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식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 부회장이 동생 조현범 대표이사 사장과 경영권 다툼에서 벼랑 끝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조현식 부회장은 지분에서 조현범 사장에게 밀리고 있는데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기로 하면서 그 명분으로 경영 투명성을 조현범 사장의 동반퇴진도 압박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놓고 조현식 벼랑 끝 전술, 조현범 퇴진도 압박

▲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조현식 대표이사 부회장. 


조현식 부회장은 아버지 조양래 회장과 관련한 성년후견 개시 심판에도 관여하고 있는데 대표이사에서 물러남으로써 법적 다툼에 힘을 실으면서 경영권을 놓고 장기전을 대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5일 한국앤컴퍼니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조현식 부회장의 대표이사 사임 발표를 놓고 경영권 다툼에서 조현범 사장의 승리로 마무리돼 가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조현범 사장은 아버지 조양래 회장에게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받으면서 지분 42.9%를 쥐고 있는 최대주주로 지위를 굳혔고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에도 복귀했다.

반면 조현식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19.3%에 그친다.

이런 상황에서 조현식 부회장은 24일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는 선택을 했는데 사실상 조현범 사장의 동반퇴직을 압박하는 승부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조현식 부회장이 이날 공개한 주주제안서에서 “세계적으로 환경과 사회적 책임, 기업 거버넌스(ESG)와 관련한 준수가 단순한 관심을 넘어 법적인 의무로 그리고 주요 거래처의 주요한 평가요소로 자리잡고 있다”며 “기업의 거버넌스가 잘 갖춰져야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인한 모든 주주와 임직원들의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조현범 사장이 횡령 등 비리 혐의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점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현식 부회장은 "경영권 분쟁 논란의 고리를 근본적으로 끊어내고자 대표이사 사임 의사를 밝힌다"고 했는데 사실상 같이 물러나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조현식 부회장은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겠다고 했지만 견제장치를 완전히 풀어놓지는 않았다.

조현식 부회장은 이사회 의장직과 그룹 부회장, 등기임원 등 다른 직책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특히 조현식 부회장이 이한상 고려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강하게 추천했다는 점은 주목된다.

이 교수는 기업 거버넌스 전문성과 독립성 분야의 전문가로 꼽힌다. 사립유치원 문제를 공론화하면서 회계 투명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했다. 또 감리의원회계투명성과 기업가치 전문가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초빙돼 거버넌스의 방향을 강연하기도 했다.

이 교수가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경영진에 합류한다면 법적 리스크를 안고 있는 조현범 사장은 계속해 사임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교수가 조현식 부회장의 대리인이 아니냐는 시선도 나오는데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절대 아니다”며 “조현식 대표도 그런 의미로 이런 제안을 하지 않았고 저도 만약 그런 제안이었다면 고려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현식 부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게 되면 경영권을 둘러싼 법적 다툼에 더욱 전념할 수 있게 된다는 시선도 있다.

큰 딸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법원에 청구한 아버지인 조양래 회장과 관련한 성년후견 개시 심판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조희경 이사장과 조현식 부회장은 서울가정법원에서 가사조사를 위해 증언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법원이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의 손을 들어 성년후견 신청을 받아들인다면 조현범 사장이 조양래 회장으로부터 한국앤컴퍼니 지분(23.59%)을 넘겨 받은 거래를 무효화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릴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조현식 부회장의 법률대리인 케이엘파트너스는 “조현식 부회장의 대표이사 사임과 성년후견인 심판은 무관하다”며 “조현식 부회장의 사임시점과 관련해 아직까지 정확한 일정이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