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언론 “인텔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세계 반도체업계로 확산 가능성”

▲ 인텔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사태가 전 세계 반도체 및 장비업계로 확산될 수 있다는 중국 관영매체 보도가 나왔다. 인텔 반도체 생산공장 내부.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반도체기업 인텔이 최근 임직원을 대거 감축하는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한 사례가 전 세계 반도체업계로 확산될 수 있다는 중국언론의 전망이 나왔다.

중국을 겨냥한 미국 정부의 무역 규제로 전 세계 반도체기업 및 장비업체가 심각한 타격을 입으면서 실적 부진에 빠져 인원 감축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14일 “미국의 차별적 반도체산업 규제는 큰 실수”라며 “글로벌 기업들이 혼란에 빠지면서 수백만 명에 이르는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텔이 일부 사업부를 대상으로 전체 인원의 최대 20%에 이르는 대규모 인력 감축을 실시한다는 계획을 밝힌 점을 언급한 것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인텔의 인원 감축이 미국 정부의 중국 반도체산업 규제 때문이라는 논리를 펼치며 “전문가들은 앞으로 더 많은 일자리가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다.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사례가 인텔을 넘어 전 세계 반도체기업 및 장비업체들로 확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KLA, 램리서치 등 미국 주요 장비업체가 중국 수출 중단으로 매출의 5~10% 가량을 손해보게 됐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 차원의 대응조치에 따른 악영향을 고려하면 타격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글로벌타임스가 중국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매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미국의 중국 반도체산업 규제 조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셈이다.

미국 정부는 최근 주요 반도체 장비기업들이 중국에 고성능 반도체용 장비를 사실상 수출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조치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세계 반도체 장비기업은 물론 중국에 반도체공장을 운영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 TSMC 등 기업도 모두 중장기적으로 미국 규제 영향권에 놓이게 됐다.

인텔을 제외한 대형 반도체기업들은 인원 감축과 구조조정 등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다.

그러나 글로벌타임스의 전망대로 미국 반도체 규제의 영향이 전 세계로 확산돼 실적 부진을 주도한다면 다른 기업들도 인텔의 뒤를 따라 구조조정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 정부 규제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과 연구개발 협력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고려하면 일부 반도체기업 매출은 최대 30% 하락폭을 나타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 반도체기업들이 미국 규제를 고려해 투자를 축소하는 등 사례가 늘어나면 결국 이들의 성장성이 낮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TSMC는 실제로 13일 실적발표에서 내년 시설투자 계획을 예정보다 10%가량 축소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업황 악화와 중국 반도체공장 투자 불확실성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타임스는 반도체기업들의 투자 위축이 결국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전 세계 소비자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