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출입은행이 국내 기업들의 이집트 진출 가속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집트는 2030년까지 세계 30위권 경제국가로 성장하기 위해 생산기지 등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고 있는 만큼 수출입은행의 투자 기회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수출입은행 이집트 사업 확대, 방문규 국내기업 아프리카 진출 돕는다

방문규 한국수출입은행 행장.


3일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1월 이집트 순방을 계기로 수출입은행과 이집트 정부 사이 협력관계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화디펜스가 이집트 국방부와 2조 원대 K9 자주포 수출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던 것은 수출입은행의 금융지원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출입은행은 조만간 이집트 국방부와 K9 자주포 대금의 약 80%를 대출해 주는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국의 기업이 수출에 나설 때 이를 지원하기 위해 상대방 수입자나 수입국에 금융을 제공하는 것은 수출입은행과 같은 수출신용기관(ECA)의 고유 업무다. 수출입은행은 과거에도 이런 방식으로 10여 건의 방산 수출을 지원했다.

또 수출입은행은 1월21일 이집트 철도청과 ‘룩소르-하이댐 철도 현대화사업’에 2조5천억 달러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을 지원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계약식에는 방문규 수출입은행 행장이 직접 참석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이집트 방문을 앞두고 국가 세일즈 마케팅을 위해 다양한 협력 방안을 기획했다”며 “현대로템이 2012년부터 계속해서 카이로 전동차 공급 수주에 성공하는 것도 수출입은행의 대외경제협력기금 지원이 있어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집트는 중동과 아프리카에 진출하려는 국내 기업에게 매우 중요한 국가로 부각되고 있다.

이집트는 중동, 아프리카, 유럽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에 있다는 지리적 이점을 갖췄다. 게다가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수에즈 운하를 보유, 운영하고 있으며 운하 주변에 다수의 경제자유구역도 만들었다.

이집트 정부는 2030년 세계 30위권 경제국가로 올라선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주춤했던 민간소비가 최근 회복되고 있고 신행정수도 건설 등 인프라 구축사업이 재개돼 해외로부터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집트에 회사를 설립하면 인지세를 면제해주고 투자관련 수입품의 관세를 일괄 2%로 적용하는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수출입은행에 다양한 투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수출입은행은 국내 기업이 이집트는 물론이고 아프리카까지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한다는 계힉을 세워뒀다.

수출입은행은 2021년 6월 국내 철도신호제어시스템 전문기업 ‘대아이티’가 이집트에서 295억 원 규모의 수주를 하는데 대외경제협력기금을 지원했다.

철도신호 시스템 외에도 버스카드 시스템, 5G, 스마트시티 건설 등 이집트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에 국내 기업의 참여를 도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방문규 행장은 이집트 정부와 디지털 및 그린 기반의 교통, 에너지 등 여러 분야의 유망사업 협력 기회가 확대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국내 기업의 이집트 진출기회를 늘리기 위해 복합금융을 활용한 대형 인프라 지원을 확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집트는 제조업 육성을 위해 외국기업 투자 유치를 진행하고 전자기기, 생활소비재품의 자체 생산을 위해 이집트 현지에 생산설비를 투자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로템도 2021년 4월 이집트 철도 산업회사(NRIC)와 전동차 800대를 현지 생산한다는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국내 기업들은 이집트의 풍부하고 낮은 단가의 노동력을 활용해 유럽과 아프리카시장 진출을 위한 생산기지로 활용할 여지가 크다. 

국내 기업의 이집트 진출을 돕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한국-이집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될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는 “한국과 이집트는 산업구조의 차이로 민감품목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FTA 효과 극대화가 기대된다”며 “차세대 수출 시장으로서의 잠재력을 지닌 이집트와 FTA 추진은 포괄적협력 동반자 관계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