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홍 하이자산운용 대표이사가 과거 몸담았던 블랙록자산운용의 리테일사업부문을 품에 안았다.

블랙록의 운용 강점에 DGB금융그룹 영업망을 결합해 종합자산운용사로 발돋움하는데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하이자산운용 종합운용사로, 박정홍 인수한 블랙록자산운용 잘 안다

▲ 박정홍 하이자산운용 대표이사.


7일 하이자산운용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글로벌 자산운용서비스를 국내 고객에게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이자산운용 관계자는 “하이자산운용은 블랙록자산운용의 리테일부문 인수를 통해 최초로 블랙록 글로벌 펀드의 해외자산 운용 서비스를 개인고객들에게 제공하게 된다”며 “세계 최대 운용사인 블랙록의 글로벌 운용 강점을 국내에서 하이자산운용을 통해 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이자산운용은 블랙록자산운용 리테일부문 인수를 5일 완료했다.

그동안 하이자산운용의 사업모델에서 기관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95% 수준에 이르렀다. 이번 인수로 개인고객에게 해외자산 운용서비스를 제공하게 돼 종합운용사로 본격적 변화가 시작됐다. 

이번에 인수하는 리테일사업부문은 국내에 설정된 26개 공모펀드로 구성돼 있으며 순자산 규모는 약 7천억 원 수준이다.

블랙록자산운용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지만 한국 리테일사업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철수를 추진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정홍 대표는 과감하게 인수결정을 내렸다.

박 대표는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블랙록은 리테일부분과 해외자산에 대한 강점이 있어 인수를 시도했다"며 "블랙록 인수는 7천억 원의 자산이 증가하는 것보다 추가적 파생효과가 더 클 것이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블랙록자산운용에서 영업·마케팅 총괄본부장을 역임했다. 블랙록자산운용이 국내시장에서 지닌 강점과 약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이번에 인수하는 공모펀드 역시 박 대표가 블랙록자산운용에 재임할 때 관여한 상품들로 알려졌다.

블랙록자산운용은 글로벌 자산운용 경쟁력이 충분하지만 한국에서 영업망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파악된다. 

외국계 자산운용사는 주로 외국계 은행을 통해서 상품을 판매한다. 블랙록자산운용의 펀드 설정잔액의 18%를 차지하던 씨티은행이 최근 소매부문 철수를 결정하는 등 수탁고 부족문제를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했다.   

박 대표는 하이자산운용이 블랙록자산운용 리테일부문을 인수하면 이러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이투자증권, DGB대구은행 등 DGB금융그룹 차원의 영업망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블랙록 시절 네트워크 확보의 한계를 극복하고 수탁고를 늘리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자산운용 관계자는 “DGB대구은행과 하이투자증권에서 리테일상품 판매를 확대하고 이벤트도 진행해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하이' 브랜드를 통한 그룹 내 투자계열사 사이 시너지도 도모할 것으로 파악된다. 박 대표는 최근 하이자산운용 이름을 기존 DGB자산운용에서 변경해 하이투자증권, 벤처캐피털사 하이투자파트너스 등 3사의 브랜드를 통일했다. 

박 대표가 블랙록 리테일부문을 인수하면서 DGB금융그룹의 성장전략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산운용업은 금융지주에 큰 도움이 되는 업종으로 꼽힌다. 

자산운용사의 전문성을 살려 은행 증권사와 다양한 펀드 상품을 개발·판매하고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그룹과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투자금융에 치중해 리테일과 자산관리(WM)분야는 약한 편이다. 블랙록의 경쟁력 있는 해외자산 운용상품이 결합되면 하이투자증권의 체질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DGB금융그룹은 지역기업을 벗어나 주요 금융지주로 도약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인수, 하이자산운용 회사 이름 변경, 이번 리테일 인수에 따른 종합자산운용 탈바꿈까지 모두 그룹 차원 전략을 따른 것이다.

하이자산운용의 자산규모는 박 대표가 취임한 2019년 7조5천억 원 규모에서 2년 만에 11조5천억 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박 대표는 1994년 한국투자신탁증권에 입사한 뒤 2005년부터 블랙록자산운용 한국법인에서 일하며 리테일사업총괄과 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2019년 10월 하이자산운용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임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