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반도체지원법이 시행됐지만 미국의 반도체 제조 경쟁력이 크게 향상되기는 어렵다는 미국 언론보도가 나왔다.

CNN은 18일 “미국 정부는 반도체 제조를 활성화해 아시아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며 “하지만 민간 및 공공 부문이 투입하는 수십억 달러로는 반도체 제조업을 다시 일으키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CNN "미국 반도체지원법에도 경쟁력 향상 힘들어, 인력 부족 더 문제"

▲ CNN은 18일 반도체지원법만으로 미국의 반도체 제조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공장.


미국 의회는 올해 7월28일 미국 현지에 반도체공장을 건설하는 기업에 520억 달러(약 68조 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시설투자액의 25%를 세액공제해주는 반도체 지원법을 통과시켰다.

반도체 지원법은 외국에서 생산된 반도체 의존도를 줄임으로써 최근 부상하고 있는 중국에 맞서고 반도체 공급망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바이든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한 법안이다.

인텔, 마이크론을 비롯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도 반도체지원법에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은 현재 전 세계 반도체 생산의 12%를 담당하고 있다. 반도체의 75%는 한국과 대만,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공장에서 제조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지원법을 통해 반도체 공장을 미국에 유치함으로써 생산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지원액 520억 달러(약 68조 원)는 기업들이 반도체설비에 투자하는 금액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2021년 한해에만 반도체 설비에 43조 원을 투자했으며 올해는 투자금이 5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TSMC 부사장을 지낸 엘리자베스 선 블룸버그테크놀로지 대표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을 되살리려고 하는 것을 이해한다”며 “하지만 520억 달러는 TSMC가 1년에 시설투자에 지출하는 금액과 비교하면 실제로 큰 금액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520억 달러는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지을 때 들어가는 추가 비용을 보전하는 데도 역부족일 것으로 분석된다.

TSMC 창업자인 모리스 창은 “미국에서 반도체를 제조하려면 대만보다 비용이 50% 더 든다”고 말했다. 

미국이 모든 반도체를 제조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콧 케네디 미국 국제문제연구소(CSIS) 수석고문은 “TSMC과 인텔 등은 미국 외의 지역에서도 빠르게 반도체설비를 구축하고 있어 미국이 반도체 생산점유율을 높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미국은 국가 안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특정 종류의 고성능 반도체 생산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반도체 제조와 관련한 인력도 부족하다.

인텔은 반도체 엔지니어를 모집하기 위해 애리조나주립대학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인텔과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는 다른 반도체 기업이 훈련된 엔지니어와 기술자를 충분히 고용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스콧 케네디 수석고문은 “미국이 10개의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만들 수 있다고 해도 직원이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본이 아니라 인력이 미국의 반도체 제조설비 확대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