 재투자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면 삼성전자의 기술 우위를 강력하게 위협할 수도 있다.

인텔은 현지시각으로 24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 정부 및 우주항공, 군사당국과 ‘USMAG’ 연합을 구축했다고 발표했다. USMAG 연합은 인텔이 파운드리사업부를 통해 운영하고 있는 반도체 설계 생태계 연합에 포함된다.

해당 연합체는 첨단 기술을 활용해 미국의 국가 안보에 사용되는 반도체의 엄격한 설계 기준을 충족하고 이를 미국에서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사실상 미국의 국가 안보에 중요한 분야에 활용되는 반도체를 인텔이 도맡아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인텔은 “미국에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반도체 대량 생산체계를 구축하겠다”며 “미국 정부와 군사, 우주항공 분야 고객사에 안정적 공급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인텔에 구체적으로 어떤 반도체의 개발과 생산을 맡기게 될 지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군사와 우주항공 분야에 핵심인 인공지능 반도체 및 슈퍼컴퓨터용 반도체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인공지능 등 고성능 연산에 필요한 반도체는 요구하는 기술 수준이 높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인텔의 현재 파운드리 기술력을 활용해 설계와 생산을 모두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 정부가 이런 점을 고려해 정식으로 연합체를 구축함으로써 합법적으로 인텔의 연구개발 및 생산 투자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분석된다.

인텔은 국가 안보와 관련된 고객사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업계에서 가장 앞선 파운드리 공정기술을 확보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정부 차원의 지원은 인텔이 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3나노 및 2나노급 반도체 미세공정, 1.8나노급 공정과 그 이후 기술 개발을 돕는 데 집중될 공산이 크다.

인텔은 파운드리시장에 뒤늦게 진출한 후발주자로 삼성전자와 TSMC 등 경쟁사와 비교해 아직 크게 뒤처지는 공정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세계 최초로 3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상용화에 성공해 양산을 시작했고 TSMC는 올해 안에 3나노 공정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인텔도 최신 반도체 공정기술 도입에 힘쓰고 있지만 실제로 반도체 위탁생산을 수주해 삼성전자나 TSMC와 경쟁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퀄컴과 애플, 엔비디아 등 대형 고객사의 반도체 위탁생산 경험이 있는 삼성전자나 TSMC와 달리 인텔은 외부 고객사 수주 사례가 없어 고객사의 신뢰를 얻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정부 인텔 중심 '반도체 연합' 구축, 삼성전자와 TSMC 추격 나서

▲ 인텔 반도체공장 내부 사진.

그러나 미국 정부가 인텔의 고객사를 자처해 적극적으로 기술 개발과 투자를 모두 전폭적으로 지원하게 된 만큼 인텔이 이른 시일에 파운드리업계 ‘다크호스’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전자가 현재 확보하고 있는 파운드리 공정기술 우위나 기존 고객사 물량을 지켜내는 일이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 정부는 국가 안보를 위해 반도체 핵심 기술을 미국 기업이 보유해야 하고 생산도 미국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데 확고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주요 파운드리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미국 기업인 인텔이 막강한 후원자를 두게 된 셈이다.

미국 정부가 인텔과 협력을 넘어 첨단 인공지능 반도체를 생산하는 엔비디아와 AMD 등을 대상으로 기술 유출 가능성을 우려해 압박을 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인텔이 정부 지원에 힘입어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면 미국 반도체 설계기업들이 인텔에 파운드리 위탁생산을 맡겨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될 수도 있다.

미국 고객사에 의존이 높은 삼성전자와 TSMC에 상황이 갈수록 불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와 AMD가 중국에 인공지능 반도체를 수출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조치를 새로 도입하는 등 반도체 분야에서 보호무역주의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인텔은 “정부와 군사 분야 고객사의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긴밀하게 협력하고 품질과 신뢰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도록 인텔 파운드리만의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